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FA 기모노 입어보기 행사 갑자기 변경한 이유
보스톤코리아  2015-07-08, 21:50:37 
기모노 웬스데이를 홍보하는 MFA의 페이스북 페이지. 댓글은 대부분이 비판일색으로 가득찼다
기모노 웬스데이를 홍보하는 MFA의 페이스북 페이지. 댓글은 대부분이 비판일색으로 가득찼다
(보스톤=보스톤코리아) 한새벽 기자 = 보스톤 미술관(Museum of Fine Arts)이 모네의 ‘제포네이즈’그림 전시와 기모노 입어보기 체험 행사를 겸한 <기모노 데이> 행사를 축소키로 했다. 

보스톤 미술관(MFA)은 7일 화요일 당초 7월 한달동안 진행하려던 기획 전시전 “기모노 웬스데이”행사를 급거 변경키로 했다고 발표했다. 이는 일부 아시안 그룹이 아시안을 정형화하는 차별적 행사라며 강력히 반발한데 따른 것이다. 지난 몇십년간 같은 행사에서 이 같은 반대를 경험하지 못했던 보스톤 미술관은 당혹해 하는 분위기다. 

이번 여름 휴가를 맞아 기획했다 된서리를 맞은 <기모노 웬스데이>는 클라우드 모네가 자신의 아내가 기모노 입은 모습을 그린 그림 “라 제포네이즈”를 전시하며 보스톤 미술관측이 마련한 기모노를 입고 모네의 그림앞에서 사진을 찍을 수 있도록 하는 행사였다. 

그러나 일부 아시안 그룹이 이 같은 보스톤미술관의 행사가 아시안 문화를 핵심적으로 인간의 문화가 아닌 이색적인 것으로 틀에 박힌 인종차별적 생각을 영구화하는 행사라고 항의하면서 암초에 부딪쳤다. 

지난 6월 24일 말콤 로저스 박물관장 퇴임식 행사에서 아주 소수의 항의자들이 “이 행사는 (예술행사의)전용, 이는 오리엔탈리즘”이라는 보드를 들고 항의했으며 로저스 퇴임 박물관장은 보스톤 글로브에 “작은 논란은 결코 (박물관의 전시에) 해를 끼치지 못한다”며 전혀 개의치 않는 표정이었다. 

그러나 시위대는 7월 1일 다시 박물관을 방문했다. 시위대의 한 명인 크리스티나 왕(29) 씨는 보스톤 글로브와의 인터뷰에서 “미국내 아시안 어메리칸은 지금껏 잘못 인식되거나 제대로 인식되지 못했다. 아시안들은 쿵후, 아주 이색적이거나(exoticized), 신비롭거나(mystical), 무자비하고 사악한 힘을 행사하는 글래머 여성(dragon ladies), 윤락녀이거나 또는 당신이 현재 갖고 있는 관념으로 묘사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왕씨는 “기모노를 입어보라, 그리고 오늘 인종차별적 제국주의자가 되는 것이 어떤 것인지 배워라”라는 문구가 담긴 항의 보드를 들었다. 왕 씨는 “사람들에게 기모노를 입으라는 MFA의 행사는 이러한 잘못된 유산의 일부”라고 비난했다. 

미술관의 케이티 케첼 부박물관장은 “이 같은 반응에 완전히 놀랐다. 우리는 이것이 다른 문화와다른 시간대에 대한 교육 기회의 한 차원이라 생각했다”고 밝혀다. 보스톤 미술관은 7일 성명서를 통해 “우리는 방문자들의 감정을 건드린 것에 대해 사과한다”고 밝히고 이벤트가 끝나는 오는 29일까지 기모노를 만질 수는 있고 이에 대한 교육적인 이야기는 할 수 있지만 입는 행사는 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박물관은 당초 자신들의 입장을 굽히지 않고 기모노 행사를 계속 진행키로 했다. 한 항의자가 페이스북에 올린 보스톤 미술관 내부 지침에 따르면 “우리는 결코 인종차별적이라 생각지 않는다. 우리는 관람객들이 어떻게 일본의 예술이 모네 같은 인상주의 화가에게 영향을 미쳤는지 좀 더 잘 이해할 수 있기를 바랬다”라고 밝혔다. 

