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공무원 간첩사건’ 증거조작 의혹 일파만파
보스톤코리아  2014-03-17, 10:46:55 
‘서울시공무원 간첩사건' 피고인 유우성씨가 지난 12일 '간첩증거 위조' 의혹 사건 참고인 조사를 받은 뒤 서울고검 청사를 나서고 있다
‘서울시공무원 간첩사건' 피고인 유우성씨가 지난 12일 '간첩증거 위조' 의혹 사건 참고인 조사를 받은 뒤 서울고검 청사를 나서고 있다
(보스톤 = 보스톤 코리아) 오현숙 기자 = 일파만파로 번지고 있는 ‘서울시 공무원 간첩사건’ 증거조작 의혹. 국가정보원이 간첩 혐의를 받는 유우성(34)씨에 대한 증거 자료 조작에 개입한 정황이 속속 드러났는데도 거짓 해명과 책임 떠넘기기로 일관해 국민적 불신과 혼란을 자초하고 있다는 비판이 거세다. 

증거를 법원에 제출한 검찰의 책임론도 함께 불거지고 있다. 통합신당 출범으로 지방선거의 구도가 여야 양자대결 형국으로 재편된 가운데 국정원의 간첩사건 증거조작 사태가 유권자의 표심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지 관심이 집중된다.

문서위조, 국정원도 알았다
간첩사건 증거조작 의혹이 대중에게 불거진 것은 지난 2월 14일, 중국 정부가 검찰이 재판부에 제출한 3개의 문건이 위조라고 통보하면서부터다. 

하지만 3월 5일, 국정원이 자신들의 증인이라고 검찰에 출두시켰던 협력자 김모(61)씨가 자살을 기도하면서 유씨의 간첩 여부를 가리는 재판은 국정원의 증거조작 수사로 180도 전환됐다. 김씨는 자신이 문서를 위조했으며 국정원도 그 사실을 알고 있다, 또 유우성은 간첩이나 증거가 없으니 추방하라는 유서를 남겼다.

김씨는 지난 12일 여의도 성모병원에서 치료를 마친 뒤, '서울시 간첩공무원 증거위조' 사건에 가담한 혐의로 체포됐다.

앞서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 10일 청와대 수석비서관회의에서 서울시 공무원 간첩사건 증거조작 의혹에 대해 유감을 표명했다. 박 대통령은 "실체적 진실을 조속히 밝히고, 문제가 드러나면 반드시 바로잡을 것"이라고도 했다. 

이 같은 대통령의 강한 의지표명 직후 검찰은 국정원에 대한 압수수색에 나섰지만 이미 압수수색이 예고된 데다 사실상 국정원이 협조하는 범위 내에서만 자료 확보가 이뤄져 압수수색의 실효성에 대한 의문이 제기됐다.

거짓해명에 신뢰추락한 국정원
국정원은 지난해 말 피고인 유씨의 항소심 공판에서 유씨 변호인이 정상적으로 발급 받아 법원에 제출한 유씨의 북한-중국 출입경기록 및 정황설명서를 가짜라고 주장하면서 검찰을 통해 각종 반박자료를 제시했다. 그러나 지난달 중국 정부가 주한대사관을 통해 국정원이 구해온 문서 및 관인은 모두 위조됐으며, 변호인측 자료만 진본이라고 밝히자 궁지에 몰렸다.

 국정원은 이후에도 검찰에 보낸 답변서 등을 통해 "위조는 없었다"고 버텼다. 오히려 중국 정부가 위조로 판단한 근거를 구체적으로 제시하지 않았다는 점을 들어 이를 그대로 믿으면 안 된다고 주장했다. 

지난달 28일 대검찰청 디지털포렌식센터가 검찰과 변호인이 각각 중국 싼허변방검사참에서 받았다는 정황설명서의 관인이 서로 다르다고 발표해 국정원이 넘긴 문서가 사실상 위조된 것으로 확인된 뒤에도 상식 밖의 변명을 했다. 같은 관공서라도 여러 개의 인장을 사용하는 경우가 있으며, 같은 인장도 힘의 강약이나 인주 상태에 따라 글자 굵기 등이 다르게 감정될 수 있다는 것이었다.

