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 재미난 지옥, 미국은 심심한 천국”
보스톤코리아  2015-10-08, 23:26:47 
(보스톤 = 보스톤코리아) 함요한 기자 = 모국인 한국을 떠난 후 13년만에 처음으로 조국의 땅에 발을 디뎠다. 한국을 떠날 당시12살, 부모님 손에 이끌려 미국을 향하는 비행기에서의 마지막 장면은 2002 한일 월드컵 이였다. 조국의 마지막 장면으로 기억하면서 가기 싫은 미국을 부모님 손에 이끌려 비행기에 탑승했었다.

13년이란 세월이 지난 25살의 나이에 방문한 한국은 마치 초등학교 친구와 다시 마주친 것처럼 어색하지도 않았고 해외 여행할 때 느끼는 새로움도 없었다. 아마도 항상 한국이 내 나라, 내 집이라고 생각했기에 고향을 찾는 향수같은 느낌이었다. 보통 해외 여행 중 길을 잃으면 막막해지고 무서움이 몰려오지만 한국은 언제 어디서 길을 잃어도 다시 찾을 수 있을 것만 같은 자신감이 있어 오히려 편안했다.

인천공항에서 서울까지 가는 중 ‘정말 이곳이 한국인가’라는 생각을 몇 번이나 반복했다. 마치 미국으로 떠날 때 ‘정말 한국을 떠나는 건가’라는 생각을 반복했던 것과 같았다. 십년이 넘도록 오고 싶었던 한국은 내가 상상했던 한국의 그 이상 그 이하의 모습도 아닌 떠나기전 그 모습 그대로였다.

서울에 들어가면서 조금씩 한국이라는 것을 바로 느끼게 해준 것은 봉고 트럭이었다. 미국에서는 전혀 찾아 볼 수 없는 봉고 트럭은 한국 트럭의 전형적인 모습이다. 봉고트럭은 초등학교를 다니면서 트럭 뒤에서 과일 장사를 했던 아주머니, 아저씨들의 모습을 연상케 해 무의식적으로 트럭의 모습을 좀 더 자세히 관찰했던 것 같다.

서울은 뉴욕과 비슷한 분위기를 가지고 있다. 아무래도 많은 도시를 보지 못한 나이기에 모든 도시들이 똑같이 느껴질 수 밖에 없었다. 끊임없이 경적을 울리는 택시들과 길거리에 덕지덕지 붙어져 있는 상가 안으로 치맥(일명 치킨과 맥주), 커피숍, 분식점, 부동산 들은 감히 셀 수 없을 정도로 많았다. 편의점 또한 걸음거리 5분마다 위치해있어 속으로 ‘이렇게 많은 편의점이 필요할까, 또는 옆집과 경쟁이 되진 않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한국의 지하철은 확실히 보스톤 지하철과 비교하면 더 깔끔하고 현대적이다. 지하철역에는 어렸을 적 볼 수 없었던 유리벽이 생겨진 것을 볼 수 있었다. 술에 만취한 사람들이 발을 잘못 디뎌 앞으로 떨어지는 것을 막기 위해 설치되었다고 생각했다.

지하철을 타면서 한국이 많이 변했다는 것을 느끼게 해준 것은 외국인들의 모습이었다. 어렸을 적에 아주 가끔 볼 수 있었던 외국인들의 모습이 백인, 흑인, 중국인 할 것 없이 흔해진 것을 볼 수 있었다. 물론 한국이 아시아 관광국중 한 곳이 된 것도 있지만 영어와 중국어를 가르치려고 온 외국 학생들이 많아졌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서울의 중심을 지나 2호선은 동대문, 강남, 영등포, 홍대, 신촌 등 다른 철도를 이어주는 노선이기에 항상 사람들이 붐빈다. 2호선의 상징 색은 녹색이다. 그 부분에서 보스톤의 그린라인과 많은 부분이 일치해 헛웃음이 나왔다.

