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지기보다 잊혀지는 게 두려운 한인 참전용사들
보스톤코리아  2014-05-29, 21:11:50 
2년만에 총회를 열고 만난 6.25 참전 한인용사들, 80세를 훌쩍 넘긴 고령들로, 외로움을 호소했다
2년만에 총회를 열고 만난 6.25 참전 한인용사들, 80세를 훌쩍 넘긴 고령들로, 외로움을 호소했다
(보스톤 = 보스톤코리아) 김현천 기자 = “그때는 20 전후의 나이였지만, 이제는 다들 80세를 훌쩍 넘겼어요. 매해 한두명씩은 저세상으로 가요…불과 10년 사이에 사라져간 노병들이 반이나 됩니다.”

6.25 전쟁에 참전했던 한인 용사들의 수가 해를 거듭할수록 감소하고 있어 목숨을 아끼지 않고 전장(戰場)을 누빈 노병들에 대한 한인사회의 관심이 촉구된다.

대부분 85세를 넘긴 이들 참전 노병들은 지난 5월 13일 로렌스에 소재한 이가그릴에서 2년만에 ‘6.25 참전유공자회(이하 참전유공자회)’ 정기총회를 열고 신임회장으로 최덕중 씨를 선출했다. 공식적인 뉴잉글랜드 지역 생존회원은 현재 10명, 그중 총회에 참석한 참전용사는 8명이었다.

그동안 예산부족 및 이동수단의 불편함 등으로 정기적인 총회가 이루어지지 못하던 중 오랜 침묵을 깨고 이루어진 총회였다.

잊혀져가는 노병들
최덕중 신임회장은 “회원들은 이구동성으로 외로움을 호소했다”며 “잊혀져 가는 노병들에게 한인사회의 관심과 격려가 절실히 필요하다”고 말했다. 또한 “회원들은 참전유공자회가 총영사관 및 한인회 등 단체들과 유대관계를 강화해 적극 활동할 것을 기대했지만, 사실은 80을 넘긴 나이에 뭘 할 수 있겠냐”고 솔직함을 보였다.

최 회장은 “노환 등의 병마와 싸우고 있지만 나라사랑하는 마음만은 지금도 변함이 없다”고 자신있게 말했다.

회원 중 최고령인 서정섭 옹(90세)은 참전 이후 40년을 군에 복무한 회원으로,  투병중이다. 그는 “몸이 아픈 것도 힘들지만, 더 힘든 것은 전쟁과 함께 잊혀져 가는 것”이라고 말했다.

한인단체 행사에도 소외
참전유공자회 또한 한인단체에서 소외돼 있는 실정이다. 한인단체들이 행사때 이들을 불러주지 않는다는 것.

참전유공자회 전회장인 강경신 옹은 “한인행사 때 우리들을 위해 한 자리 마련해 주면 좋겠다”며 “언제부터인가 불러주지도 않는다”고 서운함을 비쳤다.  

미국참전용사회에 회원으로 13년째 참석하고 있다는 강 전회장은 “점점 숫자가 줄어드는 것은 그쪽도 마찬가지이지만, 그들은 정부 지원도 잘되는데다, 후원도 잘 이루어져 참전용사회가 잘 운영된다”고 부러움을 표했다.

미국참전용사만 메달 달아줘
4~5년전만 해도 총영사관 등 한인 단체에서는 한인 참전용사들만을 따로 초청해 보은의 시간을 갖는 등 관심을 보였었다. 하지만, 3년 여전부터는 200여명 미국 참전용사가 주빈이 되는 보은 행사에 참석해 식사만 제공받고 오는 형국이 됐다. 

최 회장은 “남의 집 잔치에 가있는 기분”이라고 털어놓으며 “당시부터 총영사관에서는 미국 참전용사들에게 명예의 메달을 증정했는데, 한인 참전용사들은 제외시키기까지 했다”고 서운함을 표했다. 

6.25 참전유공자회 입장에서 건의를 했으나, 돌아오는 대답은 “보훈처에 직접 얘기하라”였고, 보훈처에서는 “예산부족 때문”이라는 대답만 보내왔다고.

최덕중 회장은 “나라를 위해 목숨 걸고 싸웠는데 10명도 안되는 한인 노병들에게 메달 하나씩을 못달아주냐”고 섭섭함을 표했다.

장례에 필요한 태극기도 지급 못받아
한인사회에서 가장 고령인 이들은 매해 한 두명씩은 운명을 달리한다. 지난해만도 김원엽 노병이 세상을 떴다.

최덕중 회장은 “장례 때마다 태극기를 함께 묻어 주곤 하는데, 지급 받은 수량이 다 떨어져 가서 보훈처에 의뢰했지만 예산이 부족하다는 대답만 들었다”고 안타까움을 표했다.

최 회장은 “총영사관을 통해 지급받을 수 있는 방법을 모색중”이라며 “또한 장례식에 보내는 화환 등도 참전유공자회 재정 부족으로 힘겹다”고 덧붙였다. 

관심과 위로만이 가장 큰 보상
돌아오는 6월은 현충일이 있고 6.25전쟁 기념일이 있는 ‘호국보훈의 달’로 일컬어 진다. 이곳 보스톤에서는 조기를 달고 추모 사이렌에 묵념하는 연례행사는 없지만, ‘정전 기념 행사’는 이루어진다. 매해 6.25 참전 미국인 용사들을 위한 보훈 행사는 총영사관을 비롯해 각 한인회 차원에서 성대하게 이루어지고 있다. 

미국인이든 한국인이든 전쟁에 참가했던 노병들은 해가 갈수록 그 숫자가 줄어들고 있다.

대부분 생존자들의 연령대는 80을 훌쩍 넘기고 90을 바라보고 있다. 전후 60년이 넘었지만 그때의 기억을 생생하게 떠올리는 그들의 얼굴에는 ‘쓰러져 가던 전우의 모습을 잊지 못하는 아픔’과 함께 “자유와 평화를 위해 목숨걸고 싸웠다”는 자부심이 함께 서려 있다. 

강경신 전회장은 “곧 잊혀져 갈 6.25처럼 우리도 모두 사라져 갈 것”이라는 말과 함께 “죽을 때만 기다리는 노병들에게는 ‘관심과 위로’만이 가장 큰 보상’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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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견목록    [의견수 : 1]
Seaninvictus
2014.06.03, 20:30:39
합당한 대우를 해드리는 것이 필요합니다. 보훈처의 예산이 부족하다는 답변은 정말 실망스럽고, 미군 참전용사들에게 더 신경쓰는 것도 이해불가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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