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담객설閑談客說: 접속이나 접촉이나
보스톤코리아  2015-04-06, 13:49:48 
  지난해 11월 첫눈은 함박눈이었다. 눈은 내리면서 곧 녹았다. 육개월 지나 봄에 다시 눈이 내렸다. 눈은 내리면서 곧 녹아 쌓이지 않았다. 보스톤은 아직도 겨울이다. 겨울이 시작은 있는데, 끝은 없다. 

  겨울을 버티는 당신. 안녕하신지.

  간신히 디지탈의 막차를 탔다. 갖고 있던 전화기에 고장기가 있었다. 핑계낌에, 아내의 윤허를 기다렸다. 아내는 하해와 같은 너그러움으로 스마트폰으로 바꿔줬다. 당연한 것 처럼 카카오톡에 접속接續이 가능해졌다. 세상에 노출되었고, 세상과 접속된 거다. 경칩에 개구리 동면에서 깨어나 듯, 세상으로 나왔다는 게다. 내가 살아있고, 건재하다는 걸 증명할 수 있게 됐다. 헌데 문제가 전혀 없는 건 아니다. 이젠 숨을 곳이 없어졌고, 숨을래야 숨을 방도가 없다. 게다가 신상이 털리는 건지, 돌아오는 채팅요구는 시도 때도 없다.  ‘딩동’ ‘딩동’ 그리고 ‘딩동.’ 덕분에 잊고 있던 친구들을 만날 수 있으니 그건 다행이다. 아무리 카톡질을 한다 해도 나는 여전히 누구든 그립다. 류시화 시인이다. 

물속에는/물만있는 것이 아니다 
하늘에는/그 하늘만 있는 것이 아니다 
(중략)
물처럼 하늘처럼/내 깊은 곳 흘러서 
은밀한 내꿈과 만나는 이여 
그대가 곁에 있어도 나는 그대가 그립다 
(류시화, 그대가 곁에 있어도 나는 그대가 그립다)

  접속과 접촉은 다르다. 접속이 사이버용 연결이라면, 접촉은 물리적 닿음이다. 연결과 닿음은 말은 엇비슷한데, 확연히 구별지어 진다. 내겐 접속보다 접촉이 아늑하다. 닿을 수있고, 만질 수 있으며, 냄새 맡을 수 있어야 안도한다는 말이다. 이메일보다는 육필편지가 더 정情이 간다. 화상회의 보다, 직접 만나서 무릎 맞대고 얼굴 마주보고 이야기 하는게 훨씬 편안하다. 

  말들이 너무 짧아졌다. 아내가 문자를 보내왔다. ‘ㅇㅋ’ 라 했다. 오타인가 했는데, ‘오케이’라는 기호였다. 누가 가르쳐 준건 아니었다. 기특하게도 내 스스로 이 난해한 암호를 해독했다. 나 또한 디지털시대에 살아가는데 첫 걸음을 내딛었던 거다. 머리 허연 내 친구들도 이따금, ‘ㅋ ㅋ ㅋ’ 에 ‘ㅎ ㅎ’ 를 쓴다. 웃음소리 의성어라고 했다. 말과 글은 기호화했고, 완전한 글자와 문장이 아니라 해도 뜻을 전달하고 전달 받는다. 글과 말로만 접속하고 소통하는건 아닌가 보다. 기호와 몸짓과 숨소리만 으로도 통신하고 교류하는 거다. 대신 받는 나는 날아온 기호에서 친구의 냄새를 맡고, 웃음소리를 들으며, 웃는 얼굴을 본다. 접속이라 쓰고 접촉이라 읽는 거다. 

  한국영화 중 ‘접속’이란 영화제목이 있었다. 오래전 아내가 비디오 대여점에 물었다. ‘ ‘접촉’ 있지요?’ 종업원이 대답했다. ‘접촉은 없고, 접속은 있는데요.’ 아내가 무안을 덮을 요량이었다. ‘접촉이나 접속이나’. ㅋ ㅋ.

‘그것들을 지극히 거룩한 것으로 구별하라. 이것에 접촉하는 것은 모두 거룩하리라. 
(출애굽기 30:29)


김화옥  (보스톤코리아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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