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랑도(花郞徒)와 성(性) 그리고 태권도(跆拳道) 18
보스톤코리아  2014-01-20, 11:50:49 
다음은 평양성을 탈환한 휴정 서산대사를 살펴보자. 그는 1529년 평안도 안주安州에서 태어났다. 속명은 최여신崔汝信, 아명은 운학雲鶴이며 호는 청허淸虛이다. 어릴때 부모를 여의고 안주 목사牧使 이사증李思曾을 따라 한양으로 와서 성균관에서 글과 무예를 익혔다. 그리고 30세에 승과에 급제하여 선교양종판사禪敎兩宗判事직을 제수 받았다. 

하지만 관직에 머무는 게 승려의 본분이 아니라고 생각하면서 그 직을 그만 두고 전국의 명산과 사찰을 찾아 다니며 무예를 수련하고 득도의 고행을 걸었다. 그는 정감록의 미신에 의하여 정여립이 왕이 된다는 유언비어를 퍼뜨려 역모를 꾀한 사건에 연루 되었다고 모함을 받아 하옥되기도 하였다. 

공초供招가 명백하여 무죄 석방되었고, 그 후 묘향산으로 들어 갔다. 곧 임진왜란이 나자 선조는 그를 불러 도움을 청하였고, 그는 곧 바로 왕명을 받들어 늙고 병든 승려는 사찰에서 남아 구국의 기도를 하게 하고, 젊은 승려들은 승군으로 편성하여 왜군 격퇴에 앞장 섰다. 그는 당시 70이 넘은 노구로 승병들을 직접 통솔하여 명나라 군사들과 함께 평양성을 탈환하였다. 

그 공로로 받은 벼슬을 제자인 유정 사명대사에게 주고 묘향산으로 들어갔다. 그는 1604년 원적암에서 해탈의 설법28)을 마치고 자신의 영정을 꺼내어 그 뒷면에 “80년 전에는 네가 나더니 80년 후에는 내가 너로구나.(팔십년전거시아 팔십년후아시거 八十年前渠是我 八十年後我是渠)”라는 시를 써 제자들인 유정과 처영에게 전하게 하고 가부좌을 틀고 입적하니 그의 나이 85세, 법랍67세였다. 그가 죽은 후 21일 동안 방안에서 기이한 향기가 가득했다고 한다. 그가 남긴 문집과 법어는 대단히 많이 전한다. 그 중에서도 ‘백범일지’에 보면 김구가 평생의 좌우명의 하나로 삼았던 서산대사의 유명한 시詩 ‘답설야중거’29) 는 눈내린 길을 어떻게 걸을 뿐만 아니라 인생을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도 깨우쳐 준다. 

28) 서산대사의 해탈시
근심 걱정없는 사람 누군고. 출세 하기 싫은 사람 누군고. 시기 질투 없는 사람 누군고. 흉허물 없는 사람 어디 있겠소.
가난하다 서러워 말고, 장애를 가졌다 기죽지 말고, 못 배웠다 주눅 들지 마소. 세상살이 다 거기서 거기외다. 
가진 것 많다 유세 떨지 말고, 건강하다 큰소리 치지 말고, 명예를 얻었다 목에 힘주지 마소. 세상에 영원한 것은 없더이다.
잠시 잠간 다니러 온 이 세상, 있고 없음을 편 가르지 말고, 잘나고 못남을 평가 하지 말고, 얼기 설기 어우려져 살다나 가세.
다 바람같은 거라오, 뭘 그리 고민하오. 만남의 기쁨이 건 이별의 슬픔이 건 다 한 순간이라오. 사랑이 아무리 깊어도 산들바람이고 오해가 아무리 커도 비바람이라오.
외로움이 아무리 지독해도 눈보라일 뿐이오. 폭풍이 아무리 세도 지난 뒤엔 고요하듯 아무리 지극한 사연도 지난 뒤엔 쓸쓸한 바람만 맴돈다오. 다 바람이라오.
버릴 것은 버려야지 내 것이 아닌 것을 가지고 있으면 무엇하리오. 줄게 있으면 줘야지 가지고 있으면 뭐하노.
내 것도 아닌데, 삶도 내 것이라고 하지마소. 잠시 머물다 가는 것일 뿐인데 묶어 둔다고 그냥 있겠소.
흐르는 세월 붙잡는다고 아니 가겠소. 그저 부질없는 욕심 일뿐, 삶에 억눌려 허리 한번 못피고 인생계급장 머리에 붙이고.
뭐그리 잘났다고 남의 것 탐내시오. 훤한 대낮이 있으면 까만 밤하늘도 있지 않소. 낮과 밤이 바뀐다고 뭐 다른게 있소, 살다보면 기쁜일도 슬픈일도 다 있는것.
잠시 대역 연기 하는 것일 뿐, 슬픈 표정 짖는다 하여 뭐 달라지는게 있소. 기쁜표정 짖는다 하여 모든게 기쁜 것만은 아니요.
내 인생 네 인생 뭐 별거랍니까…
바람처럼 구름처럼 흐르고 불다 보면 멈추기도 하지 않겠소. 
그렇게 사는겁니다. 

삶이란 한 조각 구름이 일어남이오
죽음이란 한 조각 구름이 스러짐이다.
구름은 본시 실체가 없는 것 
죽고 살고 오고 감이 모두 그와 같도다.

29) 踏雪野中去 不須胡亂行 今日我行跡 遂作後人程 (답설야중거 불수호란행 금일아행적 수작후인정, 눈 내린 들판을 걸어 갈 때에는 모름지기 함부로 걷지 마라. 오늘 내가 남긴 발자국이 반드시 뒷사람의 이정표가 되리니)


박선우 (박선우태권도장 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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