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수의 부활, 인류의 소망이다
보스톤코리아  2007-04-10, 08:09:58 
이문장 목사 (고든·콘웰 신학교 교수/밀알 한인교회 목사)


다시 예수의 부활을 기억하는 절기입니다. 예수께서 죽으셨다가 다시 살아난 사건은 인류 최대의 기쁜 소식이 아닐 수 없습니다. 부활 사건은 모든 인생의 궁극적 문제를 해결하신 우주사적인 쾌거이기 때문입니다. 예수 부활의 진의를 깨닫고 우리 모두 그 동안 버거웠던 삶의 짐을 내려놓고 홀가분한 마음을 되찾게 되기를 바랍니다.  
첫째로, 예수의 부활은 본향으로 복귀하신 것입니다. 예수께서는 본래 하늘에서 하나님과 함께 사셨던 분이십니다. 이 세상에 잠시 머물다가 다시 '나의 살던 고향'으로 귀환하셨습니다. 그 과정이 부활입니다. 우리가 예수의 부활을 기념하는 것은 예수의 귀향(homecoming)을 기념하고 축하하는 것입니다.
부활을 통해 보여주신 예수의 '가심'은 우리에게도 본향에 대한 비전을 열어주었습니다. 예수께서 죽으신 다음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고 하면, 우리는 '죽음 이후'에 대해 명쾌하게 알지 못했을 것입니다. 하지만 예수는 죽었다가 다시 살아났고, 우리에게 앞으로 죽은 다음에 가게 될 본향을 볼 수 있게 해 주었습니다.
얼마 전 필자의 강의를 듣는 학생의 아버지가 하나님의 부름을 받았습니다. 그런데 공교롭게도 그 주에 그 학생이 발표해야 할 주제가 '죽음 이후의 삶과 영생'이었습니다. 아버지가 병원의 중환자실에서 언제 돌아가실지 모르는 긴박한 순간에 그 학생은 '죽음 이후의 삶과 영생'이라는 주제로 페이퍼를 작성하고 있었습니다. 그러면서 기이한 느낌을 받았다고 했습니다. 기독교인으로 살면서 '죽음 이후의 삶과 영생'이란 주제를 그렇게 진지하고 실감나게 묵상해 본 적이 없었다고 했습니다. 아버지의 죽음이 목전에 와 있는 상태에서 부활과 영원한 세계를 묵상한 것이 자기에게 진짜 소망을 주었다고 울먹이면서 발표하던 그 학생의 모습이 지금도 눈에 선합니다. 우리가 평소에는 잘 의식하지 못하고 살지만, 죽음과 부활과 영생이 우리에게 직접적이고 실제적인 문제가 아닐 수 없음을 새삼 실감할 수 있었습니다.
예수의 부활을 알고 믿는 사람은 소망이 있습니다. 죽음이 끝이 아님을 알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이 세상 삶의 끝을 보며 사는 사람들이 아닙니다. 죽음 이후의 세계, 영원의 세계, 하늘의 세계도 보면서 살아야 합니다.
둘째로, 예수 부활은 하늘 나라 가는 길에 대한 실물 교육입니다. 예수의 부활은 우리를 교육하고 깨우치려는 목적이 있습니다. 예수께서 '죽음 이후의 모습' 즉 부활하신 모습을 사람들에게 그렇게 공개하신 것에는 깊은 뜻이 담겨 있었던 것입니다. 예수께서는 부활하신 후 조용히 사라지실 수도 있었습니다. 하나님 계신 영원 세계로 은밀하게 귀환하실 수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그렇게 하지 않았습니다. 그 이유는 예수께서 부활하셨다는 사실은 제자들을 통해 이 땅 온 인류에게 전해져야 할 소식이었기 때문입니다. 예수께서는 실물 교육 차원에서 부활하신 모습을 공개하셨던 것입니다.
예수 부활을 공개한 것은 우리에게 무슨 의미가 있을까요? 그것은 이 세상을 하직하고 떠나는 과정을 실물로 깨닫는 것입니다. 모든 인간이 세상에 태어나는 과정은 동일합니다. 어머니 뱃속에서 10개월을 지낸 후 이 세상에 나옵니다. 그래서 이 땅에 '오는 것'에 대해서는 어느 정도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 땅을 떠나 '가는 것'에 대해서는 의견이 분분합니다. 저승으로 가는지, 황천으로 가는지, 아니면 돼지로 다시 태어나는 것인지 갖가지 설(說)이 존재합니다.
예수의 부활은 '가는 것'을 명쾌하게 밝혀줍니다. 어머니의 산고를 거쳐 생명이 태어나는 것처럼, 예수의 부활은 죽음의 고통을 거쳐 영원한 생명으로 들어가는 모습을 가시적으로 보여주신 것입니다. 온 인류가 이 세상에 태어나는 과정이 동일하듯이, 온 인류가 가는 길도 동일하다는 사실을 알려주신 것입니다.
셋째로, 예수 부활은 죽음을 이기게 해 주었습니다. 죽음은 모든 사람에게 공포의 대상이 아닐 수 없습니다. 예수께서 십자가를 지고 골고다로 향하실 때 예루살렘 여인들이 슬피 울었습니다. 죽음은 종말이요 고통이기 때문입니다. 오늘 우리에게도 죽음은 쉬운 문제가 아닙니다. 앞서 언급한 학생의 경우처럼, 성숙한 신학생의 입장에서 아버지의 죽음을 바라보면서 통곡을 할 수 밖에 없는 것이 우리의 정서입니다.
