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철언, 남북 신뢰프로세스 무슨 말인지 모르겠다
보스톤코리아  2015-09-10, 22:52:10 
9일 BU 경영대 M 콘서트에서 강연하고 있는 박철언 전 장관
9일 BU 경영대 M 콘서트에서 강연하고 있는 박철언 전 장관
(보스톤 = 보스톤코리아) 장명술 기자 ­= 지도자들에게 가장 중요한 덕목 중의 하나는 미래에 대한 비전이다. 지도자들의 비전은 고통이 수반된다. 비전으로 인해 그 국가의 미래가 결정되지만 그 당시에는 당장 효력이 나타나지 않으므로 비판에 노출될 가능성이 많다. 

2015년 현재 중국과의 교역량은 한국 교역량의 25%를 차지한다. 미국은 11%, 일본은 8%에 불과해 양국이 합친 교역량을 넘어선다. 러시아 및 동구권과의 교역량을 합친다면 더 늘어날 것이다. 이 같은 성장의 텃밭을 닦은 것이 바로 북방 외교였다. 

한국은 분명 선진국 언저리에 와있다. 그럼에도 한반도 정세는 불안하기만 하다. 격변하는 동북아에서 한국의 외교가 좌충우돌하며 좀처럼 주체적인 외교의 무게중심을 잡지 못하고 있다. 2012년 한반도 주변 동북아의 정세가 급격히 요동을 쳤다. 박근혜 당선, 시진핑 체제 출범, 아베 정권의 출범, 그리고 오바마 대통령의 2기 출범이 이뤄지면서 위기가 태동했다. 

정확히 100년전 한국은 세계 판세를 읽지 못하고 나락으로 떨어졌다. 일본은 세계의 중심이 유럽과 미국 중심에 있음을 알고 메이지 유신을 통해 나라의 기틀을 닦았지만 중국은 세계가 자기 중심인 것으로 착각했다. 한국은 중국만 바라보다 결국 청일전쟁으로 인해 실상을 깨달았다. 100년 후 한반도는 같은 역사의 위기에 놓여있다는 것이 박철언 전 장관의 지적이다. 

북방외교의 비전을 가진 것은 노태우 대통령이었다면 이 목표를 구체적인 실행에 옮긴 주역이 바로 박철언 전 장관이다. 서방 뿐만 아니라 공산권까지 아우르는 전방위 세계외교 그리고 북한에 대한 포용정책을 실질적으로 이끌어 낸 장본인이다. 북방외교를 수행하며 42차례의 남북회담을 진행했으며 그중 20번 북한을 밀사로 휴전선을 넘었다. 밀사는 북한에서 죽어도 아무런 흔적이 남지 않기에 방문할 때마다 유서를 썼단다. 

하지만 비난은 거셌다. ‘밀사외교’, ‘용공외교’ 등의 지적을 받았다. 노태우 대통령은 ‘물태우’, ‘가발쓴 전두환’ 등의 비난을 받았다. 하지만 지금도 그렇게 지적할 수 있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박근혜 정부의 중국 전승절 참가는 어려운 결단이었지만 잘한 일이라고 평가한 박전 장관. 9일 강연회에서 강연하는 모습
박근혜 정부의 중국 전승절 참가는 어려운 결단이었지만 잘한 일이라고 평가한 박전 장관. 9일 강연회에서 강연하는 모습
 
9일 강연차 보스톤 대학을 방문한 박 전장관을 만났다. 73세의 나이가 느껴지지 않을 정도로 건강한 모습이었다. 시차로 밤새 한숨도 못잤지만 피곤함이 전혀 묻어나오지 않았다. 사건의 날짜까지 고스란히 기억하는 날카로운 기억력도 인상적이었다. 

