화랑도(花郞徒)와 성(性) 그리고 태권도(跆拳道) 118
보스톤코리아  2016-02-22, 11:41:46 
1953년9월18일 우리나라에서 배우자가 있는 사람의 간통을 처벌하는 법164)이 제정되었다. 소위 모든 구습을 타파한다는 1894년의 갑오개혁으로 없어졌던 ‘구습’이 되살아난 것이다. 갑오경장은 노비문서만 없어진 것이 아니라 과부의 재가허용 등 사회의 모든 분야의 구습 폐지와 악폐 일소 등 왕실의 정치부터 민초들의 삶에 이르기까지 이듬해 을미년에 걸쳐 세차례나 실행한 단군이래 가장 큰 개혁중의 하나였다. 그 결과의 하나로 제도의 틀에서 갇혀있던 성의식 역시 급격하게 변화 되었다. 과부의 재가가 허용된 사회제도와 함께 백성들이 누리는 성적 자유는 갑오개혁 이전의 폐쇄적인 형태에서 개방형으로 차츰씩 전환되었다. 외세의 유입으로 들어온 서구문화의 영향으로 성도덕은 타락의 길로 방향을 튼 것처럼 보였다. 그래서 정부는 일부일처제에 기초한 혼인제도와 가족공동체 유지을 통한 행복추구라는 명분하에 지극히 개인적인 사생활에 법의 잣대를 들이밀었다. 그것이 바로1953년9월18일 제정된 형법 제241조(간통)이다. 그때까지 잔존하던 성리학의 이념으로는 변화되어가는 국민들의 성의식을 도저히 용납할 수 없었다. 그래서 혼인 후 배우자를 제외한 타인과의 성관계는 범법행위였다. 

지난 62년간 유지된 이 법으로 인하여 세간에서는 많은 유명인들이 사생활의 침해를 당하면서 간통죄인이라는 ‘주홍글씨’를 달고 평생을 살아야 했다. 하지만 현대로 들어와서 거의 사문화가 되어버린 간통죄를 처벌하는 이 형법을 2015년2월26일 헌법재판소가 위헌으로 결정을 선고하였다.165) 여기서 1953년과 2015년의 사회적인 배경을 보면 1953년에는 국민들의 특히 기혼자의 성생활과 성의식이 과거와 판이하여 문란한 성관계를 방지하여 사회적인 타락을 예방하고 또한 가족공동체의 해체로 인하여 가족 구성원의 불행을 초래할 것을 염려하여 제정하였다. 그럼 그 후로 부터 2015년 까지의 현실은 그 법으로 인하여 국민 모두가 자신의 배우자하고만 성관계를 하는 ‘잉꼬부부’가 되었는가? 헌법재판소의 간통죄의 위헌판결 요지와 사회의 성문화는 그렇지 않다. 먼저 헌법재판소의 위헌판결 요지는 국민의 성적 자기결정권과 사생활의 자유 침해이다. 즉 “혼인과 가정의 유지는 당사자의 자유로운 의지와 애정에 맡겨야지 형벌을 통해 타율적으로 강제될 수 없다” 는 것이 위헌판결을 한 재판관들의 변이다. 또한 “간통행위를 국가가 형벌로 다스리는 것에 대한 국민의 인식이 일치하지 않고, 비도덕적이지만 사생활에 속하고 사회적으로 해악을 끼치지 않으면 국가 권력이 개입하는 것은 마땅하지 않다” 는 것이다. 그리고 “미혼의 상간자를 똑 같이 처벌하는 법은 형벌의 과잉행사이며, 이미 사문서가 되어버린 이 법의 역효과는 만만치 않다” 는 것이다. 

사회적으로 볼 때 많은 국민들의 성생활은 이미 법의 영역을 떠나서 사음계邪淫戒(음탕한 짓을 하지 말라는 불교의 계율)를 위반한지는 이미 오래이며, 생활문화 속에서 직,간접적으로 공급되는 유흥문화는 색계色界를 더욱 조장하거나 염착念着166) 하게 한다. 성性이란 지극히 은밀하게 이루어지는 사생활이기에 정확한 통계를 내기가 어렵지만 현대를 사는 우리와 1,500여년 전의 신라인들과의 성의식은 과연 얼마나 다를까? 당시는 성에 관하여 개방된 사회였기에 문란해 보였고, 현재는 상대적으로 당사자와만 아는 폐쇄적인 형태이기에 다만 도덕적으로 고결해 보이는 것이 아닐까?167) 

164) 형법 제241조(간통) 1항, 배우자가 있는 자가 간통한 때에는 2년 이하의 징역에 처한다. 그와 상간한 자도 같다. 2항, 전항의 죄는 배우자의 고소가 있어야 논한다. 단, 배우자가 간통을 종용 또는 유서한 때에는 고소할 수 없다.
참고로 1905년4월20일 대한제국 법률 제3호로 공포된 형법대전(265조)은 간통한 유부녀 6개월 이상 2년 이하의 유기징역에 처한다고 규정했고, 1912년 4월1일 부터 시행한 조선형사령도 간통한 유부녀를 2년 이하의 징역에 처하였다. 
165) 헌법재판소는 2015년2월26일 형법 제241조(간통)에 대해 위헌 결경을 내렸다. 7명의 재판관(박한철, 이진성, 김창종, 서기석, 조용호, 김이수, 강일원)은 위헌으로   2명의 재판관(이정미, 안창호)은 합헌으로 의견을 내면서 “간통죄를 규정한 형법241조는 국민의 성적 자기결정권, 사생활의 자유를 침해하는 것으로 헌법에 위반된다.”며 위헌 결정을 선고하였다.
166) 망령된 생각으로 인하여 나타난 대상을 실제로 알고 집착하는 일이라는 불교 용어인데 여기서는 보고 듣고 느끼는 사회적인 영향으로 썼다.
167) 배동환은 1975년 부터 25년간 미국에 살면서 800여명의 여성과 성관계한 경험을 바탕으로 2001년 ‘오 마이 섹스’라는 책을 펴냈다.


박선우 (박선우태권도장 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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