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랑도(花郞徒)와 성(性) 그리고 태권도(跆拳道) 33
보스톤코리아  2014-05-05, 12:02:51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무예서인 무예제보가 1598년에 간행되어 조선의 장졸들을 훈련시키는데 좋은 교본이 되었다. 그리고 나중에 영조대에서 12종을 추가하여 무예신보를, 정조대에서 또 6종을 추가하여 무예도보통지를 편찬하였다. 이렇게 귀중한 서적이 사라졌다. 현재도 우리나라에 없다. 

1866년(고종3년) 프랑스 군대가 강화도지역으로 침범하였다. 대원군이 천주교를 탄압한다는52) 구실로 일으킨 제국주의적인 전쟁이다. 1866년 음력9월18일에서 11월11일까지 약7주간의 전쟁이다. 이 전쟁을 역사에서는 ‘병인양요’ 라고 칭한다. 프랑스군이 강화도를 점령한 후 도성으로 진격하려고 온갖 전술을 다 구사하였지만 조선군의 방어와 대항전을 이기지 못하고 철수하였다. 

그 결과 프랑스군을 물리친 자신감에 찬 대원군으로 하여금 문을 더욱 굳게 걸어 잠그고 모든 수교와 통상을 거부하는 쇄국정책으로 치닿게 하였고, 나폴레옹3세 치하의 프랑스 군대는 제국의 위신을 여지없이 동양의 작은 나라에서 추락시켰다. 하지만 그들이 철수하면서 강화성 안에 있던 수 많은 우리나라의 보물들을 약탈했다. 그 중에는 은궤19상자와 그 은궤보다도 더 귀중한 외규장각의 많은 서적들이 포함되어 있었다. 그 서적들 가운데는 ‘무예제보’도 있었다. 그들이 가져간 서적과 보물들은 아직도 돌아 오지 못하고 ‘불귀의 객’이 되어서 구천九天을 헤메고 있다. 

우리는 국력을 더욱 배양하여 우리 민족의 귀중한 문화재들을 반드시 되찾아 와서 제자리에 놓아야만 하겠다. 그래야만 우리의 선조들이 이룩한 찬란한 문화를 더욱 연구하고 발전시켜 후손들에게 떳떳히 물려줄 수 있으리라… 

우리는 120여년이란 세월이 흐른 후 상대적으로 별로 귀중하지도 않은 고작 몇권의 서적과 마이크로필름들을 가져올 수 있었다. 무예제보는 단 한권만이 전하며 이것은 애석하게도 프랑스에 보관되어 있다. 그리고 1982년 한불韓佛협정에 의하여 많은 서적들이 마이크로필름으로 재생되어 우리나라로 올때 다행스럽게도 무예제보의 그것도 포함되어 있었다. 

하지만 당시에는 아무도 그것을 몰랐다. 1993년 이 마이크로필름의 존재가 확인될 때까지 어느 누구도 무예제보가 프랑스이 있었는지도 몰랐다. 영원히 사라져 버린 책으로 간주되었던 것이다. 마이크로필름이 국립중앙도서관에 이양된 후에도 무예제보의 필름은 학자들의 큰 관심을 받지 못했다. 그것은 아마도 그 필름에는 출처가 ‘1982년 프랑스 동양어학교’라고 표기되어 있었기 때문이라고 짐작해 본다. 원본이 아니고 비록 마이크로필름이지만 무예를 연구하고 수련하는 참 무도인들의 ‘근성根誠’에 의해 ‘발견아닌 발견’ 으로 재발견 되었다. 

박기동(강원대 스포츠과학부 교수)은 어느날 지인인 동방무술 유심권 도장의 종주인 이민영으로 부터 국립중앙도서관에 ‘무예제보’의 마이크로필름이 보관되어 있다는 말을 전해 들었다. 그리고 그는 1993년9월11일 그 도서관 비도서 자료실을 찾아가서 그 존재를 확인하였다. 역사서 속에서 무예도보통지의 편찬의 모체로만 전해졌던 무예제보의 발견은 전통무예를 연구하고 수련하는 특정인들만이 아니라 많은 학자들과 국민들에게도 감격스러운 ‘발견’이었다. 

그는 1994년 논문을 통해 이 사실을 학계에 정식으로 보고했으며, 이 논문으로 인하여 학계와 무술계는 발칵 뒤집혔다. 결국 우리나라의 무예사를 다시 써야만 했다. 당시 까지만 해도 우리나라의 현존최고現存最古의 무예서는 무예도보통지였는데 무예제보가 그 영예의 자리를 탈환하였다. 꿈에서나 그리고 다른 역사서 속에서 책명만 전해오던 400년이 넘은 책이 존재한다는 감격을 어떻게 19상자의 은궤에 비하랴… 아직도 아쉬운 점은 그 원본이 우리나라가 아닌 프랑스에서 보관되어 있다는 것이다. 무도인들 뿐만 아니라 우리 국민 모두가 힘을 합하여 우리 민족의 유산인 귀중한 문화재를 제자리로 돌려 놓을 때가 아닌가 싶다.

52) 이 사건을 ‘병인박해’라고 한다. 1831년 교황청이 조선을 독립교구로 선정하였다. 신부들이 와서 몰락한 양반들을 중심으로 기독교를 전파했다. 하지만 기득권의 양반들은 서구 열강들의 제국주의가 기독교와 연관되어 있다는 사실을 우려하여 천주교를 금지시켰다. 기해박해(1839년)때도 프랑스인 신부 3명이 처형되었다. 하지만 교세는 은밀히 확장되었다. 원래 대원군은 기독교를 이용해 제정 러시아의 남하를 막으려고 했지만 청나라의 정세가 변하면서(영국과 프랑스군의 북경 점령) 기독교를 탄압하였다. 그리고 대원군도 기독교나 신부들이 정치적 이용가치 없다고 판단되어1866년(고종3년 – 병인년)에 천주교 탄압교령을 포고하였고, 프랑스 선교사 12명중 9명과 국내 신도들의 순교자만 2천여명이 처형된 사건이 병인박해이다. 그리고 피신하여 병고와 굶주림으로 죽은 신도들을 다하면 8천여명이 넘는 숫자이다. 살아남은 선교사가 청나라로 가서 천진 주재 함대 사령관에게 이 소식을 전했고 결국 그 해 11월 기독교를 탄압한다는 빌미로 침략하였는데 그들의 진짜 이유는 베트남에서 한것 처럼 식민지화가 주목적이었다. 

박선우 (박선우태권도장 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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