하지만 예수의 부활은 죽음에 대한 전통적 두려움을 뒤집어 놓으셨습니다. 더 이상 죽음은 공포와 두려움의 대상이 아닙니다. 죽음은 부활을 체험하기 위한 과정에 지나지 않습니다. 죽음은 부활을 위한 예비 과정인 셈입니다. 산모들이 분만의 고통을 알면서도 그것을 기꺼이 감내하는 이유는 그 이후에 있을 새 생명의 탄생에 대한 기대와 환희가 있기 때문입니다. 그와 마찬가지로, 죽음 이후에 이어질 영원한 생명으로 들어가는 부활에 대한 기대와 환희가 있어서 죽음의 고통을 능히 이기게 됩니다.
제자들이 예수의 부활을 두 눈으로 목격한 다음 일어난 변화가 바로 그것입니다. 죽음이 더 이상 공포의 대상이 되지 못했습니다. 당연히 있어야 할 혹은 반드시 거쳐야 할 하나의 통과 절차 정도로 여겨졌을 뿐입니다. 이것이 기독교 신앙의 핵심이다. 부활을 기대하는 제자들은 죽음 앞에서 비장한 각오를 할 필요도 없었습니다. 자기들도 죽으면 예수처럼 다시 부활하고, 다시 나타날 것이고, 그리고 예수께서 가신 곳으로 뒤따라 갈 것임을 확신했기 때문입니다.
사도 바울은 빌립보서 1장 23절에서 "떠나서 그리스도와 함께 있을 욕망"을 말합니다. '떠난다'는 말은 이 세상을 하직하는 것입니다. '그리스도와 함께' 있으려면 죽어야 합니다. '나는 죽고 싶다'는 말입니다. 바울에게는 죽음의 고통이나 공포 따위는 안중에도 없습니다. 오히려 그리스도와 함께 있고 싶은 '욕망'을 말합니다. 서둘러 이 세상을 떠나고 싶은 마음이 간절하다는 뜻입니다. 부활에 대한 비전이 바울 사도의 의식 속에 생생하게 살아 약동하고 있음이 느껴집니다. 이렇게 예수 부활은 죽음을 극복하게 합니다. 차라리 죽음을 기다리며 살게 만들기도 합니다.
넷째로, 예수 부활은 우리로 하여금 이 땅에서 수고하며 살게 만듭니다. 부활을 알고 기대하며 이 세상을 사는 사람은 결코 주어진 삶을 무시하거나 대충 살지 않게 됩니다. 오히려 정 반대입니다. 즉 부활에 대한 비전은 우리로 하여금 이 땅에서 치열하게 살도록 만들어 줍니다. 빌립보서 1장 22절에서 사도 바울은 부활의 비전을 품고 이 땅을 살아가는 사람의 마음 자세가 어떤지 간명하게 드러내 줍니다: "만일 육신으로 사는 이것이 내 일의 열매일진대 무엇을 가릴는지 나는 알지 못하노라." 부활의 비전을 품고 사는 사람에게는 사명감도 만만치 않게 강렬합니다. 여기의 "내 일의 열매"란 '내 수고의 열매' 혹은 '내 노동의 열매'입니다. 부활의 비전을 가진 사람은 이 땅에서 수고하고 노동을 하며 삽니다. 그래서 열매를 맺습니다.
부활의 비전을 품고 이 땅을 사는 사람들은 이 세상을 억지로 견뎌야 할 고해의 바다로 이해하지 않습니다. 일장춘몽의 허무한 인생으로 결코 한탄하지도 않습니다. 이 세상의 삶은 우리에게 주어진 일터입니다. 노동을 하고 수고를 해서 열매를 맺어야 하는 일터요 농사를 짓는 밭입니다. 산모가 분만의 수고(labor)를 하는 것처럼, 부활의 비전은 우리로 하여금 이 세상에서 열매를 맺기 위한 수고(labor)를 하도록 만듭니다. 그래서 부활 신앙은 억척스런 사람을 만들어 줍니다. 불굴의 믿음과 강인한 정신을 놓지 않고 살게 만들어 줍니다.
의견목록    [의견수 : 0]
등록된 의견이 없습니다.
이메일
비밀번호
"신독(愼獨)" 혼자 있을 때에도... 2007.04.10
시인 신영은 월간[문학21]로 등단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다. 한국[전통문화/전통춤]알림이 역할을 하고 있다. 부모라는 이름은 가정이라는 작은 공간에서의 큰..
명문고교탐방 - Phillips Academy 2007.04.10
필립스 아카데미는 1778년 샤무엘 필립스에 의해 남자 학교로 처음 설립 되었다. 오랜 역사와 전통을 유지하면서 오늘날 필립스가 미국 최고 학교가 되기 까지는 많..
부활절 아침에 듣는 닭울음소리 2007.04.10
조태연 (보스톤 중앙교회 담임) 내 어릴 적 마당 뒤꼍으로는 허름한 닭장이 있었다. 따스한 봄날이나 여름철에는 언제나 닭장 문을 열어 순진한 닭들을 풀어..
예수의 부활, 인류의 소망이다 2007.04.10
이문장 목사 (고든·콘웰 신학교 교수/밀알 한인교회 목사) 다시 예수의 부활을 기억하는 절기입니다. 예수께서 죽으셨다가 다시 살아난 사건은 인류 최대의..
[이민개혁안 비교] 하원 상정 이민개혁안 요약 2007.04.10
몇주전 상원에 의해 서류 미비 청소년을 위한 이민 개정안이 상정됐다는 소식을 전해 드렸습니다. 이에 발 맞쳐 지난 22일 양당 하원은 또 다른 이민 개정안 (S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