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담객설閑談客說: 봄비 내리는 소리 |
보스톤코리아 2015-04-13, 11:48:38 |
해마다 낙엽은 지붕 거터를 막는다. 막힌 거터 덕분에 지붕 위로 떨어지는 빗물은 낙수졌다. 비가 오면 넘쳐 쏟아져 내리는 빗물은 은근한 걱정이었다. 하지만 보고 듣기엔 그럴듯 했다. 낙수져 소리내는 빗소리는 낭만이었던 거다. 가을에도 괜찮고, 봄이면 더 마음은 싱숭생숭해 진다. 양철지붕 위로 떨어지는 빗소리 듣듯 말이다. 육당 최남선 선생이다. 가만히 오는 비가 낙수져서 소리하니 오마지 않는 이가 일도 없이 기다려져 열린듯 닫힌 문으로 눈이 자주 가더라 (혼자 앉아서, 육당 최남선) 물이 귀할 적이다. 앞마당 우물은 깊고 시원하던 집에서 이사移徙했다. 새로 이사간 집은 우물도 수도도 없었다. 우리 형은 귀한(?) 시간을 쪼개 물지게를 졌다. 똥장군 같은 양철 물통을 지게에 지고 나르는 거다. 형은 공동수도로 가야 했고, 줄을 서서 차례를 기다려야 했다. 웬만한 집에선 모두 그랬다. 아니면, 물장수에게 부탁을 해야 했고 물을 사야만 했다. 어머니의 푸념이다. ‘세상에 세상에, 물도 돈을 주고 사야 하다니’ ‘물이라도 펑펑 써봤으면’. 그러니 비만 오면 시골 농부보다 어머니가 더 환호했다. 가뭄 끝에 비를 맞는 농부보다 더 즐거워 하셨던 거다. 양철 차양을 거쳐 쏟어지는 빗물을 뻘건 고무통에 받았다. 적어도 두세 다라이 (다라이란 말은 일본말인줄 알았다. 순수 한국어라 했다. 네이버 사전) 는 되었지 싶다. 받아 모은 빗물은 등목에, 빨래에, 설겆이 물에 용도가 다양했다. 그렇지 않겠나. 물 두 양동이를 얻기 위해 형은 비지땀을 흘려야 했으니 말이다. 게다가 빗물은 여늬 물보다 빨래물로는 우월했다. 빗물은 순수한 자연 증류수니 말이다. 하늘에서 온갖 먼지로 더렵혀지기는 한다만 말이다. 아버지가 물지게를 질 처지도 아니었다. 시대가 그랬다. 아버지는 하시고 싶어도 할 수없었던 거다. 차라리 어머니가 지면 졌지 이웃의 손가락질이 두려웠던 거다. 집안의 가장은 안방 아랫목에서 헛기침을 하고 앉아 있어야 하던 때다. 형이나 어머니가 길어 온 물을 쓸적 마다 아버지에게는 고통이었을 게다. 그러니, 아버지는 비라도 내릴라 치면, 먼저 고무 다라이를 챙기셨다. 집안이니 누가 볼 사람도 없었다. 흉되는 일이 아니었던 거다. 어머니께 주신 아버지의 작은 도움이었다. 어머니는 당연히 감사해 하셨고. 아버지에게 빗소리는 찾아오는 친구분보다 더 반가우셨을지도 모른다. 가난한 가장의 즐거움이라 해야 하나. 봄비가 내렸다. 오는 봄비에 누가 찾아 올겐가. 와인 한 병 들고 온다면 더욱 괜찮을 듯 싶다. 빗소리 듣고 두런두런 이야기 한다면, 제법 낭만일터. 오마지 않을 이를 마냥 기다린다. ‘내 귀에 비오는 소리가 들립니다. (열왕기상 18:41, 공동번역) 김화옥 (보스톤코리아 칼럼니스트) ⓒ 보스톤코리아(http://www.bostonkorea.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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