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놀이 패
보스톤코리아  2014-04-14, 12:15:07 
먹물들만 거대담론을 즐기는 건 아니다. 오래전 ‘임꺽정’이란 연속극이 있었다. 그는 백정이고, 한낱 도적이다. 홍명희 소설과는 사뭇 다른데, 연속극에서는 나라를 걱정하고 ‘도탄에 빠진’ 백성을 가엾이 여긴다.  이걸 ‘임꺽정 신드롬’ 이라 했던가. 내가 그 병에 걸렸다. 책상물림에 백면서생이 한국정치판을 훑어보고, 극동에서 이는 외교전 회오리 바람을 읽는다. 한중일에 미국을 다른 한축으로 신新극동 삼국지가 흥미진진이다. 우리팀이 이길 적엔 게임이 더 재미있다. 레드삭스가 양키를 꺾는다면 더욱 짜릿하다.

흑은 좌변귀에서 살고자 했다. 귀살이를 도모했다는 말인데, 스스로 집짓기에 실패했다. 위협하는 백을 보고 탈출구를 찾아야 했다. 간신히 백의 포위망을 뚫었고 좌변 흑집과 연결했다. 좌변 흑집도 튼실하지 않았는데, 옳다구나 싶었던 거다. 흑은 이제 활로를 찾은 듯 싶어 한숨 돌렸다. 겉보기엔 좌변의 흑집도 웬간해진듯 싶다는 말이다. 하지만 아직도 미생이고, 곳곳이 헛점투성이다. 중앙을 향한 세력은 두터운듯 하지만, 너무 허술하다. 집은 상당한것 같은데, 아직도 미완이고 실하지 않은 터다. 세력과 계가에서도 여전히 백이 우세다. 더욱 백은 ‘오냐, 집을 짓고, 세력을 넓혀라’ 그냥 내버려 두지 않을 터. 이대로 가다가는 만방으로 깨지는 것 아닌가 모르겠다. 백의 불계승이라는 말이다. 그렇다고 돌을 던질수도 없다. 행여 흑이 자충수를 둔건 아닌가? 하긴 그 길 밖에는 없었긴 했다.

국지전에서 흑은 반드시 이겨야 한다. 흑이 열세를 백중세로 바꿔야 할것이고, 승기도 잡아야 한다. 헌데, 문제는 이 싸움은 흑의 세력안에서 일어났다는 거다. 그러니 백은 이기면 좋고 져도 크게 아쉬워 할것도 없다. 게다가 패싸움까지 붙었다. 헌데, 그 패는 백에게는 꽃놀이패인데, 흑에게는 반드시 패를 따내야 한다. 그게 문제다. 서울과 지방에서 여야당 후보들이 치열히 싸운다. 여전히 여당은 든든한 세력을 바탕으로 힘이 넘친다. 이번 한국 지방선거 이야기다.

한국은 아주 좋은 꽃놀이패를 가동했다. 대신 일본은 편치않아 보인다. 미국의 바지가랑이를 쥐고 애원하고 있는듯 싶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게 생겼지 싶다는 거다. 밀당이 여기서 있다. 한국이 중국과 가까운듯 하니, 미국도 마음이 편치는 않다. 미국에겐 일본과 한국의 지원이 반드시 필요하다.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서다. 한반도에서는 바로 중국의 목젖을 겨눌 수 있지 않은가 말이다. 그러니 미국은 일본을 압박하고, 일본은 힘에 떠밀려 손을 내밀었다. 한국은 은근히 못이기는 척 응답했는데, 여전히 쿨하다. 잡은 손이 따뜻하지 않다는 말이다. 

이이제이以夷制夷. 오랑캐 손을 빌려 오랑캐를 친다는 말이다. 삼국지에 나오던가. 한국은 중국손을 빌려 일본을 더욱 압박한다. 미국 입을 빌려 일본을 더욱 밀어 붙인다. 잘하고 있지 싶다. 내손에 직접 피를 묻히지 않는다. 그러니 그가 왜 노회한가 다시 보게 한다. 한국대통령이 스스로 꽃놀이패를 만들었고, 계속 거세게 몰아가고 있다는 게다. 그의 보는 눈이 많이 늘었고, 그가 여전히 밀면서 기다린다는 말이다. 하긴 수십년간 기다려 왔는데, 뭘 기다리지 못할 것인가? 그는 전혀 조급하지 않을터, 틈새를 더 벌리고, 더 압박해야 한다. 이따끔 따끔한 한마디 날려라. 신新극동 삼국지가 볼만하다. 한국은 꽃놀이패 즐기고 있다. 보는맛이 깨소금이다. 

과연 그가 노회하다. 내공이 보통을 넘었다. 여린듯 하다만, 독하다. 대對일본전에서 꼭이기기를 빈다. 이길 걸로 믿는다. 밀물이 있으면 썰물도 있을텐데, 그건 조심스럽다.

‘내가 너를 취하리니 너는 네 마음에 원하는 대로 다스려 이스라엘 위에 왕이 되되’ (열왕기상 11:37)


김화옥  (보스톤코리아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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