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북  의주군의  무언면에 있는 백마교회의 이기선 목사는 체포되어 일본경찰관의 취조를 받을 때 일본경찰관이 신사참배를 아니하면 죽이겠다.  어떻게 하겠느냐고 물으니까 이 목사는 대답하기를 “그야 천국법도 지키고 또 국법(일본법)도 지켜야 되겠지요” 하고 대답했다는 것이다. 그러자 경찰관이 다시 묻기를 “어떻게 두 법을 다 지킬수 있단 말이냐”고 하자 “천국법은 신앙참배를 절대로 하지 말고 주 하나님만 믿으라고 하였으니 그렇게 해야 하고 국법은 그렇게 하면 죽일려고 하니 죽으면 되지 않겠는가” 하고 대답했다는 것이다. 참으로 존경해 마지 않는 목사님이었다. 평양 산성교회의 주기철 목사님을 위시하여 이기선 목사, 박관준 장로등 70여명이 해방을 기다리지 못하고 평양감옥에서 옥사하고 말았다.

처음에는 학교에서 학생들에게만 강요되었던 신사참배 문제가 1938년 부터 일반 시민에게도 강요하는 것이었다. 그런데 60만 기독교의  교인이 신사참배를 거부하며 총독정치에 반대하는 운동을 전개했다. 총독부의 경무국은 신사참배를 거부하는 교회를 폐쇠하고 목사와장로들을 체포하여 평양의 감옥으로 보냈다. 신앙이 두철하고 독립정신이 강한 목사들은 미나미 총독의 탄압정책에도 굴복치 않고 끝까지 항쟁했던 것이다. 미나미 총독은 1939년 9월에 ‘반전 운동의 공작’이라는 죄명으로 신사참배를 거부하는 목사와 장로 2천여명을 잡아 평양감옥으로 보냈다. 그리고 신사참배를 거부한 평양의 산성교회를 위시하여 200여교회를 폐쇄시켰다. 극동의 예루살렘이라고 일컬었던 조선기독교의 본거지 평양을 송두리채 소탕해 버리려는 것이었다.   미나미총독의 신사참배 정책은  참으로 엄격한 것이었다. 하지만 유교사상이 철저하며 더구나 60만 기독교인의 반대가 거세 신사참배운동이 원만히 진행되지 않자 그는 1938년 2월 26일에 내선일체(內鮮一體)라는 구호를 내세워 황국신민화운동을 더욱 강화하는 한편 ‘조선인 특별지원병 제도’를 확립하여 모병운동에 나선 것이다.  사실 식민지 백성에게 ‘내선일체’라는 말은 참으로 구미에 당기는 것이 아닐 수 없다. 처음에는 응모한 자가 2900명이나 되었다니 말이다. 그러나 ‘내선일체’란 구호일 뿐 식민지정치에는 하등 변한 것이 없었다. 사실 ‘내선일체’라는 말은 ‘조선특별지원병제도’를 획립 하기 위한 수단이었던 것이다.

일본은 중일전쟁을 미리 예상하였던지 1936년에 병역법을 개정하여 신장이 미달한 자나 또 시력이 약하여 병종(丙種)을 받은 자들도 소집하여 입대시킨다고 결정했다. 그런데 그 개혁은 학생들의 병역기피를 사전에 막기위한 방책이었다는 말도 돌았다. 사실 남총독이  제시한 ‘ 일본어상용’이나 ‘신사참배’, 그리고 ‘내선일체’라는 말은 모두가 ‘지원병 제도’를 확립하기위한 술책이었던 것이다. 어쨌든 지원병 제도가 실시되자 처음에는 많은 청년들이 자원했던 것 같다. 그런데  지원병에 응모할 수 있는 자격은 1921년생 이상이어야 했으며 또 일본어에 능통해야 했으니 당시로 보면 보통학교 졸업생 이상이어야 했다.  그런데 학교에서 일본선생이 조선학생을 때릴 때 “ 구야식게레바 에라구나례” 라는 말을 잘했다. “억울하면 출세하라”는 말이다. 사실 식민지 백성이 일본사람에게 멸시나 천대를 당하지 않으려면 제국대학을 나와 관리가 돠거나 아니면 육군사관학교에 진학하여 장교가 되는 길 밖에 없었다. 그런데 그것이 어찌 그리 쉬운 일인가 말이다.  사실 학업에 열중하여 중학교를 졸업했으면 전문학교나 대학교에 진학할 것이지 지원병에 응모하여 사지로 가려고 하는 자가 있겠는가. 지원병제가 생긴 초창기에는 그래도 응모하는 자가 많았다고 한다. 그런데 그것도 반일감정이 농후하고 또 “필사봉공”의 각오로 입대하는 일이기 때문에 나중에는 지원하는 자가 별로 없었던 것 같다. 총독부는 이인석(李仁錫) 이라는 상등병을 내세워 신병 모집에 열을 올렸던 것으로 안다. 그런데 그 이인석이라는 자는 실재인물이 아니고 총독부가 모병을 위해 내세운 가명이었다는 말도 있었다. 중일전쟁은 시시각각으로 확대되어 갔다.  일본편을 도와 중국침략편에 가담하는 자가 없다. 미나미 총독은 1939년 2월 26일에 조선 사람에게 일본인과 같이 두자성으로 그 성명을 바꿔야 한다고 명령했다.

‘창시 개명령’이 공포된 것이다.  조선사람의 성은 단자성이다.  일본사람의 성은 두자성이다.  그리고 조선사람의 성은 그 씨족의 원류를 표시하는 특성을 지닌 것이다.  그러나 일본사람의 성은 씨족을 표시하는 것보다 오히려 그 자체와 입지조건에 따라서 주어진  성이기 때문에 그 의미가 많이 다른 것이다. 

중국사람의 성도 단자성이다. 그런데 여진족은 성이 없이 청태조는 이름을 누루하찌(奴兒哈赤)라고 했고 만주국의 황제 부위는 아칭가라(愛淸覺羅)라고 하는 4자명의 이름이다. 사실 씨족의 근원도 모르는 두자의 한자를 가지고 성이라고 하라고 하니 문제가 없을 수 없는 것이다.  미나미 총독의 ‘창씨개명’에 대한 강요는 ‘갑오경장’시의 ‘단발령’과 같은 조선사람에게는 치명적인 것이었다. 근원도 모르는 한자 두 자를 합해가지고 성이라고 하라니 말이 되겠는가. 미나미 총독은  이참에 조선사람의 씨족관념을 아주 끊어 버리겠다는 것이었다. 그런데  많은 법학자와 윤리학자들간에 의견이 왕래가 있었다고 들었다. 씨족의 근본은 별 문제로 하고 성을 두한자로 하면 된다는 원칙에 따라 사람들은  본적지명을 성으로 하거나 아니면 본래의 성에 적당한 한문자 한자를 더 붙여 성이라고 제출하는 이가 많았다.  제2차 세계대전은 일본패망으로  1945년 8월 15일에 끝이 났다. 사람들이  자기성을 다시 찾은 것은 1945년 8월15일 해방 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