그러나 실제 사인보드를 들고 시위에 참여한 사람은 2명 밖에 되지 않았지만 온라인 페이스북과 텀블러 반대 계정이 만들어 지면서 점차 많은 사람들의 호응을 얻어갔다. 특히 보스톤미술관 페이스북 페이지에는 수많은 비난이 쇄도했다. 

한 일본 여성 준코 고다씨는 “감상(appreciation)과 전용(appropriation)에는 차이가 있다. 과거 보스톤 거주자이자 보스톤미술관을 애용가로서 나는 박물관에 대해 부끄러움을 느낀다.”고 비판했다. 

모네의 1876년 작인 이 그림은 불타는 듯한 빨간색 기모노를 입은 아내 카밀을 그린 것이다. 이 그림은 팬들에게 둘러싸여 금발 가발을 뒤집어 써 의도적으로 자신이 유럽 백인임을 강조하는 그림이다. 이 그림은 1870년대 파리인들에게 휩쓸 듯 지나가는 일본 물건에 대한 열광을 비꼬는 그림이었다. 

미술 역사가들은 모네가 자포니즘(japonisme)으로 알려진 일본적인 취향 및 일본풍을 즐기고 선호하는 현상과 자신의 동시대인들을 풍자한 것으로 생각하고 있다. 그러나 현재의 학자들은 19세기 유럽인들의 아시아 특히 일본에 대한 환상적인 현상을 약간 죄악시하는 관점에서 보고 있다. 이들은 이 같은 현상을 <오리엔탈리즘>이라고 칭하며 이는 제국주의적 입장에서 서양 문화가 아닌 문화를 일종의 신비주의 특질로 간소화하고 알수없는 이국적 특징과 약간은 비인간적인 느낌을 띠고 있는 것으로 간주하는 것을 말한다. 

페이스북 반대 운동의 한 주축 멤버인 시완 씨는 “오리엔탈리즘에 대해 이야기 하고 왜 잘못됐는지를 말해야 한다. 이 같은 행사는 오리엔탈리즘을 영구화 한다. 역사적인 맥락을 이해하게 하기 보다는 한번 입어보라 딱 그뿐이다. 결코 이런 식이어서는 안된다”라고 주장한다. 

분명 이 같은 주장의 맥락에 대해서는 일관성이 있지만 모든 방문자의 고개를 끄떡여지게 하는 것은 아니다. 보스톤글로브가 인터뷰한 한 백인 방문자는 이들의 주장에 전적으로 동의하지 않았다. “그들의 말은 모두가 인종차별주의자라는 것이다. 아마도 좀더 맥락에 대한 설명이 있어야 할 것 같다”고 밝혔다. 

보스톤 미술관에 전시된 기모노는 그림에 입고 있는 기모노처럼 복제해 만든 것으로 일본 국영방송인 NHK가 제공한 것이다. 이는 최근 “동양 바라보기”라는 주제로 모네의 ‘라 제포네이즈’를 일본의 도쿄, 교토 그리고 나고야의 MFA자매 박물관에서 순회전시하며 입어보기 행사를 위해 만들어진 기모노다.  

보스톤 미술관 게첼 부관장은 “일본에서 매우 성공적이었다. 따라서 보스톤에서도 이 같은 경험의 기회를 만들어 보자는 것이었다. 사람들은 기모노를 보고, 입어보고 느껴보는 것을 고마워할 것이다. 또한 기모노를 입고 당시 남편이 자신을 그리는 파리 여성의 감정에 대해 생각해볼 수 있다”라고 주장했다. 

시완과 왕 씨는 그러나 이 행사가 미국에서는 좀더 미묘하고 복잡한 상황이 된다고 밝혔다. 아시안은 때로 무시당하는 소수민족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 같은 이벤트는 문화적 전용이라고 주장한다. 시완은 “인종차별이 아니라고 하는 사람은 백인들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흑인으로 분장한 백인 연예인들이 노래와 춤을 선보이는 쇼인 민스트렐(minstrel)은 거의 사라졌다. 미국내 프로풋볼 팀인 워싱톤 레드스킨도 인디언에 대한 틀에 박힌 사고를 조장한다는 의미에서 인종차별적 논란이 되어왔다. 할로윈 복장에서도 여타 인종의 복장을 하는 것은 인종차별적 요소로 지적된다. 다인종이 결합되어 있는 미국에서 인종차별의 관념이 얼마나 미묘한지를 보여주는 사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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