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실적인 대학 리스트 (2)
보스톤코리아  2014-11-04, 16:19:23 
2014-09-26

현실적인 대학 리스트 (2)

학생에게도 학교를 고를 권리가 있다. '합격만 시켜주면 어디든 가겠다'라는 마음 가짐으로 지원서를 쓰기 시작하면 안 된다는 뜻이다. 내가 하고 싶은 공부를 충분히 지원해주는 학교, 내 생활 패턴과 맞는 캠퍼스, 선택 가능한 교양 과목의 숫자, 인종 별 학생 비율, 지원 전공의 교수진 약력 등이 모두 학교 선택의 중요한 요소다. 스스로 지원하기로 마음먹은 만큼 내 리스트에 올라와 있는 학교에 애정을 갖고 있어야지, '불러주기만 하면', '되도 안 갈 것 같은데' 라는 마음이면 지원을 고려할 필요도 없다. 

나만의 지원 학교 리스트를 만드는 데는 크게 두 가지 방법이 있다. 첫째로, 위에서 언급한 것처럼 스스로에게 이상적인 학교에 바라는 조건들을 미리 정해 놓고, 그 조건에 부합하는 대학교들을 검색하는 것이 일반적인 방법이다. 예를 들어, 경영 전공을 고려 중이고, 조용한 시골 보다는 시끌벅적한 도시의 분위기를 선호하는 학생이 있다고 가정해보자. 대학교에 진학해서는 Fraternity 활동도 해보고 싶고, 고등학교에선 경험해 보지 못한 스포츠 활동도 하고 싶다. 필수 조건이 어느 정도 정해졌으면 여러 검색 엔진을 통해 자신이 원하는 학교를 찾으면 된다. 

가장 대표적인 대학 검색 엔진으론 CollegeBoard의 Big Future: College Search (https://bigfuture.collegeboard.org/college-search)가 있다. 사립이나 주립 대학교에 대한 선호도는 없다고 했으니 College Type에서 Public, Private을 모두 체크하고, Campus Setting에서 Urban을 체크한다. Major는 Business를 선택해 경영 전공이 있는 학교를 걸러낼 수 있도록 하고, Sports & Activities에서는 내가 참여하고 싶은 운동부와 Greek Life 선택지의 Fraternities/Sororities에 체크해 더욱 선택지를 줄인다. 이 정도만으로도 미국에 있는 4,000개 이상의 대학교 중에서 내가 원하는 조건에 딱 맞는 125개 학교를 골라낼 수 있다. 물론, 더 구체적인 조건을 붙여 그 수를 점점 더 줄여 나가는 것도 가능하다. 

반대로 스스로 어떤 학교 생활을 기대하고 있는지 모를 때는 두 번째 방식을 사용하면 된다. 즉, 무작위로 고른 학교 리스트를 앞에 두고, 마음에 들지 않는 이유를 붙여 학교들을 제외 시키는 작업으로 리스트를 줄이는 방법이다. 예를 들자면, '이 학교는 부모님과 너무 멀리 떨어져야 해', '이 학교는 유학생에게는 재정보조를 쉽게 해주지 않아' 라는 식으로 자신이 피하고자 하는 악조건을 하나하나 기록하는 것이다. 어디서부터 시작을 해야 할지 모르는 학생이라도, 자신의 이상향을 찾는 것보다 마음에 들지 않는 요소를 찾는 것이 쉬운 경우가 많다. 하지만, 현실적인 학교를 고르는 작업이기 때문에 너무 옵션을 줄여버리는 것도 독이 될 수 있다. 무조건 종합 대학교만 고집한다던 지, 30위권 밑의 대학교는 모두 제외해 버리는 식보다는 합격 가능성을 따져서 안배를 하는 것이 나중에 득이 된다. 특히, SAT 등의 시험 점수도 합격률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최종 리스트는 조기 지원을 하는 학생이라면 10월, 정시 지원 학생이라면 11월 혹은 12월 시험의 점수가 발표된 후에 정하는 것이 좋겠다. 

지원 학교 리스트를 모두 정하기 전에 자신이 고려 중인 학교를 방문해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옷도 직접 입어 봐야 '핏'을 알 수 있듯이, 서류 상으로 보이는 숫자나 홈페이지, 학교 팜플렛 등 학교의 장점만 보여주는 판촉물만 봐서는 절대로 알 수 없는 요소들이 있다. 캠퍼스를 둘러보며 학교 도서관에도 들어가보고, 학생 식당의 밥도 먹어보자. 교내 신문도 보고 교수진, 재학생들과 대화도 나눠 보면서 이 대학에서 공부하는 자신을 상상해보는 것이다. 그런 후에 이 학교에 지원하기 위한 원서 수수료 $75의 가치가 있는지 판단을 해보자. 

많은 대학교 지원서의 추가 질문을 보면 "왜 우리 학교에 입학하고 싶은가?"라는 문항이 자주 나온다. 대학교 홈페이지 첫 페이지부터 내세우는 학교의 장점만을 나열하라는 것이 아니다. 해당 대학의 교육 방식을 통해 어떤 공부를 하고, 학교 생활에서 배운 경험을 토대로 어떤 인생을 살고 싶은지에 대한 현실적이고 미래 지향적인 마음가짐을 보는 것이 이 질문의 진짜 의도다. 지난 주 칼럼에서도 언급했지만 대학 진학에 진지한 학생이라면 현실적인 계획을 세우는 것이 대학 지원에 첫 걸음이다. 내가 지원하는 학교에 애정을 가지되, 객관적이고 분별력 있게 합격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현명하게 리스트를 짜보자.

오승준 (Albert Oh)  
SD Academy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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