 국정원은 해당 문서를 구해 온 국정원 협력자 김씨가 검찰 조사와 유서를 통해 위조 사실을 시인해 더 이상 진본 주장을 할 수 없게 되자 "김씨가 건넨 문서를 진본으로 믿고 검찰에 제출했다"며 책임을 김씨에게 떠넘겼다.

국정원은 지난 9일 밤 기자들에게 보낸 '발표문'에서 "증거조작 의혹과 관련해 세간에 물의를 야기하고 국민께 심려를 끼쳐드린 것에 대해 진심으로 송구스럽다"며 사과했다. 

그러나 "중국 내 협조자로부터 입수한 문서 3건의 위조 여부가 문제가 돼 국정원으로서도 매우 당혹스럽다"며 위조 과정에 개입했거나 최소한 알고 있었다는 의혹을 에둘러 부인했다.

검찰도 재판에서 거짓진술
검찰도 간첩사건 재판에서 거짓말을 한 것으로 드러났다.
'서울시 공무원 간첩사건'의 공소유지를 맡고 있는 서울중앙지검 공안1부(이현철 부장검사) 검사들이 중국 정부가 위조라고 밝힌 유씨의 북•중 출입경기록의 출처 및 입수 경위에 대해 법정에서 수차례 거짓말을 한 것으로 확인됐다.

국가정보원을 통해 비공식 루트로 유씨의 출입경기록을 입수해놓고는 "대검찰청이 중국 지린성 공안청에 공문을 보내 정식으로 발급받았다"며 여러 차례 재판부를 속인 것이다.
 위조문서를 법정에 낸 검찰이 해당 문서의 출처 및 입수 경위에 대해서도 법정에서 사실과 다른 말을 한 것으로 드러나면서, 검찰이 위조문서임을 알면서도 증거물로 제출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커지고 있다.

한편, 이번 의혹사건과 관련된 일부 문서의 위조를 주도한 인물이 국가정보원 대공수사국 A 팀장(3급)으로 특정된 것으로 12일 확인됐다.

 검찰은 지난해 12월 중순 대공수사팀 김모 과장(4급)이 김씨를 만나 "유우성 씨 변호인 측의 출입경 기록을 반박할 자료를 구해달라"고 부탁한 것도 A 팀장의 요구에 따른 것으로 보고 있다.

 유씨 변호인이 "검찰이 제출한 출입경 기록을 발급한 적이 없다"는 허룽시 공안국 직원의 진술이 담긴 동영상을 항소심 재판부에 제출하자 A 팀장이 김 과장에게 해결책을 찾으라는 지시를 내렸을 것으로 검찰은 추정하고 있다.

남재준 국정원장 책임론 제기
간첩사건 증거조작 의혹과 관련해 새누리당 내 비주류를 중심으로 남재준 국정원장에 대한 책임론이 연일 제기되고 있다.

새누리당 심재철 최고위원은 지난 12일 이번 의혹과 관련해 "국가정보원의 철저한 쇄신을 위해서는 남 원장에 대한 책임이 불가피해 보인다"고 말했다.

심 최고위원은 이날 최고중진연석회의에서 "국정원의 존재 이유인 대공수사 정보역량이 조작될 증거나 갖고 있을 정도라니 큰 충격"이라면서 "국정원이 증거위조 사실을 알았다면 묵인 내지 은폐한 것이고, 몰랐다면 무능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하지만 청와대 관계자는 “수사 결과가 나와야 누구까지 책임을 져야 하는지 알 수 있다”며 “남 원장 책임 부분은 그때 가서 결정해도 되니 예단하지는 말았으면 좋겠다”고 선을 그었다.

‘호기’를 잡은 야권은 파상공세를 이었다. 일제히 남 원장의 해임과 함께 특검 도입을 주장했다. 국회 정보위 소속 김현 민주당 의원은 “이 사건이야말로 암 덩어리처럼 번지고 있다”면서 “특검이라는 수술을 통해 도려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와 같이 정치권은 지난해 헌정 사상 최초로 열린 국정원 국정조사 때처럼 국정원을 옹호하며 후폭풍을 최소화하려는 새누리당과, 진상 규명을 요구하며 특검 도입을 요구하는 민주당의 대치가 재현되는 양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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