▶ 한반도는 목함지뢰사건으로 일촉즉발 사태까지 갔다가 대화로서 긴장을 완화했다. 여기에 대한 견해는 
남과 북의 일종의 기싸움에서 정말 오랜만에 남측이 이긴듯 하다. 그러나 북한으로 봐서는 따지고 보면 본전이다. 우리가 특별히 얻어낸 것은 없다. 유감 표시만 했지만 북측의 도발 방지에 대한 아무런 보장이 없다. 어쨌든 북쪽은 실질적인 핵 미사일 강국으로 확실히 등장하기 위해 1-2년의 시간을 벌어냈다. 북한은 도발을 통해서 예컨데 5.24 조치 완화, 금강산 관광의 재개 등 경제적 이익을 얻어내는 실속만 차리면 됐다.  
북한은 핵 미사일로 무장한 나라로 서방에서도 10-20개 정도의 핵탄두를 가지고 있다고 본다. 경량화 해서 핵탄두 핵무장 국가로 등장하게 되면 미국도 핵보유 반대에서 반출 금지 관리 방향으로 전환하게 될 것이다. 미국은 유일 패권 체제를 유지하기 중국을 견제, 포위하는 C자 전략을 사용하고 있다. 일본 –인도까지 연결하는 C자 형 미사일 방처체제(MD)를 구축하고 있는 것이다. 그렇게 두고 본다면 핵안보 위기는 증대되며 속수무책의 상황이 되는 것이다. 

▶ 박근혜 정부의 남북관계 정책의 기조는 신뢰 프로세스를 기반으로 하고 있다. 북한의 핵페기를 위한 남북관계 및 동북아 외교는 어떻게 진행 되어야 하는가 
박근혜 정부의 신뢰 프로세스는 솔직히 무슨 말인지 모르겠다. 북한이 핵을 포기 하는 일은 어렵다. 우리는 핵 폐기가 1차적인 목표이기 때문에 북한을 압박을 하되 새로운 활로를 열어줘야 된다. 김정은 체제의 활로를 열어주는 것은 다음의 3가지 방법으로 진행해야 한다. 김정은 체제를 보장하고, 미국 일본 서방과 외교 관계를 맺어 서방의 대폭적인 경제적 지원을 약속하면서 “이 활로를 가라. 그렇지 않으면 고사 될 것이다”라는 압박을 가해야 한다. 5.24 조치도 해제해야 한다. 
특히 중국이 압박을 가해줘야 한다. 중국이 없으면 압박은 의미가 없다. 왜냐하면 북한이 연료의 90%, 북한 무역의 89% 식량 부족분의 20% 이상을 중국에 의존하기 때문이다. 중국이 작심하고 압박을 가하면 북한이 엄청나게 어려운 지경에 이르게 된다. 그러나 중국은 북한이 핵을 보유하는 것을 원치는 않지만 미국 C자형 전략을 대비해 전략적 자산인 북한과 손을 잡고 있어야 한다. 
북한이 중국의 전략적 자신이 되는 것을 끊기 위해서는 박근혜 대통령이 오바마 하고도 담판을 해야 한다. 미국은 북한 핵에 대해 전략적 인내라고 하고 있지만 실제로는 무기력한 방치를 계속 하고 있다. 
오바마에게 북한의 핵문제가 해결될 때까지 미국의 전술핵을 365일 상시 배치를 요구해야한다. 그렇지 않은 경우 핵개발을 할 수 밖에 없다는 담판을 해야 한다. 아시아에서는 중국을 핵심국으로 인정해서 중국 태평양 진출을 용인해서 미국의 MD체제를 완화하는 수정 전략을 펴야 한다. 

▶ 박근혜 정부는 전승절 행사 참석 및 열병식 참석으로 친중국 외교를 강화했다. 10월 중순 미국을 방문한 박근혜 대통령은 중국외교 강화에 대한 답례로 선물을 해야할 것이다. 그것이 사드배치일 수도 있다. 그렇다면 중국의 심기를 건드리는 딜레마에 처하지 않겠는가.
중국과 유대를 강화하고 미국 동맹을 튼튼하게 유지해야 한다. 아직은 우리의 안보가 가장 중요하다. 미국의 돈을 들여서 사드를 배치한다고 하면 당연히 받아들여야 한다. 이같은 입장을 취하면서 중국과 담판해야 한다. 사드는 한국의 안보를 위해 불가피 한 것이 아니냐. 중국이 북한에게 실질적인 압박을 가해서 핵미사일을 포기하게 하라. 그렇다면 우리는 사드를 배치하지 않는다. 북한의 핵개발이 저지되지 않으면 한국 자체 핵개발도 진행할 수 있다. 이렇게 중국의 시진핑, 미국의 오바마와도 치열하고 조용한 담판을 벌여야 한다. 모든 것을 통틀어 동시에 풀어가야 한다. 

