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어려운 듯, 더 쉬워진 개정판 AP US History (3) 보수 (補修) 대 보수 (保守)
보스톤코리아  2015-04-13, 11:38:08 
최근 몇 년 새 순차적으로 이루어진 칼리지보드의 AP 개혁작업은 시험 문제 포맷 상의 단순한 변화만은 아니었다. 무엇보다도 칼리지보드 웹사이트에서 제공하는 각 과목의 안내서(Course Description)가 친절해졌다는 점에 주목해볼 필요가 있다. 

물론 과거에도 AP 과목에서 가르치기를 권장하는 주제의 리스트는 제공되었다. 미국사의 경우 12개로 나뉘어진 주제의 리스트와 (가령, 미국의 다양성, 문화, 경제적 변화, 개혁), 각 시기별로 중요한 토픽들에 대한 아웃라인이 과목 안내서에 제공되었으며, 다소 심도 있는 자료들도 웹사이트를 통해 찾을 수 있었다. 하지만 과거에 권장했던 주제들은 권장사항일 뿐, 그 안내서를 바탕으로 어떤 내용을 다룰 것인지의 문제는 교사의 몫이었다. 

개정 미국사의 안내서는 한마디로 무엇을, 어떻게 가르치라는 요구사항이 (Learning Objective) 분명하게 제시하고 있다. 먼저 미국사 전체를 9개의 시대로 구분한 후에, 각 시대별로 꼭 숙지해야하는 핵심 개념(key concepts)이 세 가지씩 등장한다. 또한 이 핵심 개념과 역사적으로 주요 사건들은 아이덴티티, 인구/이주(Peopling), 기술, 일자리, 경제(Work, exchange, and technology) 정치와 권력(Politics and Power), 외교 및 국제 관계(America in the world), 인문, 지리 환경(Environment), 문화와 사상(Culture, Belief, and Ideology)라고 하는 일곱가지의 역사적 주제를 통해 접근하도록 세부사항을  안내하고 있다. 즉, 학교에서 가르쳐질 과목의 구조를 미리 잡아둔 것이다. 아마 2012년부터 칼리지보드를 새로 이끌고 있는 데이빗 콜먼은 현재 대부분의 주가 선택한 “커먼 코어 스테이트 스탠다드” (Common Core State Standards, 즉,  공통 핵심과목의 학습 표준)를 탄생시킨 주역이었다는 점은 우연이 아닐 것이다. 

물론, 모든 대학이 미국사의 입문 코스를 같은 강의계획서를 바탕으로 가르치지는 않을 것이다. 또한 교사들의 과목에 대한 자유도를 낮춘다는 비판이 일 수도 있다. 하지만 여전히 가이드라인은 가이드라인이며, 가이드라인이 친절해졌다 해도 교사들은 재량껏 가르친다. 다만 매년 40만명이 넘는 학생들이 AP 미국사 시험을 치르고 있는 현실을 감안할 때, 또 AP역시 교육비 지출에 소극적일 수 밖에 없는 계층의 학생들에게 불공정했다는 점을 비추어 볼 때, 표준적인 기준은 절실했을  것이다. 

문제는 개정 AP 미국사의 윤곽이 발표되었을 때, 터져나온 비판의 목소리다. 그들은 칼리지보드가 공통 표준을 제시하고 있다는 사실이 아니라, 공통 표준에 따른  AP 미국사 교육이 학생들에게 “미국사의 긍정적인 측면은 삭제하거나 축소시키고, 부정적인 측면은 강조하는  철저히 수정주의 역사관 (a radically revisionist view of American history that emphasizes negative aspects of our nation’s history while omitting or minimizing positive aspects)” 을 심어줄 것이라고 주장한다. (The Republican National Committee)  그들은 또한 AP US History가 미국의 예외주의나 애국주의를 가르치지 못한다고 비판을 하기도 했다. 

일각에서는 AP 미국사를 프레임웍대로 가르치면 미국이 인종주의와 폭력, 위선, 탐욕과 제국주의 그리고 부정의가 판치는 디스토피아 사회로 여겨질 것이며, 국가의 성공이나, 역사적 영웅들에 대한 전설은 사라지거나 간략히 언급만 된다고 비판하면서 이는 역사의 “왜곡”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급기야 일부 보수적인 지역에서는 학교 역사 교사들에게 “새로운 가이드라인대로 가르치지 않겠다”는 확인을 받아내기도 했을 정도다. 그야말로 AP 미국사의 보수공사에 대한 보수의 반격인 셈이다. 

하지만 어쩌면 상당부분 보수진영의 오해가 섞인 비판일수도 있겠다. 애국심을 이유로 미국사를 미화시키려 든다면 이 또한 역사 왜곡일테니까. AP 미국사 개정의 핵심에는, 즉 각 시대와 역사 학습의 주제를 연결 짓는 고리는 역사적 사건과 텍스트에 접근하는데 있어서의 “비판적 사고력”이라는 점을 명심하자. 그리고 초등학생을 위한 미국사는 역사적 영웅과 애국심을 고취시킬 수 있는 자부심 넘치는 이야기를 위주로 흘러갈 수 있어도, 칼리지 레벨의 미국사는 AP 시험 개정 전이나 개정 후나 한 가지 사건의 “다면성”에 접근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보스톤코리아 컬럼니스트 소피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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