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담객설閑談客說: 삼시세끼
보스톤코리아  2015-08-03, 12:17:14 
  한동안 습하더니, 흰구름이 떴다. 푸른 하늘과 사뭇 조화롭다. 더운 여름에 끼니는 챙겨드시고 계신지? 더위엔 삼계탕이 일품일 텐데, 뜨겁고 매운 육개장도 그럴듯 할게다. 건강을 각별히 챙기시길 빈다. 

  텔레비젼에 연예 프로중 '삼시세끼'가 있다. 그저 먹는 이야기이다. 아침에 눈을 뜨면 아침을 해먹고, 늦은 점심을 해 먹으며, 저녁을 준비해 또 먹는다. 끼니 중간에 잠시 텃밭에 나가 일하는 프로그램이다. 나라고 별로 다르지 않다. 아침 먹고, 점심 먹고, 저녁 먹고, 중간에 간식 챙겨 먹는다. 아아, 먹는 일이여. 밥을 버는 것도 어렵다만, 벌어 온 밥을 먹는 것도 벅차다. 뭐 그렇다고 내가 거식증이 있는 건 아니다. 오해 마시라. 삼시세끼 티비 프로를 보며 내 어머니가 하시던 말씀이 생각났다.  자주 말씀하시던 터. '오늘 저녁은 또 뭘해 먹나?' 하긴, 하루세끼 챙겨 줘야하는 건 만만치 않았을 게다. 아내도 같은 말을 입에 담을지도 모른다. 그래서 그런가 아직 일식一食이 이다만 그래도 아내에게 미안하다. 

  내게 하루 세 끼는 벅차다. 잠자는 시간을 빼고나면, 몇 시간 남지 않는데, 하루 세끼를 챙겨 먹으려니 하루종일 먹는 일 뿐인 듯 싶은 거다. 수저를 놓고 서너 시간 후면 또 먹어야 하니 말이다. 게다가 중간 중간에 커피며 과일이며 넣어 주어야 한다. 입과 위장이 쉴 날이 없다. 하루 두 끼만 먹고 사는 방법을 찾아야 할게다. 그렇다고 한번에 많이 먹어둘 수도 없는 일. 프랑스에 일 때문에 간 적이 있다. 방문했던 회사에서 점심을 같이 먹자고 했다. 회의를 끝낸 다음, 식당으로 몰려갔다. 음식은 더웠고, 음식 향은 깊고 두터웠다. 같이 주문한 와인맛은 음식과 잘 어우러졌다. 오고 가는 대화는 기름졌는데, 모두 음식과 음료가 뒷받침했더랬다. 문제는 점심시간이 너무 길었다. 무려 세 시간이 훌쩍 넘어 선 게다. 초대한 이가 말했다. '회사에 돌아가, 가방 챙겨서 퇴근한다'. 

  사족으로 붙인다. 한국에선 보이스 피싱이 창궐하는 모양이다. 미국에서도 다름없다. 나도 한번 괴이한 전화를 받았다. 처음 당한 일인지라 당황했을 적에, 다행히 저쪽에선 별말은 없었다. '고객님, 당황하셨지요' 라는 따위의 말 말이다. 내가 한마디 할 걸 그랬다. '밥은 챙겨 먹고 하는겨?' 라고 말이다. 내 옛친구가 말했다. '한 끼라도 건너 뛸 수 없다.' '인생에서 건너뛴 그날 그 끼니는 평생 다시 찾아 먹을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러니 끼니는 반드시 챙겨야 한다.' 말이 걸작인데, 먹는 자者의 능동적인 사고방식이다. 무슨 일을 하든지, 어떤 경우에라도 끼니는 건너지 말아야 한다. 밥이 제일의 보약이라 했던가. 

  글쓰는 김훈이 자주 하는 말이다. '먹고 사는 일에 적당히 긴장하면서 사는 게 건강한 삶이다.'  밥은 신성한 것이고, 남자는 돈을 벌어와야 한다고 말일 게다. 식솔들을 굶기지 않고 먹어야 하다는 말인즉. 그러나 저러나, 밥값은 못해도 밥은 꼬박꼬박 챙겨 먹어야 한다. 그래야 밥값하는 날을 기약할 수 있을 게다. 밥은 쌀나무(?)에서 나온다. 한 톨 쌀알도 귀하다. 그렇게 배웠다.

쌀 한 톨 앞에 무릎을 꿇다 
고마움을 통해 인생이 부유해진다는 
아버님의 말씀을 잊지 않으려고 
쌀 한 톨 안으로 난 길을 따라 걷다가 
해질녘 
어깨에 삽을 걸치고 돌아가는 사람들을 향해 
무릎을 꿇고 기도하다 
(쌀  한톨, 정호승)

 '집에 들어가시나 무리가 다시 모이므로 식사할 겨를도 없는지라' (마가 3:20)


김화옥  (보스톤코리아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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