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담객설閑談客說: 선생하는 즐거움 |
보스톤코리아 2014-11-10, 13:50:12 |
찬바람이 세차게 몰아쳤다. 따라 나섰던 비는 눈이 될수도 있다고 했다. 예보는 적중했는데, 함박눈이 내렸다. 내리는 눈雪은 실내 통창으로 내다본 길거리 풍경과 어우러졌다. 굵은 눈발은 벚꽃잎 바람에 휘날리는 듯 했던 거다. 커피는 더웠고, 실내는 따뜻했다. 쳐다보는 눈발도 오히려 푸근해 보였는데, 보스톤에 첫눈이 내렸다. 한국신문에 실린 컬럼중에 한 토막이다. 읽으면서 선생님이 오히려 느꼈을 감동을 놓칠 수 없었다. 이 맛에 선생 노릇 하는지도 모른다. 아이들에게서 배운다. ‘몇 년 전의 이야기다. 역시 한 초등학교 가을운동회. 5학년 학생들의 포크댄스 놀이를 앞두고 담임선생님은 “아차”했다. 할머니와 둘이서 어렵게 살고 있는 제자 생각이 났기 때문이다. 급히 문방구에서 운동복을 사왔고, 제자를 찾아 어서 입으라며 건네주었다. 아이가 난처해 하며 멀리서 순서를 기다리는 급우들을 가리켰다. 다른 반 아이들은 모두 운동복을 갖춰 입고 있었는데 자기 반 아이들만 한결같이 평상복 차림이었다. 운동복이 없는 친구를 위해 모두가 운동복을 입지 않기로 했다는 것이다. 부끄러워서, 그리고 기뻐서 담임선생님은 한동안 울먹였다고 한다.’ (한국일보, 정병진, 10-10-2014) 한국군대에 있을 적이다. 논산훈련소 훈련을 끝내고, 후반기 교육을 받았다. 교육 중 점잖은 문관인 교관님이 화가 난 적이 있다. 얼차려의 벌은 선착순달리기 였다. 선착순. 달리기에서 먼저 달려야 하고 남보다 앞서 도착해야 한다. 훈련장을 한 바퀴 돌때 마다 대여섯 명씩 먼저 도착한 병사들은 다시 뛰지 않아도 된다. 달리기를 못하는 병사에게는 고역인 벌이다. 잔머리를 굴렸다. 고귀한 전우애가 발동했다. 모두 같이 뛰어갔다가 모두 같이 들어오자고 이야기됐다. 그대로 실천했다. 청사(?)에 빛날 전우애도 살릴 겸, 애교성 반항이었고 항명이었다. 결과는 말해야 덤도 안된다. 반응은 혹독했고, 오후 내내 흙바닥에서 굴렀다. 갈증에 땀범벅되어 무지 고생했더랬다. 팔꿈치와 무릎이 모두 까졌던 거다. 교관을 골탕먹이려다 골병들 뻔 했다. 순수한 아이들에게 학우애는 진한 감동인데, 잔머리 굴린 병사들의 전우애는 더 큰 시련이었던 거다. 교관님, 그날 저녁 아마 위궤양이 도졌을지도 모른다. 교관도 선생인데, 그에게 못할 짓을 저질렀다. 맹자가 말했다. 군자君子에게 세가지 즐거움이 있는데, 그중에 하나가 천하의 영재를 모아 가르치는 것이란다. 누구나 그렇듯, 내게도 스승님이 몇 분 계신다. 살아오면서, 고비마다 길을 일러 주셨다. 때론 직접 내 손목을 잡고 이끌기도 하셨고, 내 등을 억지로 떠밀기도 하셨던 거다. 그런 선생님들께 제대로 술 한잔 올려드리지도 못했고, 더운 국밥 한그릇 대접도 못했다. 앙금으로 남았고, 스승님께 진 빚을 청산하지도 못한 거다. 참 무심한 제자인게다. 하지만 스승님들께선 여전히 자랑스런 제자인양 대견해 하실거라 스스로 위안 삼는다. 그렇다고 내가 천하의 영재는 아니다. 단지 스승님들께 선생하는 즐거움만 드렸다는 거다. 마땅히 행할 길을 아이에게 가르치라 그리하면 늙어도 그것을 떠나지 아니하리라 (잠언 22:6) 김화옥 (보스톤코리아 칼럼니스트) ⓒ 보스톤코리아(http://www.bostonkorea.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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