▶ 박근혜 정부는 통일은 대박이다고 하지만 남북은 실제적으로 의미있는 대화를 진전시키지는 못해왔다. 대북정책에 대해 평가해 달라. 
박근혜 정부가 드레스덴 구상이니 동일 통일의 모델이니 흡수통일을 추진하는 듯한 발언은 자제해야 한다. 이는 북한을 점점 자극하는 이야기다. 북한 체제의 활로를 열어주어야 한다. 1989년 9월 11일 우리는 한민족 공동체 통일방안을 이야기 했다. 평화롭게 공존하며 내정 간섭없이 남북 연합을 이뤄 평화 통일을 이루자는 것인데 이런 접근과도 맞지 않는다. 
박근혜 대통령은 현재 중대한 국가 위기 상황에서 대통령 직을 수행하고 있다. 따라서 비상한 통큰 결단을 해야 한다. 남북 공동 번영과 평화통일을 위한 선언이다. 북한이 검증가능한 방법으로 핵을 폐기하고 중국과 미국에 압박해야 한다.  

▶ 노태우 정부의 북방정책은 어언 25년이 지난 지금 재평가해야 한다는 소리가 높다. 사실상 먼 훗날을 목표로 정책을 입안하여 추진하기는 쉽지 않았을 것이다. 북방정책의 입안자로서 왜 북방정책을 추진하게 됐는가. 또 한국의 보수층의 반대, 미국의 압박도 적지 않았을 것인데 어떻게 극복했는가. 
노태우 정부의 북방정책은 우리 정부의 우리 민족이 주체가 돼서 우리의 외교와 경제활동의 영역을 넓혔던 유일한 정책이다. 100여개 서방 자본 주의 국가만을 상대로 한 반쪽 외교에서 전세계를 공산권 39개 나라와 전방위 외교를 추진한 정책이다. 1989년 2월 1일 헝가리와의 수교를 필두로 1992년 8월 중국과의 수교로 대미를 장식했다. 이로 인해 오늘날 한국의 외교지평, 경제 지평은 물론 국민의 활동 무대도 넓어졌다. 중국의 교역량이 미국과 일본을 합한 것보다 많아졌다. 그래서 노태우 시대는 재평가 되어야 마땅하다고 본다. 
북방정책의 또 한가지는 대북포용정책이었다. 대북밀사로 20여차례 북한을 넘어가서 남북기본합의서, 비핵화 공동선언을 이끌어 냈다. 
당시 미국에서는 너무 앞서간다고 은근 슬쩍 우리를 견제했다. 극우 보수층도 대단히 반대했다. 당시 언론뿐만 아니라 국회에서도 박철언이 용공외교, 말사외교, 밀실외교를 한다고 그야말로 난도질을 당했었다. 그러나 대통령의 강력한 뒷받침으로 실무책임자였던 제가 줄기차게 할 수 있었기에 그 대업을 이뤄낼 수 있었다. 

▶ 최근 박근혜 대통령이 중국의 전승절 행사에 참여하는 등 중국과의 외교에 주안점을 두고 있다. 한국이 친중국 정책을 과감하게 추진하는데 대해 미국은 공식적으로 동의했지만 실제적으로는 불만의 목소리가 높다는 이야기도 있는데 
굉장히 어려운 결단이었지만 전승절 열병식 참가 결단은 참으로 좋은 것이었다. 우리가 통일을 이뤄내기 위해서는 중국과 가까워 지지 않으면 안된다. 남한과 미국의 튼튼한 유대가 유지 되는 가운데 북한이 급격하게 붕괴되어서 남측 주도 압록강, 두만강을 사이에 두고 통일되는 것을 중국은 결코 용인하지 않는다. 친미 정권이 자기를 향해 미사일을 대고 있으면 바로 안보상의 위해를 느끼기 때문이다. 6.25 전쟁때 인민군 수십만명이 내려온 것은 그것을 증명하고 있다. 
또한 지금도 북한의 주요 항만자원 지하자원은 중국에게 50년, 100년 임대차 해준 상태이기 때문에 중국이 자신들의 국민과 권리를 보호하기 위해서도 북한에 진주하지 않을 수 없다. 
그러므로 중국에 가서 골치 아픈 북한보다 남한하고 협조해서 통일하는 것이 더 낫겠다는 생각을 갖게 할 수 있을 때 통일은 이뤄질 수 있다. 통일 외교의 측면에서 보면 잘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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