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는 그 동안의 칼럼에서 미국의 대학교들은 ‘스펙’만으로 지원 학생의 당락을 결정하지 않는다고 분명히 말해왔다. (“명문대 합격 기준: Context-based Evaluation”; “내신 성적: 숫자가 전부는 아니다”; “명문대의 이념과 학풍” 등 참조) 분명, 높은 SAT 점수나 내신 점수, 혹은 화려한 이력서가 합격을 보장해주지는 않는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더 알려져 있는 대학교, 소위 명문대라고 불리는 학교일수록 합격생의 ‘평균 스펙’이 높은 것 또한 사실이다.

올해에도 US News 가 발표한 National University Ranking 에서 1위를 차지한 프린스턴 대학교 (Princeton University) 의 예를 보자. 프린스턴이 올해 발표한 신입생 (Class of 2017) 합격률은 사상 최저인 7.4% 였다. 이는 지난 해 기록한, 당시 역대 최저 합격률이었던 7.9% 보다 더 낮으며, 프린스턴의 합격률은 앞으로도 꾸준히 떨어질 추세다. 그렇다고 지금 당장 프린스턴에 지원한다면, 약 7 % 의 확률로 합격할 수 있다는 이야기가 절대 아니다. 프린스턴이 직접 발표한 합격생 통계를 한 번 살펴보자.
 
오른쪽의 차트는 프린스턴 대학교 홈페이지에 나와 있는 지원 학생의 고등학교 내신 성적(GPA)에 따른 합격률이다. (GPA 는 4.00 만점의 Unweighted, 즉, AP 나 Honors 수업에 의한 가산점 없이 계산 되었다.) 당연하게도 GPA 가 높을수록 합격률이 높고, GPA 가 낮을수록 합격률도 낮다. 게다가 ‘평균’ 합격률인 7.4% 이상이 되기 위해서는 내신 점수가 적어도 3.90 이상이어야 한다. 성적표에 “A-” (A 마이너스) 조차도 없는 완벽한 4.00 만점의 내신 점수라면 합격률이 10% 이상으로 훌쩍 오른다. 지원 학생들의 SAT 점수와 합격률을 비교해봐도 상황은 비슷하다. Reading, Mathematics, Writing, 세 영역에서 골고루 700점 이상을 맞아 2100점 이상을 받아야 겨우 평균 합격률인 7.4 % 를 넘기게 된다. 즉, SAT 점수가 2100점 미만이라면 프린스턴에 합격할 확률이 평균 합격률인 7.4% 조차 안 된다는 이야기다. 참고로 SAT 에서 2100점 이상을 받는 학생은 SAT 전체 전체 응시자 중 4% 뿐이다. 합격률을 2배 이상으로 높이기 위해 SAT 에서 2300점을 받고 싶다면 매년 SAT 에 응시하는 160만 명 중 상위 0.5% 인 8,200명 안에 들면 된다.

물론 GPA 나 SAT 점수가 상대적으로 낮다고 해서 프린스턴 대학교에 합격하는 것이 아주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 단지 그 가능성이 굉장히 낮아질 뿐이다. 입학생들의 ‘평균’보다 더 낮은 점수 혹은 성적에도 불구하고 합격 허가를 받는 학생들은 바로 눈에 보이는 스펙 이상, 그 무엇인가를 보유한 학생들이다. 즉, 점수나 성적을 포함한 다양한 요소로 학생을 판단했을 때, 낮은 점수를 상쇄할만한 다른 매력이 있다는 이야기다. 숫자로만 학생을 판단했다면 SAT 에서 2300점 이상을 받고도 프린스턴에 합격하지 못한 83.5% 를 설명할 수 없을 테니까. 하지만 SAT 1700점 미만으로 프린스턴에 지원한 학생 중 99.5%, 그리고 1500점 미만의 점수로 지원한 학생의 100% 가 불합격 통지를 받은 것 또한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조금 더 이해하기 쉬운 예를 들어보자. 보스톤 대학교 (Boston University) 는 올해 BU 합격생 (Class of 2017) 의 ‘평균’ 스펙을 공개했다. 학교 내 순위 (Average Rank in High School Class): 상위 9%, 평균 내신 (Average Overall Grade): A-, SAT 점수: 2016 점, ACT 점수: 30 점, 평균 합격률: 36%. 말 그대로 올해 BU에 합격한 학생들의 평균 수치이기 때문에 SAT 2016점 정도의 A- 를 받는 학생이라면 Boston University 에 지원했을 때 합격할 확률이 36% 라는 이야기다. 즉, 단순하게 자신의 SAT 점수와 내신 성적이 2016, A- 이상이라면, BU 에 합격할 확률이 36% 이상이고, 아니라면 그 반대겠다.

(다음 칼럼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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