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씨의 뿌리 (9) >
보스톤코리아  2014-11-04, 15:43:41 
봉황이 장식된 서봉총 금관
봉황이 장식된 서봉총 금관
08/22/2014

고대 신라에서는 건국시조나 역사적 인물이 탄생할 때는 의례히 새가 등장한다. 김알지 탄생 신화에는 흰 닭이 등장했고, 박혁거세가 탄생할 때는 새가 춤을 췄다. 석탈해가 아진포에 도착할 때는 까치들이 그의 도착을 알리고 있다. 석탈해의 성씨가 까치작 (鵲)에서 새조(鳥)자를 떼어내어 석 씨(昔)가 된 연유는 그의 도착을 까치들이 반겼기 때문이다. 신라와 가야 사람들은 새가 하늘의 뜻을 인간들에게 전해준다고 믿었다.
가야 오리 토용
가야 오리 토용
 

역사적 인물의 탄생에 새가 등장하는 것은 이들의 탄생이 하늘의 뜻이라는 메시지를 의미하고 있다. 위지동이 전 변진조의 기록에는 ‘대가(大家)가 죽으면 대문에 새의 날개를 걸었다고 한다’
북천동 오리토용
북천동 오리토용
 
죽은 자의 영혼이 하늘나라에 도달하려면 새가 안내를 해줘야 하기 때문에 새의 날개를 걸어놓는 것이라고 한다. 그래서 신라 가야의 무덤에는 오리나 기러기 모양의 상형(像 刑)토기가 수없이 출토되고 있는 것이다.

그뿐이 아니다. 새가 장식된 미늘쇠(위세품)가 발견되는데 낙동강 서쪽 가야 지역에서만 발굴된다. 신라왕의 무덤으로 짐작되는 서봉총 금관에는 봉황이 3마리가 장식되어있고, 천마총, 금관총, 황남대총 북분과 남분에는 새날개 모양의 관모장식이 부장되어 있다. 서봉총에는 관모장식이 부장되어있지 않다. 금관에 새가 3마리나 있으니 더 이상은 필요하지 않았는가 보다. 
이러한 새 토템 사상은 가야나 신라에 국한된 사상이 아니었다. 중국을 제외하고는 고구려 백제, 스키타이 흉노, 시베리아에서 원시 종교의 형태로 새를 숭상하는 것이 많이 나타나고 있다.

고구려에는 새의 깃털을 관모장식으로 의장한 예를 쌍영총 고분벽화 인물상과 개마총 벽화 인물상에서 볼 수 있다. 고구려의 고분 쌍영총, 천왕지신총, 각저총 벽화에는 태양을 상징하는 원안에 삼족오(三足烏)가 많이 그려져 있다. 이는 우리나라의 태양 숭배 신앙과 조류 숭배 사상이 합쳐져서 이런 그림을 그린 것이다.

삼족오는 세발 달린 까마귀를 말하는 전설의 새다. 다리가 2개가 아니고 3개가 된 이유는 태양이 양(陽)이기 때문에 태양 안에 사는 까마귀도 3이라는 양수(陽數)가 되게 발이 3개가 되었다는 것이다.

고구려와 마찬가지로 신라 역시 까마귀를 태양신으로 숭배했던 설화가 있다. 신라에서 연오랑(延烏郞 )과 세오녀(細烏女)가 일본으로 건너가서 왕과 왕비가 되자 신라에서는 해와 달이 광채가 없어졌다는 설화가 있다. 연오랑과 세오녀 이름 중간 글자가 모두 까마귀 오(烏)자인 것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태양신 까마귀가 일본으로 건너가니 태양이 빛을 잃게 되었다는 말이다.


스키타이, 흉노 사람들도 신라, 가야처럼 새를 인간 영혼의 전달자라고 생각했다. 그들의 무덤에도 신라와 가야처럼 새의 모형이 많이 발견되고 있는 것이다. 바이칼 호 지역의 야쿠트 족은 까마귀를 사람의 조상이라고 숭배하고 있다.
 
스키타이 펙토랄 (가슴장식)
스키타이 펙토랄 (가슴장식)
 
알타이 파지릭(pazyryk)고분에서 발굴된 미이라 얼음공주(제사장으로 추정) 머리 장식에는 13마리나 되는 금으로 만든 새가 장식되어있다.
내몽고 노인울라에는 한나라 미녀 왕소군(王昭君)과 결혼한 호한야 선우(呼韓邪單于)의 무덤이 있다. 그의 순금 모자 위에 새가 장식되어 있고, 그의 동상 모자에도 새가 앉아있다.
새가 장식된 사르마트 금관
새가 장식된 사르마트 금관
 

내몽고 아로시등 유적에서 출토된 금모자 위에 독수리가 날개를 편 모습을 보이고 있다. 스키타이 역시 전사들의 투구에 새가 장식되어 있고 사르마트 금관에도 새가 앉아있다. 몇 년전 서울에서 열렸던 ‘스키타이 황금전’에 토브스타 모힐라 봉분에서 출토된 황금 가슴 장식(pectoral)에는 새들이 영혼의 세계를 가득 채우고 있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이처럼 스키타이, 흉노 사람들의 죽은 사람의 무덤에 새를 부장하는 이유는 신라나 가야처럼 새가 사후인간 영혼의 안내자나 천국의 사자로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우리나라에는 2천년 전부터 정월 보름에 솟대 행사를 치르는데 바이칼 호반에 살고 있는 브리야트 족도 우리처럼 똑같은 솟대 행사를 치러오고 있다. 천상 천하를 연결하는 하늘 사다리 우주나무와 천신의 전령사 하늘새가 결합하여 마을 밖에서 들어오는 부정을 막고 마을의 안녕을 기원하는 행사다.

하늘 사다리를 상징하는 높은 솟대 장대 위에 오리나 기러기, 까마귀 등을 올려놓고 치성을 드리는데 제주도에서는 까마귀, 강화도에서는 기러기를 올려놓는데 대부분이 오리를 많이 올려 놓는다. 오리가 새끼를 많이 낳고 멀리 날기 때문에 많이 올려 놓는다고 한다. 꼭 북쪽을 향하게 새를 올려놓는다. 남쪽에서 제비가 멀리 날아오지만 절대로 제비나 남쪽 철새를 올려놓지 않는다. 

신라 가야의 무덤에는 북쪽에서 날아오는 오리나 기러기의 토용만 있지 남쪽 철새들이 부장된 예는 일절없다. 우리 민족은 남쪽보다는 북쪽에 대한 향수가 남다른 민족이다. 북쪽에서 내려왔기 대문에 북쪽을 그리는 것인가?
알타이 파지릭 얼음 공주 머리 새장식
알타이 파지릭 얼음 공주 머리 새장식
 
김은한 
보스톤코리아 컬럼니스트
역사문제연구소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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