서울의 부촌, 남서울이라 불리는 강남은 현대적이고 세련된 빌딩들이 많이 세워져 있는 것을 볼 수 있는데 대부분의 빌딩은 성형외과 전문점이었다. 특별히 강남구 압구정동과 신사동에는 얼굴에 마스크를 쓰고 다니는 중국여성의 모습을 흔히 볼 수 있었고 성형외과 빌딩 주위에는 공항 스튜어디스와 비슷한 유니폼을 입은 성형외과 직원들의 모습도 발견할 수 있었다.

강남에 비해 초등학생 시절을 보내온 강북 도봉구는 13년전에 비해 크게 달리진 모습은 볼 수 없었다. 오히려 마치 어제 왔던 것처럼 아파트 단지부터 초등학교 길거리는 13년 전의 모습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어 한걸음 한걸음 걸으면서 초등학교 등교 시절의 추억이 되살아나곤 했다. 아울러 초등학교 앞에 위치한 상가 안 문방구와 주인 아주머니 또한 바뀌지 않아 내(자신) 나이만 들었지 자라왔던 동네는 마치 시간이 멈춰져있는 듯한 인상을 심어줬다.

서울의 칼리지 타운인 홍익대학교(일명 홍대)와 신촌거리는 젊은이들의 기와 영혼이 충만한 거리였다. 주말에는 홍대 시내거리 왼쪽, 오른쪽 과 가운데 상관없이 모두 20대 청년들로 붐볐으며 대부분이 모자, 셔츠, 바지, 신발까지 맞춰 입은 커플들이었다. 신촌은 먹자골목으로 유명해 이리 저리 치맥집들과 술집들이 눈에 띄었으며 홍대는 놀자 골목으로 젊은이들의 클럽이 많이 위치해 있었다. 시내거리의 가게들의 실내장식과 오밀조밀 꾸며놓은 장식들은 섬세하고 서정적이다. 이런 부분은 오직 한국사람만이 생각할 수 있다는 장점이라고 감히 생각해보았다.

최근 한국은 힙합의 유행으로 많은 젊은이들이 힙합패션으로 옷을 입고 다니며 홍대의 길거리에서는 길거리 공연(힙합 춤, 랩)을 구경할 수 있다. 이외 명동, 동대문, 영등포 타임스퀘어, 경복궁, 남산타워 등 많은 곳들을 구경하며 많은 생각이 들었다.

하룻밤은 시차적응 때문에 잠이 오질 않아 새벽 세 시경 산책 겸 바람을 쐬러 걸었던 밤이 있었다. 시내에는 택시들이 꾸준히 오갔으며 포장마차에서 소주병을 기울이는 몇몇 사람들도 보였다. 감자탕 집에서 술이 만취해 친구들이 말리는데 불구하고 굳이 운전을 하며 떠나는 젊은 여성과 사거리 앞에서 몇 개 남지 않은 밤과 옥수수를 억지로 팔려고 하는 할머니도 목격했다.

한 시간 정도 걸으면서 사람들을 관찰하고, 이른 새벽에 상가를 청소하는 할머니를 보고 깊은 생각에 빠졌다. 나는 한국사람들은 어떤 낙으로 하루하루를 살아가는지 궁금해졌고 한국에 사는 사람들 대부분이 행복할까라는 질문과 함께 한강다리를 조용히 혼자서 걸었다. 나는 이 생각이 유치하고, 질문의 답을 절대 알 수 없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렇지만 내 조국에 사는 사람들은 어떤 생각과 정신으로 살아가는지 궁금해서 내가 만약 한국에 계속 거주했었으면 저들과 함께 묻혀서 살아갔었을 것인지에 대한 생각도 머리를 맴돌았다.
해가 뜰 겸 숙소로 돌아와 눈을 붙이려는 즈음, 예전에 미국에 적응하지 못하고 한국으로 돌아간 대학생 친구의 말이 살짝 머리를 스쳐갔다. “한국은 재미난 지옥, 미국은 심심한 천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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