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마음에 주단을 깔고 |
보스톤코리아 2014-11-04, 13:42:11 |
2014-08-15 아내가 말했다. ‘니 첫사랑은 나야.’ ‘그래도 눈은 높아서’ ‘마누라가 예쁘면 남자에게 뭔가 있을 거라 오해한다지.’ 내 입으로 스스로 실토한 적이 없다. 그런데 아내는 내 첫사랑까지 꿰뚫고 있고 넘겨짚는다. 내 첫사랑의 감미로운 추억까지 자복할 줄로 아내는 오해하고 있는거다. 내가 돌았냐? 그런걸 말하게. 속빈 강정 일망정, 내 눈은 매우 높았고 뭔가 한방이 있었던 모양이다. 하지만 그 한방이 뭔지는 아직도 모른다. 아내는 기대를 슬슬 거둬들이는 듯 싶다. 이제는 ‘으리’義理’로 살아가는 나이인게다. 그 말을 의리상 입에 붙였다. 소설가 김영하가 말했다. 글쓰기의 기본은 연애편지라고 말이다. 연애편지는 독자가 정해져 있고, 글쓰는 목적이 확실하다. 게다가 최선을 다해 쓸 것이고, 거짓말에 온갖 미사여구는 다 동원된다는 거다. 내 스스로 그의 말에 일단 수긍했다. 내 이 졸문들의 글쓰기도 아내에게 보냈던 많은 연애편지 덕인지도 모르겠다. 아내가 그 편지를 모두 모아 뒀던가? 그건 나도 모른다. 아내의 비밀박스에 들어 있는지. 아니면 이사 다니면서 재생용지가 되었는지. 하지만, 순수한 마음은 아직도 변함이 없음을 밝힌다. 내 첫사랑도 아내였음을 다시 토설한다. 거짓이나 과장이 아님을 새삼 강조한다. 사랑이 별것이더냐? 한국 택시 운전기사들이 관찰한 이야기다. 중년사내들이 밤늦은 시간에 택시를 타면 대게 한잔 걸쳤는데, 피곤한 표정이 역력하단다. 주행 중엔 기사와 승객은 자연스럽게 이것저것 이야기 나눈다. 마누라 이야기가 나오면 사내승객들은 열이면 아홉은 표정이 어두워진다고 했다. 연민, 미안함 뭐 이런 것이라던가. 사랑이 미안함으로 치환置換된 건데, 눈물까지 글썽이는 사내들이 상당하다 했다. 자책감 같은 것일 게다. 그래도 서방이라고 믿고 살아준 것만 해도 고맙고 미안해 한다는 말이다. 이노래는 산울림이 불렀던 거다. 아내는 송창식을 좋아했는데, 난 김창완이 낫다. 그도 구수히 늙어 간다. 하지만, 목소리는 전기기타와 어울려 여전히 젊고 주단처럼 부드럽다. 내마음에 주단을 깔고 그대 길목에 서서 예쁜 촛불로 그대를 맞으리. 향그런 꽃길로 가면 나는 나비가 되어 그대 마음에 날아가 앉으리 아 한마디 말이 노래가 되고 시가 되고 내마음에 주단을 깔고 그대 위해 노래 부르리 그대는 아는가 이 마음 주단을 깔아논 내마음 사뿐히 밟고 와주오. 그대는 아는가 이 마음 아, 오랜만에 연애편지를 쓰려니 간지럽기가 날아 드는 나비와 같다. 손발이 오그라 든다. 그래도 마음엔 진정 주단을 깔았다. 색이 붉고 여전히 빛난다. 당신의 결혼기념일을 축하합니다. 내 마음에 주단을 깔고 그대를 맞습니다. 내 마음 나비가 되어 날아가 앉습니다. ‘불의의 재물은 무익하여도 의리는 죽음에서 건지느니라’ (잠언 10:2) 김화옥 (보스톤코리아 칼럼니스트) ⓒ 보스톤코리아(http://www.bostonkorea.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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