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치하문 (不恥下問) |
보스톤코리아 2013-10-16, 13:01:43 |
불치하문不恥下問. 논어의 한구절이다. 배움에 ‘어린 사람에게라도 묻는건 부끄러운게 아니다’ 는 뜻이다. 요사이 세상은 자주 묻는다. ‘인문학에 길을 묻는다’ 뭐 이런 류다. 이제는 차라리 어린 사람에게 묻고, 순전한 대답을 기다려야 할지 싶다. 물음은 절박한데, 대답은 더디기 때문이다. 아이에게 물었다. ‘그래 어떻더냐?’ . 난감 할텐데 마땅한 질문을 찾을 수 없었다. 돌아온 대답은 간단했다. ‘좋다.’ 아이에게 읽어 보라 한 다음이었다. ‘이별연습’, 신문에 실린 졸문이었다. 더 구체적으로 말해 봐라. 아비가 다그쳤다. ‘단문이니 좋다. 글 흐름이 부드럽다. 같은 단어를 반복해서 쓰지 않았다.’ 아이가 마지 못해 대답했다. 아비가 저으기 당황했다. 이건 아비가 아이에게 지나가는 말로 말했던 거다. 그럼, 내용은? 아비가 더 몰아 붙였다. 싫지 않던 표정이 아이 얼굴에 슬쩍 비쳤기 때문이다. 아이가 고개를 끄덕였다. 좋았다는 말로 해석했다. 하긴, 아비가 그렇게 다그치는데, 나쁘다 말하지는 못했을 게다. 하지만 고맙다. 적어도 한 사람 독자에게는 감동을 줬으니 감사했던 거다. 강요된 감동 일망정 감동은 감동이다. 졸필이나마 쓴 이에게는 감격이었던 거다. 우리집 아비와 아들의 교통수단인데, 강요된 불치하문不恥下問이다. 아비가 묻는 말에 곧잘 대답해 주니 더욱 고맙다. 김추자가 나와 몸을 흔들고 있었다. 춤추며 노래하고 있는 거다. 쳐다 보던 내 아버지가 한 말씀 하셨다. . ‘쟈가 돈 아이군.’ 혼잣말처럼 언짢아 했던 거다. 하긴 흑백화면에 춤추는 모습이 크게 클로즈업 되면 어지럽긴 했다. 대답없이 긍정반 부정반 내가 혼자 속으로 웃었다. 선친 불만은 아주 어긋나지 않았으니 말이다. 내가 조로早老했던 모양이다. 이건 어떻게 하는 거냐? 내 선친이 내게 묻던 매우 어려운 질문이었다. 간단하지만 쉽지 않은 가정용품 작동법이다. 하지만 선친은 당신의 어린 아들에게 이따금 물으셨던 거다. 하긴 당시엔 뭐 복잡한 기계는 없었다. 스마트 폰도 없었고, 컴퓨터도 당연히 없었다. 세월이 꽤나 많이 흘렀다. 이제는 내가 아이에게 이따금 묻는다. 컴퓨터에 대해 묻고, 영어에 대해 묻는다. 내 선친이 젊은 내게 물으시던 걸, 이제는 내가 아이에게 묻는다. 질문만 다르다. 불치하문不恥下問이다. 아이가 학교에서 사진을 찍었다. 아내는 벽난로 위, 큰아이 사진 옆에 놓았다. 세월 만큼 많이 컸다. 같은 나이에 찍은 사진이므로, 가지런하다. 헌데, 이녀석이 저녀석인지? 이애가 저애인지? 알지 못하고 보면 같은 아이일 거라 착각할 정도다. 단지 작은 아이는 안경을 썼을 뿐인데, 구별이 쉽지 않았다. 꽤 닮아 보인다는 말이다. 아비인 내 눈에도 그렇게 잡히는 거다. 씨같음이 신기하다. 아들 하나 바라고 내리 딸만 다섯 뽑은 이모님, 두렁콩 심으러 재메꾸리 이어 두 놈, 연장 들려 두 놈에 콩 바가지 들려 갈 놈 없어 막내 딸년 찾으니 저것 없었으면 어쨌을꼬? 농담 끝에 눈물지시다. (아들 하나 바라고, 나태주) 이달에 작은 아이가 태어났다. 아이 생일을 축하해야 한다. 세상에 나오느라 고생했고, 자라느라 힘들었을 게다. 키운 제 엄마가 더 수고했는데, 이제는 내가 올려다 봐야 한다. 키가 전봇대만큼 컸다. ‘저것 없었으면 어쨌을꼬.’‘이러므로 그 부모가 말하기를 그가 장성하였으니 그에게 물어 보소서 하였더라’ (요한 9:23) 김화옥 (보스톤코리아 객원 칼럼니스트) ⓒ 보스톤코리아(http://www.bostonkorea.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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