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 정상의 민낯 회담록을 들여다 보고 |
보스톤코리아 2013-07-14, 22:08:05 |
편/집/국/에/서... 우리나라 과거 역사에서 절충의 대가는 서희였다. 80만 대군을 이끌고 고려를 침입한 거란의 소손녕 장군과 담판해 나라를 구한 그다. 서희의 담판을 인터넷에서 검색해보았다. 상당수가 서희가 세치 혀로 소손녕 장군을 설득해 많은 전리품도 받아내고 강동 6주마저 넘겨받은 것으로 적혀있다. 과연 그랬을까? 초등학생들에게 전하는 내용이라 하더라도 무언가 의심스럽기 짝이 없다. 2007년 장철균 주 스위스 대사가 중앙일보에 기고한 글을 비롯 몇몇 합리적인 글들을 찾아보면 그 의문이 풀린다. 서희도 분명 소손녕에게 안겨 주었던 것이 있었다. “당시 조공을 바치던 송과의 사대관계를 단절하고 거란과 사대관계를 맺어 조공하겠다”는 약속이었다. 이에 대한 대가로 강동 6주를 요구했다. “과거 고구려 땅은 계승한 고려가 가져야 한다”는 주장을 먼저 내고 “육로로 조공을 할 수 있도록 강동 6주의 여진족의 방해를 물리쳐 달라.”고 설득했다. 원래 거란의 땅도 아니었으니 부담스러울 일이 없었고 고려의 사대관계를 얻었으니 소손녕으로서도 손해볼 일 없는 협상이었다. 서희는 사대관계란 명분을 주고 강동 6주란 실리를 얻었다. 두 협상가 모두 윈윈하는 협상이었다. 피한방울 흘리지 않고 서로의 원하는 바를 달성한 것이다. 고 노무현 전 대통령과 고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정상회담 대화록이 국정원의 판단으로 공개됐다. 정상들의 대화는 30년간 공개, 열람, 누설이 법으로 금지되어 있다. 그러나 지금은 누구나 원하면 몇 번의 클릭으로 읽어볼 수 있는 문서가 됐다. 개인적으로는 정상들의 민낯 발언을 그대로 들여다 보며 협상과정을 이해할 기회여서 좋았다. 4시간의 정상대화록이지만 밤잠을 설치고도 다 읽지 못할 분량이었다. 이를 두고 ‘NLL(북방한계선)포기’ 아니 요즘 들어서는 ‘사실상의 NLL 포기’로 주장하는 사람이 있다. 그러나 어느 부분에서도 포기라고 발언한 적이 없다고 하는 쪽도 있다. 노무현 대통령이 제안한 서해 평화협력지대에 대한 해석이 다르기 때문이다. 노 전대통령은 서해에 공동어로구역을 설정해 군사 대결보다는 평화적인 어로를 보장하고 개성을 비롯한 해주까지 개방, 인천을 잇는 서해평화협력지대를 건설하자고 제안했다. NLL을 기본으로 등거리 또는 등면적 평화어로구역을 만들고 해주를 개방한다면 실제로 서로가 원하는 것을 갖고 윈윈하는 협상이었다. 싸우지 않고 서로간의 실리를 챙기는 회담이었다. 하지만 정상회담 원문만을 기초로 할 때 물론 합의가 NLL의 포기로 해석할 수 있는 여지도 있다. 김정일 위원장이 (북한)군부의 의견이라며 NLL를 없애자고 제안했을 때 노 대통령이 평화협력지대로 만들자고만 응답했기 때문이다. 평화협력지대는 바로 NLL의 포기라는 게 새누리당과 보수 측의 일관된 주장이다. 북측의 주장만 일방적으로 받아들였다는 것이다. 전쟁을 치른 남북이 서로간을 불신하는 특수한 상황이기 때문에 이 같은 주장은 상당수 국민들에게 공감을 얻고 있다. 서희가 사대관계를 맺었다고 비판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고 소손녕이 강동 6주를 내주었다고 비판받은 역사적 사실을 전혀 알려진 바 없다. 북한과의 외교 과정에서 NLL을 공동어로구역으로 전환하는 것은 하나의 절충이었다는 것을 모르지 않겠지만 한국의 정서는 이를 인정하기 싫어한다. 북한만 나오면 정상적인 사고를 정지하고 이념에 주파수를 맞춘다. 이념이란 색깔 안경을 쓰는 순간 평화협력 지대란 숲은 사라지고 NLL 포기란 나무만 존재한다. NLL과 같은 북한 관련 문제는 지금 껏 보수진영의 만병통치약이었다 지난 대선에서는 정치적 실리를 고려한 보수층 결집제였다. 그리고 지금에 와서는 국정원의 댓글과 선거개입이란 불리한 사건을 덮기 위한 국면전환용 진통제다. 약효는 빨리 나타났지만 당장의 남남 갈등이란 부작용도 만만치 않다. 하지만 진정한 부작용은 부도덕과 불법이란 만성질환이 커지는 것임을 모르는 것일까. 박근혜 정부의 지지율이 63%에 달한다는 최근 여론조사가 있었다. 초반에 인사실패로 50%이었던 지지율이 급 상승한 것이다. 한마디로 잘한다는 게 국민의 답이다. 그러나 주목해야 할 점이 있다. 많은 국민들이 박근혜 대통령의 업무 수행도에 높은 점수를 주지만 그외에는 시큰둥하다. 정상회담이 NLL 포기발언이 아니다라는 의견이 다수다. 박근혜 정부의 현재 인기는 어찌 보면 모래로 쌓은 성일 수도 있다. 지지율 63%을 보고 자꾸 부정을 눈감게 되면 작은 물결이 쓰나미로 둔갑해 돌아올 수도 있다. 현 정부도 절충이란 선택의 기로에 있다. 문제가 되는 비도덕적 행태와 국정원의 선거부정개입이란 썩은 부분을 도려내야 나머지 국민의 진정한 신뢰를 얻을 수 있다. 또한 국민들도 새로운 정부를 성급히 만성질환자로 취급해서는 위험하다. 보수 정권에서 이념이란 단기처방은 프로포플, 호르몬제와 같은 달콤한 유혹일 것이다. 이 유혹은 도덕과 법을 훼손한다. 우리 사회를 지키는 근간은 이념이 아니라 도덕과 법인 것을 깊은 눈으로 돌아봐야 할 것이다. 장명술 ⓒ 보스톤코리아(http://www.bostonkorea.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의견목록 [의견수 : 2] |
Elihu | |
참 좋은 글입니다. 현상이 아닌 실제와 본질을 지적하시는 통찰력이 돋보입니다. 그리고 탁월한 필력까지. 오랜만에 읽는 좋은 시사분석입니다. | |
IP : 66.xxx.68.101 | |
jun | |
학생들에게 국사과목은 필수인듯~~~ 전두환재산압수수색으로 지지율이 조금 상승한~~~ 암튼 보스톤코리아화면이 깨끗해지구 밝아져서 산뜻하군요 | |
IP : 122.xxx.109.71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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