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 대통령 드레스덴 선언 후 남북관계 냉기류 |
보스톤코리아 2014-04-07, 11:30:16 |
(보스톤 = 보스톤 코리아) 오현숙 기자 = 박근혜 대통령이 통일대박 구상, 이른바 '드레스덴 3대 대북제안'을 선언한 이후 되레 남북관계가 험악해지고 있다. '3대 대북제안'은 각종 지원과 교류확대를 담고 있는 내용이지만 북한은 사흘도 안 돼 서해 NLL 해상에서 사격훈련에, 원색적인 비난까지 내놓아 통일구상이 출발부터 삐걱거리게 생겼다. 특히 4월은 북한에서 내부적으로 중요한 행사가 잇따라 있어 자신들의 내부 결속을 위해서도 또 다른 도발을 감행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향후 북한이 어떤 자세로 나오고, 정부가 어떻게 관리하느냐에 따라 박 대통령의 '드레스덴 선언' 진척 등 향후 남북관계의 향방이 드러날 전망이다. 북, 드레스덴 제안 거부 박 대통령이 지난달 28일 독일 드레스덴에서 야심차게 발표한 '남북한 주민의 인도적 문제 해결', '남북한 공동번영 위한 인프라 구축', '남북 주민간 동질성 회복' 등 3대 대북 제안에 대해 북한은 사실상 거부의사를 밝혔다. 조선 중앙통신은 지난 31일 '남조선 집권자의 저급한 외교'라는 글에서 박 대통령이 "동족간의 비방중상 중지를 떠들던 그 입으로 우리를 악랄하게 헐뜯으면서 횡설수설했다"며 "잡동사니들을 이것저것 긁어모아 '통일제안'이랍시고 내들었다가 괴뢰들 내부에서까지 조소와 비난을 받았다"고 주장했다. 또한 북한 노동신문은 1일자 기사에서 "지금 박근혜는 유럽 나라들을 돌아치며 그 무슨 '통일'이니, '공동번영'이니 '교류'니 하는 낯간지러운 수작들을 장황하게 늘어놓고 있다"며 "겉으로는 미소를 띄우면서 속에는 독을 품고 우리를 해치려고 발광하는 박근혜의 그 뻔한 흉심을 우리는 낱낱이 꿰뚫어보고 있다"고 비난했다. 북한이 격한 반응을 보이고 있는 것은 드레스덴 선언을 흡수통일과 체제 붕괴 위협으로 인식하고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 같은날 노동 신문은 "박근혜는 체면도 없이 독일통일에서 '배울 것이 많다느니, 모범을 따르고 싶다느니'하며 아양을 떨었다"고 지적해 박 대통령의 제안을 '흡수 통일'로 규정했다. NLL해상 포격시위 박 대통령의 드레스덴 선언 발표 후 3일 뒤인 지난달 31일 북한은 500여발의 포탄을 북방한계선(NLL) 인근 해상에 쏟아부으며 무력시위를 벌였다. 북한은 이날 오전 8시께 서남전선사령부 이름으로 우리 해군 2함대에 보낸 전화통지문을 통해 서해 NLL 이북 해상 7곳에 사격구역을 설정하고 사격훈련을 할 것이라고 통보했고 우리 군 당국은 긴박하게 움직이며 주민들과 어선들을 대피시켰다. 통보를 받고 4시간 15분 이후부터 북한의 대규모 포사격이 시작됐다. 북한이 발사한 해안포와 방사포 500여발 중 100여발이 백령도 인근 NLL 이남 최대 3.6㎞ 해상까지 떨어지자 서북도서방위사령부는 즉각 해병부대에 대응사격을 명령했다. 우리 군은 이날 NLL 이남 해상에 떨어진 북한 포탄 수의 3배 이상의 대응포격을 했다. 이는 2010년 11월 연평도 포격 도발 이후 정립된 ‘신속•정확•충분성’ 개념을 바탕으로 만들어진 지침을 따른 것으로 이번 북한의 NLL 해상사격에 대한 우리 군의 대응사격 때 처음으로 적용됐다. 다음날인 지난 1일에는 북한이 동해안 일대에서 미사일 발사를 준비하는 징후가 포착됐다. 정부 소식통에 따르면 "북한이 어제부터 4일까지 동해 원산 앞바다 일대에 내부적으로 선박 항해금지구역을 설정한 것으로 안다"며 "스커드 또는 노동 탄도미사일을 발사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분석된다"고 밝혔다. 당분간 남북관계 경색 국면 북한은 이번에도 무력 도발과 대남 비난을 병행하는 투트랙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핵실험 시사와 NLL 포격이 미국을 향한 군사적 시위 성격이 강한 반면, 박 대통령에 대한 거친 언사는 남북관계 경색을 상정한 노림수로 판단된다. 다만 북한이 겉으로 여러 강경 카드를 내밀었지만 궁극적 목적은 국제사회와 남측의 반응을 떠보는 데 방점이 찍혀있다는 평가가 우세하다. 박 대통령 비난에 국가기구가 아닌 우회 방식(언론)을 택한 점, NLL 포격 사실을 사전 통보한 점 등에서 대화의 문을 완전히 닫았다고 보기 어렵다. 하지만 남북이 상대의 태도 변화를 대화 조건으로 고수하고 있는 만큼 당분간 관계 경색은 불가피할 전망이다. 정치 일정상으로도 그렇다. 이달 중순까지 한미 연합훈련과 17~18일 한ㆍ미ㆍ일 안보토의(DTT)가 예정돼 있고, 이달 말쯤에는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방한 일정도 잡혀 있다. 오바마 대통령의 방한에선 한ㆍ미ㆍ일 3각 공조 방안과 함께 북핵 폐기가 주요 의제로 다뤄질 계획이어서 북한의 도발 강도가 한층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4월은 북한에서 내부적으로 김일성 생일(15일)과 인민군 창건일(25일) 등 중요한 행사가 잇따라 있어 자신들의 내부 결속을 위해서도 강경한 대외 행보를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관계개선의 걸림돌 ‘핵’ 정부는 일단 북한의 도발에 대해 상황관리를 하면서도 드레스덴 선언 실천 준비에 만전을 기하겠다는 입장이다. 정부는 최연혜 코레일 사장의 평양 국제철도협력기구(OSJD) 정례회의 참석 승인 여부를 검토 중이다. 코레일은 현 정부의 관심 사안인 나진∼하산 프로젝트 등 남북 철도 현안 등을 논의하기 위해 방북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통일부에 전달했다. 하지만 박 대통령 입장에서 북한의 핵이 남북 관계 개선의 가장 큰 걸림돌이다. 국제사회의 제재 때문에 우리가 대규모 대북 지원을 하고 싶어도 마음대로 할 수 있는 입장이 아니다. 게다가 북한은 핵 보유를 김정은 체제의 존폐와 직접적으로 연결시키고 있다. 박 대통령이 지난달 핵안보정상회의에서 김정은의 핵•경제 '병진' 노선을 비판하자 북한이 노동신문 등 온갖 매체를 동원해 "최고 존엄 모독"이라고 비판한 이유도 여기 있다. 북한은 헌법에 핵보유국을 명시하고 김정은 시대의 지도 노선으로 병진정책을 이미 확립한 상태이기 때문에 북한이 이 부분에서 유연성을 발휘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는 것이다. ⓒ 보스톤코리아(http://www.bostonkorea.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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