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1세 한국 경찰관, 은퇴 기념 자전거로 미국횡단
보스톤코리아  2015-07-30, 22:03:41 
(좌) 올스톤을 찾은 이용신 씨, 여행길에서 만난 사람들의 응원 메시지가 적힌 대형 미국지도를 들고 있다 (우측 상단) 피크닉 테이블 위에 하룻밤 머물 텐트를 마련했다 (우측 하단) 뒷바퀴는 LA 태평양에, 앞바퀴는 롱아일랜드 주 대서양에 담근 이용신 씨
(좌) 올스톤을 찾은 이용신 씨, 여행길에서 만난 사람들의 응원 메시지가 적힌 대형 미국지도를 들고 있다 (우측 상단) 피크닉 테이블 위에 하룻밤 머물 텐트를 마련했다 (우측 하단) 뒷바퀴는 LA 태평양에, 앞바퀴는 롱아일랜드 주 대서양에 담근 이용신 씨
(보스톤 = 보스톤코리아) 유다인 기자 ­= 61세의 나이로 정년퇴직한 마포 경찰관이 꿈에 그리던 자전거 미국횡단에 나섰다. 홀로 나선 6천 킬로미터의 외로운 대장정이지만 도로에서 만난 낯선 이들의 온정을 느끼는 여행이 되었다는데.

지난 23일, 보스톤에 도착한 이용신(61) 씨는 가장 먼저 올스턴의 하버드 애비뉴를 찾았다. 일부러 남들이 가지 않은 루트를 선택해 인적이 드문 사막이나 산으로 다녔다는 이 씨는 본지와의 인터뷰를 통해 “한국 사람이 그리워 코리아타운을 첫 번째로 찾게 되었다”고 전했다.

이용신 씨는 약 5천 킬로미터를 달려온 자전거를 자랑스럽게 내보였다. 투박한 자전거는 미주 횡단에 나선 지난 두 달의 시간이 고스란히 녹아있는 듯했다. 

바퀴살은 몇 번이나 교체를 했는지 종류가 저마다 달랐고 미국 오기 전 새로 맞췄다는 유니폼은 엉덩이 부분만 헤진 상태로 자전거 한 쪽에 걸려 있었다. 싣고 다니는 물건까지 합하면 50킬로그램이 훌쩍 넘는 자전거는 이 씨의 교통수단이자 유일한 벗이다. 

어릴 적 쌀가게를 운영하던 부모님을 도와 쌀을 배달하러 다니면서 자전거를 배웠다는 이용신 씨는 경찰관이 된 후에도 자전거 타는 취미를 버리지 않았다. 이 씨는 자전거 동호회에 가입해 각종 대회에 참가하면서도 늘 ‘40년 경찰직을 마치면 은퇴 기념으로 자전거 미국횡단을 도전하겠다’는 꿈을 키워온 것이다. 

이 씨는 가족들의 든든한 응원에 힘입어 지난 5월 20일 로스앤젤레스에 도착해 시속 15킬로미터의 속도로 하루에 약 100킬로미터씩 달렸다. 밤이 되면 이 씨는 캠핑장에서 텐트를 치고 라면을 끓여먹기도 했으며 숙박시설이 없는 곳에서는 눈에 보이는 집에 무작정 찾아가 마당에 텐트를 칠 수 있는지 묻기도 했다.

이 씨는 “운 좋게도 가는 곳마다 (나를) 응원해주고 따뜻한 도움의 손길을 펼쳐주는 이웃이 있었다”며 함박웃음을 지었다. 

“망가진 자전거를 끌고 가던 나를 위해 한 미국인이 자신이 운전하던 방향과는 정반대 방향에, 그것도 100킬로미터나 떨어진 바이크 센터까지 라이드를 해줬다”고 회상하며 놀라움을 표했다. 

그 외에도 무료로 자전거를 수리해준 사람은 물론 낯선 한국인을 위해 자기 방을 내주고 아침 식사까지 준비해준 미국인도 있었다고.

“긴 여행 속에 미국인들의 따뜻함을 느낄 수 있었다”는 이 씨는 “영어가 유창하지 않아서 (만났던 사람들과) 깊은 대화를 나누지 못한 점이 가장 아쉽다”는 소감을 전했다.

인터뷰 후 자전거 앞에서 사진을 촬영하자 지나가는 미국인들이 이 씨를 관심있게 쳐다보기 시작했다. 유난히 큰 관심을 보이던 한 행인은 그의 여정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는 엄지를 척 내밀며 함께 사진을 찍어달라고 부탁했다. “그는 영웅이다(He is a hero)”라는 말도 덧붙였다.

이용신 씨는 오는 8월 15일 워싱턴 디씨에서 2달 반의 대장정을 마치게 된다. “코리아타운에 온 김에 맛있는 한국밥을 한 끼 먹고 가야겠다”는 이용신 씨는 또 한 번 다음 목적지를 향해 힘차게 페달을 밟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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