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2월
보스톤코리아  2014-02-10, 11:51:03 
벌써 2월이다. 참 세월 빠르다 해도 이런 줄 몰랐다. 옛적 어른들 말씀이 틀린 게 하나도 없다. 나이가 들어가면 세월이 더 빨라진다고 하시던 말씀 말이다. 산울림 그룹이 노래하던 ‘아니 벌써’다. 설날에 아내가 챙겨준 떡국까지 먹었으니, 뭐라 할 말은 없다.  지난 주 맹렬한 추위에 무탈하신지?

2월처럼 튀지않는 달月도 없을 게다. 아주 밋밋하다 못해 건조하다. 날씨도 매우 건조할 게다. 무슨 괜찮은 공휴일이 있는 것도 아니고 추위도 여전하다. 아, 프레지던트 데이가 휴일이던가. 하긴 한국에선 졸업식이 연이어 있을 게다. 학교를 마치고 새학교에 가게 될 아이들에겐 신나는 달이다. 오세영 시인이 2월을 읊었다. 
'벌써'라는 말이 
2월처럼 잘 어울리는 달은 아마 
없을 것이다. 

새해 맞이가 엊그제 같은데 
벌써 2월, 
지나치지 말고 오늘은 
뜰의 매화 가지를 살펴보아라. 
외출을 하려다 말고 돌아와 
문득 털외투를 벗는 2월은 
(2월 중 에서, 오세영)

예전 한국야구에서 2번타자는 평범했다. 추신수가 일번타자로 출루하면 2번 타자는 번트를 댔지 않았던가. 무조건 2루로 보내야 하니 말이다. 득점을 위해 매우 중요한 타순이다. 하지만 빛을 크게 받지는 못했다. 2월이 겨울과 봄사이에 징검다리인데, 빛을 못보는 건 2번타자와 같다. 2월은1월을 보내는 달이니 말이다. 이 밍밍하고 특별할 것도 없는 2월엔 다시 와사비든지 겨자덩이를 씹어 넘겨야 할지도 모르겠다. 정신 다시 다듬을 수 있도록 말이다. 지난 달에 다짐했던 그 말 한가닥 다시 잡고, 굽는 생선 뒤집듯 한번 뒤집어 봐야 하지 않을까 싶다는 말이다. 헌데, 뭘 결심 했더라? 벌써 가물거린다. 참 내 정신이.

아직도 한국에서 삼한사온三寒四溫이 있나. 한국 겨울철엔 삼사일은 추울 망정, 이어서 한 사나흘은 푸근하다는 말이다. 항상 춥지도 항상 따뜻하지도 않다는 것. 하지만 이제는 서울의 겨울도 그렇게 춥지 않고, 삼한사온 현상이 그다지 뚜렷하지 않은 듯 싶다. 날씨도 그러한데, 인생살이 또한 그렇지 아니할 겐가. 인생도 마냥 바닥을 쳐서 구르지만은 않을 게고, 내리막이 있다면 오르막도 있다는 말 일게다. 헌데 사람 마음이 간사하기에 그런가. 춥다가 조금이라도 날이 풀리면 따뜻하다. 하지만, 따뜻하다가 추워지면, 더 춥게 느낀다. 인생도 추락하면 무지 아픈데, 올라서면 배고프고 등 시릴 적 생각이 덜 나는 듯 싶다. 올해 보스톤 2월은 삼온사온을 보일까?

두터운 외투를 벗어 버리고 싶다. 창밖에 날은 여전히 매서울 테니 보스톤에서는 아직은 아니지만 말이다. 그래도 이 겨울 큰 탈없이 넘기고 있다. 고마운 일이다. 겨울에 먹는 냉면도 일품이다. 냉면엔 겨자를 넣어야 한다. 

‘너희의 도망하는 일이 겨울에나 안식일에 되지 않도록 기도하라’ (마태 24:20) 


김화옥  (보스톤코리아 객원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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