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스톤 미림식품 너마저...
보스톤코리아  2015-11-12, 22:30:13 
올스톤의 이정표와 같았던 미림식품이 연말에 문을 닫고 그 자리는 중국계의 손으로 넘어간다. 미림 앞에는 보스톤이 1.8마일 남았다는 올스톤의 이정표가 있다.
올스톤의 이정표와 같았던 미림식품이 연말에 문을 닫고 그 자리는 중국계의 손으로 넘어간다. 미림 앞에는 보스톤이 1.8마일 남았다는 올스톤의 이정표가 있다.
(보스톤 = 보스톤코리아) 장명술 기자 ­= 올스톤 지역 첫번째 한인상점이었던 미림 식품이 올해 말께 문을 닫는다. 미림식품의 자리에는 중국계 업체가 들어설 예정이다. 이와 함께 미림 식품은 16일부터 재고정리 전품목 10% 세일을 시작할 예정이다. 

보스톤의 한 지역구인 올스톤 미림 식품 박헌정 대표(70)는 9일 “올해 말까지만 미림식품을 운영할 것이며 현재 남아있는 물건들은 모두 세일을 통해 판매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뉴잉글랜드 지역의 최초 식품점인 미림은 1971년 문을 연 이래 주인이 바뀌면서 명맥을 유지했지만 결국 44년만에 사라지게 될 전망이다. 박 대표는 지난 91년 5월 1일 인수해 24년간 미림을 운영해 왔다. 

미림식품은 한인 식품점의 효시였을 뿐만 아니라 작은 한인타운이라 불리는 올스톤의 시초가 된 첫 번째 한인 상점이라는 면에서 의미도 컸다. 현재 하버드 애비뉴를 중심으로 한 올스톤에는 약 30여개가 넘는 한인 식당, 미용실, 커피숍, 택배, 부동산 등 사업체들이 성업중에 있다. 

미림식품은 지난 2009년 9월 25일 H 마트가 벌링톤에 입점한 이래 문을 닫는 9번째 매사추세츠 식품점이다. H 마트가 입점한 후 아직도 남아 있는 식품점은 서머빌의 릴라이어블, 로렌스의 신신식품, 그리고 에이어의 청계식품이다. 이들은 어느 정도 규모를 갖춘 식품점들이다.
2009년 9월 25일 H마트 벌링톤 점이 문을 열었을 때 밖에서 줄을 서서 기다리는 한인들. 사실상 이는 소규모 식품점들에게 타격을 주기 시작했다
2009년 9월 25일 H마트 벌링톤 점이 문을 열었을 때 밖에서 줄을 서서 기다리는 한인들. 사실상 이는 소규모 식품점들에게 타격을 주기 시작했다
 
미림식품 박대표 부인 홍현숙 씨는 “2009년 H 마트가 들어서면서 가장 큰 타격을 받았다. 그러나 그 이후 곧바로 상당부분 매출이 회복됐었다. 그러나 H 마트 케임브리지점이 들어서면서 또 한번의 타격을 받았다”고 털어놨다. 

그러나 가장 한인학생들이 많이 거주하는 지역인 올스톤의 미림식품을 폐업으로까지 끌고 간 것은 한국식품의 보편화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과거 한국 식품점에 가야만 구입할 수 있었던 한국식품은 이제 미국마켓에서도 상당부분 접할 수 있다. 웨그먼스 벌링톤점의 경우 아시안 식품을 한 진열대에서 팔고 있으며 이중 3분의 1이 한국식품이다. BJ, 코스코 등도 점차 한국식품 취급품목을 늘리고 있다. 

웨그먼스 본사의 소비자 상품 담당 로버트는 “벌링톤 매장의 경우 한국 상품에 대한 소비자들의 구매가 활발하기 때문에 다른 지역에 비해 더 많은 한국식품을 배정하고 있다”고 밝혔다. 로버트는 프라이버시를 이유로 성을 밝히기 거부했다. 

한국식품점인 H마트에 상당수의 손님을 뺏긴 중국 대형 슈퍼들도 앞다투어 한국식품을 진열하고 있다. 퀸지 소재 캄만 마켓은 2개의 진열 란을 한국식품으로 채우고 한국 소비자의 발걸음을 잡고 있다. 슈퍼 88도 상당수 한국 식품을 취급하고 있다. 

심지어 보스톤의 대중교통의 하나인 버스의 뒷면 광고에도 신라면의 광고가 들어갈 정도다. 한류바람을 타고 한국식품의 보편화가 상당부분 진전되고 있다는 것으로 볼 수 있다. 따라서 과거처럼 한국식품만 취급하는 소규모의 식품점의 경우 사업환경이 점점 나빠질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버스 뒤 광고판에 신라면 광고가 실릴 정도록 한국 음식은 보편화 됐다
버스 뒤 광고판에 신라면 광고가 실릴 정도록 한국 음식은 보편화 됐다
 
미국의 대형 슈퍼와 경쟁력을 갖춘 H마트의 등장, 그리고 미국 슈퍼들의 한국식품 판매가 늘어나면서 문을 닫은 소규모 한국식품점은 올스톤의 청정마켓, 뉴튼의 진미식품, 월댐의 대한식품, 프레밍햄의 아시나요식품, 에이어의 우리식품, 뉴햄프셔 샐럼의 은혜식품, 보스톤 다운타운의 체리마켓이다. 

미림식품의 폐업결정을 두고 가장 아쉬워 하는 사람들은 올스톤 거주 한인들과 학생들이다. 필요하면 언제든지 걸어가 식품을 구입할 수 있는 장소가 이제는 사라지기 때문이다. 한진택배 이상우 사장은 “올스톤의 이정표와 같은 미림식품이 사라진다는 것이 믿기지 않는다”고 아쉬워했다. 한국가든의 하경남 씨는 “언제든 급히 재료가 필요할 때 바로 사서 사용할 수 있는 편리한 식품점이 사라진다”며 또한 아쉬움을 표했다. 

박헌정 대표는 “그동안 사랑해주신 고객분들께 감사드린다. 미림의 폐업으로 불편함을 겪게될 학생들, 그리고 주변 식품점들에게는 미안함을 느낀다”고 밝혔다. 9일 폐업을 알리는 홍현숙 씨의 눈시울은 어느새 붉어져 있었다. 

미림식품은 배덕윤 씨가 지난 1971년 개업했다. 뉴잉글랜드 한인사에 따르면 배덕윤 씨는 60년대에 NEC에서 성악과 지휘를 전공하고 한국 관현악단을 창단하기도 했었다. 개업 초기 배덕윤씨는 뉴욕으로 가서 쌀과 김치 등 기본적인 한국식품점을 구입해 왔고 일본식품을 더 많이 취급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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