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팔 장애 딛고 달린 김영갑 씨 |
보스톤코리아 2014-04-24, 20:03:06 |
(보스톤 = 보스톤코리아) 김현천 기자 = 118회 보스톤 마라톤에 참가한 한국 선수들 중 3시간 34분 완주 기록에 양팔 없는 장애인이 있다는 소식을 듣고 완주 파티장을 찾았다. 극심한 피로와 더위를 시원한 맥주로 달래고 있는 참가자들 중 한 명이 눈에 띄었다. 양팔 모두 팔꿈치 아래가 없는 김영갑(42세) 씨가 팔꿈치 부분을 이용해 맥주를 마시고 있었다. 그가 짧은 반소매 티셔츠를 입었으리라고 생각지 못한 편견이 당황스러웠다. 흔쾌히 인터뷰에 응한 김 씨는 팔이 불편한 것 말고는 몸도 마음도 웬만한 사람들보다 더 건강해 보였다. 이번 보스톤 마라톤 기록은 의외로 늦은 5시간. 이유를 물으니, 함께 참가한 여자선수와 보조를 맞추며 보스톤 마라톤 현장을 즐겼다고 말했다. 선수입장에서 응원자들을 감상하고 사진도 찍었다며 순박한 웃음을 보였다. 김 씨는 지난 1989년 직장에서 일하던 중 전기 감전 사고를 당해 두 팔을 잃었고, 이후 몸도 마음도 병들었다. 그러던 중 체중이 불어나 건강이 힘들어지자 살을 빼야겠다는 생각이 들어 동네 초등학교 운동장을 달리기 시작했고, 그것이 계기가 돼 마라토너의 삶을 살고 있다. 그때가 2001년이라고 밝힌 김 씨는 “처음에는 운동화도 없어서 등산화를 신고 달렸어요. 세 바퀴 달리고 나니 힘이 들어 더는 못하겠더라고요. 그렇지만 하루하루 늘려가며 달리니, 다섯 바퀴도 되고, 열 바퀴도 되더니 10킬로를 달리고 6개월 후에는 풀 코스도 달리게 됐죠.”라고 말했다. 이어 2004년 보스톤 마라톤에 처음 참가했고 올해 두번째로 참가한 그는 세계 주요 마라톤 대회는 다 참가했다. “매번 달릴 때마다 힘들고 포기하고 싶지요, 하지만 힘들다고 포기하면 다른 일도 다 그래요”라며 깊이 있는 말을 던졌다. “처음에는 받아들이기가 힘들었지만, 그냥 사람들에게 감추지 않기로 했어요. 내놓고 나니 마음이 편해지더군요”라며 담담히 말하는 그는 “장애를 극복하는 데 마라톤이 큰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마라톤을 하면서부터 사람들과 어울리고, 그러다 보니 내성적이었던 성격이 외향적이고 긍정적이며 적극적으로 바뀌었다고. 당연히 장애라는 사실에 위축되지 않고 당당히 내보이고 살게 되더라는 것이 그의 말이다. “운동화 끈 묶는 일만 빼고 뭐든 해결하며 산다”는 그. 지난 4월에는 경북 창인에 있는 육상 실업 팀 입사 시험에 합격했다. 장애 후 잃었던 직업을 25년만에 다시 갖게 된 것이다. “마라톤을 하지 않았다면 도저히 이룰 수 없는 일”이라며 뿌듯함을 표한 그는 “처해있는 상황을 어떻게 받아들이냐에 따라 무엇이든 달리 만들 수 있다”고 경험에서 얻은 신조를 말했다. 김 씨는 이제 결혼도 하고 싶다는 바램을 표하며 “2시간 34분 기록으로 마라톤을 뛰는 것보다 더 힘든 일 같다”고 여유 있는 유머도 던졌다. ⓒ 보스톤코리아(http://www.bostonkorea.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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