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의 자유 카토(Cato)를 찾아서
보스톤코리아  2015-02-20, 16:30:19 
언론 자유의 성서로 불리우는 미국 수정헌법 1조의 기본 이념은, 18세기 영국의 무명 신문기자 '카토(Cato)'에게서 비롯한다. 17세기, 18세기 영국 런던의 카페에서는 정치뉴스를 섞어 넣은 전단지를 무료로 배포하기 시작하는데, 대중들 사이에 곧 폭발적인 인기를 끌면서 여론이란걸 형성하기 시작한다.  근대 신문의 시작이었다.  신문의 파괴력에 화들짝 놀란 대영제국 정부는 기자들을 탄압하고 나선다.  

영국 정부는 "기사가 진실에 가까울수록 정부에 미치는 해가 더 크다"라며, 정부기사를 싣는 신문들에게 '명예훼손죄'를 엄격하게 적용해 기자들을 재판에 회부하기 시작한다. 이에 런던의 두 명의 기자들이 실명 대신 '카토(Cato)'라는 필명을 사용해 '영국 정부가 부당하게 적용되는 명예훼손죄를 철폐해야 한다'라는 내용의 칼럼을 연재하며 대항한다.

그런데, 카토의 정신은 영국 본토보다는 대서양 건너 식민지, 미국에 더 큰 반향을 일으킨다.  미국 건국의 아버지중 한명인 벤자민 플랭클린은 당시 신문사를 운영하고 있었는데, 그가 바로 '카토'의 정신을 본격적으로 승계한 첫 미국 언론인이었다.  

플랭클린의 동업자 존 피터 젠거가 영국에서 파견한 뉴욕총독을 비판하는 칼럼을 썼다는 이유로  '명예훼손죄'로 기소돼 재판을 받게 되자, 변호에 나선 플랭클린은  '카토'가 내세운 논리를 본따 "국민들은 정권의 비리를 밝히고, 이에 반대할  천부적인 자유가 있다"라는 일관된 주장을 펴 배심원들에게 무죄선고를 받아낸다.  플랭클린의 승소와 그가 내세운 언론자유에 대한 논리는 대영제국의 압제에 이를 갈고 있던 독립운동가들에게 신선한 충격으로 다가온다. 그리고 이어 플랭클린의 동료들이던 다른 건국의 아버지들에게 영향을 미쳐 토마스 패인과 샤뮤엘 아담스는 아예 헌법으로 명시하자고 주장하기에 이른다. 미국 수정헌법 1조가 탄생하는 순간이었다.

플랭클린을 거쳐 수정헌법 1조에 이어진 '카토'의 정신은 현대 언론사에도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 1971년 뉴욕타임스가 미 정부의 전쟁범죄 연루 증거를 담은 펜타곤 리포트를 특종 보도했을 때, 헨리 키신저 전 국무장관은 보도내용이 국익에 반하고 국가기밀보호법에 위배된다며 소송을 건다. 하지만 대법원 판결은 수정헌법 1조의 정신, 아니 정확히 말하면 '카토'가 설파하려 했던 언론자유의 이념을 강조하며 뉴욕타임스에게 무죄를 선고한다. "언론은 통치를 받는 국민들을 위한 것이지, 통치자들을 위한 것이 아니다"라면서.

국경없는 기자회에서 연례 발표하는 세계언론자유도 순위에서 대한민국은 올해 60위를 기록했다. 2006년 31위였는데, 비슷한 속성의 정부가 통치하는 동안 29계단이나 하락하게 된 데는 분명 그 이유가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런 언론 외적 요인을 떠나 우리가 또 한번 돌아봐야 하는 것은, 과연 지금 한국의 언론에 '카토'는 있는가라는 점이다.  "기자는 사실로 말할 뿐"이라며 단순 사실 전달 자체만으로 공익에 기여한다고 착각하는 대다수의 기자들에게, 언론학자 빌 코바치와 톰 로젠스틸은 그게 아니라며 일깨운다. 

"언론의 역할은 사실을 전달하는데 그치지 않고 국민들의 행동을 유도하는데 있다. 국민들에게 권력으로부터 스스로의 자유를 지킬 수 있도록 필요한 정보를 제공하는 것이 언론의 주된 역할이다."  펜대를 더욱 날카롭게 갈아 국민들이 스스로 자유로워질 수 있도록 돕는 것이 '카토'가 설파하고자 했던, 그리고 지금 한국 사회가 가장 필요로 하는 진정한 언론의 자유며 기자정신이다.


김형주
하버드 케네디스쿨의 플래그십 프로그램, 
공공정책학(Master of Public Policy) 과정에 수학중.
한국에서 방송기자로 9년.
잠시 유엔 한국 대사관에서 임시 공보관으로 근무.
언론과 정치, 경제 영역의 접점에서 진정한 리더십의 의미를 찾고자 연구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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