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원 정치개입 의혹 확산
보스톤코리아  2013-06-24, 12:11:56 
국가정보원의 선거개입과 관련해 대학가와 시민사회에서 규탄 움직임이 거세게 일고 있다
국가정보원의 선거개입과 관련해 대학가와 시민사회에서 규탄 움직임이 거세게 일고 있다
(보스톤 = 보스톤 코리아) 오현숙 기자 = 국가정보원의 대선개입 의혹사건이 정국의 핵으로 급부상하고 있다.
   
민주당은 국정원 사건의 배후를 '친박’ 권영세 주중대사로 지목하며 압박 수위를 높여가고 있고, 서울대 총학생회는 시국선언을 준비하는 등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 

사건의 시작
사건의 시작은 지난 대선을 얼마 남기지 않은 작년 12월 11일로 거슬러 올라간다. 민주당은 당시 제보를 받고 선거와 관련해 댓글 공작을 벌이고 있는 국정원 여직원의 오피스텔을 급습했지만 국정원 여직원이 문을 열어주지 않아 40여 시간을 대치하게 되는 상황이 발생했다.

 이 사건은 경찰로 넘어가 선거법 위반 혐의에 대한 수사가 시작됐고, 12월 16일 경찰은 국정원 여직원이 댓글을 단 흔적이 없다는 중간 수사 결과를 발표했다. 그리고 사흘 뒤 박근혜 후보가 대통령으로 당선됐다.

 해가 바뀌고 국정원 여직원 댓글 사건에 대한 수사는 검찰로 넘어갔다. 민주당은 원세훈 당시 국정원장의 지시 의혹과 지시 문건을 입수해 폭로했다. 동시에 김용판 서울경찰청장이 수사에 개입하고 축소 은폐 압력을 행사했다고 주장했다. 

 수사 결과 검찰은 원세훈 전 국정원장을 정치 개입과 선거 개입 혐의로 지난 14일 불구속 기소했다. 또 김용판 전 서울경찰청장도 수사 은폐 축소를 지시한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

국정조사 ‘시기’의 문제
검찰의 수사는 일단락됐지만 국회에서는 이른바 국정원 사건을 놓고 새누리당과 민주당의 전면전이 시작됐다. 국정원 사건은 지난 대선 결과와 연관돼 있기 때문에 새누리당과 민주당으로서는 아주 민감한 사건이고 일단 전면전이 시작되면 물러설 수 없는 한 판을 벌일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지난 3월 당시 정부조직법 협상을 두고 여야가 팽팽한 줄다리기를 하면서 여야는 극적인 합의로 정부조직법을 통과시켰다. 그때 여야는 정부조직법 협상 합의문에 국정원 여직원 댓글 의혹 사건에 대한 검찰의 수사가 끝나면 국정조사를 실시하기로 합의했다.

민주당은 그 합의문을 근거로 검찰의 수사가 끝났으니 국정조사를 하자는 입장이고 새누리당은 국정원 여직원에 대한 수사가 아직 끝나지 않았다는 입장이다. 

새누리당 황우여, 민주당 김한길 대표가 18일 처음으로 공식 회동을 갖고 이 문제에 대해 의견을 나눴으나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

‘배후’와 ‘몸통’
여야는 이런 국정조사 ‘시기’의 문제뿐만 아니라 국정조사의 ‘범위’와 ‘대상’을 두고도 팽팽히 맞서고 있다.

새누리당과 민주당 모두 국정원 사건의 ’배후설‘과 ’몸통설‘을 제기했다.

새누리당은 애초 국정원 여직원의 오피스텔을 급습할 때 제보한 사람이 국정원 전직 직원인데, 이 사람이 현직에 있는 국정원 직원으로부터 정보를 얻어서 이른바 ‘국정원 사건’을 만들었고, 그 전직 국정원 직원의 ‘배후’가 민주당의 김부겸 전 의원이라는 말이다.

김부겸 전 의원은 사실이 아니라고 부인했지만 새누리당은 이 사건이 민주당과 연관이 있는 전직 국정원 직원이 자신의 정치적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만든 폭로 기획극이라고 주장했다.

민주당은 국정원 여직원 사건이 터진 날, 당시 박근혜 후보 선대본부 종합상황실장이었던 권영세 현 주중대사가 그때 김용판 서울경찰청장과 박 모 국정원 간부와 여러 차례 통화를 했다면서 권영세 현 주중대사가 이 사건에 연루돼 있고 ‘몸통’ 중 한 명이라고 주장했다. 물론 권영세 주중대사는 전혀 사실 무근이라고 입장을 밝혔다.

“대선 다시 치르자는 것도 아닌데…”
연일 새누리당과 박근혜 대통령을 압박하며 국정조사의 불가피성을 주장하고 있는 민주당은 19일 오전 국정원 사건에 대한 긴급의원총회를 열고 새누리당은 여야가 합의한 대로 국정원의 대선•정치 개입 의혹 사건에 대한 국정조사를 진행하라고 거듭 촉구했다.

특히 김 대표는 당내 초선의원들과의 간담회에서 “대선결과를 불복하거나 선거무효화를 주장하는 것도 아니다. 대선을 다시 치르자는 것도 아닌데 박 대통령과 새누리당은 도대체 무엇이 두려운 것이냐”고 직격탄을 날리기도 했다.

새누리당은 19일 국가정보원의 정치•선거 개입 의혹사건을 둘러싼 논란과 관련, "차제에 국정원 개혁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민주당의 대대적인 국정원 사건 국정조사 공세에 맞서 '매관매직' 의혹 및 국정원 여직원 인권유린 논란에 대한 철저한 검찰 수사와 함께 국정원 개혁 카드로 반전을 시도하는 것으로 보인다.

최경환 새누리당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최고중진연석회의에서 "국정원의 정치개입 문제는 어제오늘의 일도 아니고 계속해서 제기돼오는 문제인 만큼 차제에 이런 문제가 더 이상 논란이 되지 않게 국정원 개혁방안을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대학가 시국선언 추진  
이런 가운데 서울대학교 총학생회가 국정원 사건을 규탄하고 진상규명을 촉구하는 내용의 시국선언을 추진하고 있어 주목된다.

서울대 총학생회는 지난 18일 "국정원의 선거 개입을 규탄하고 진상 규명을 촉구하는 시국 선언을 추진하기 위해 서명운동을 시작할 것"이라며 "20일 오전 10시 30분 민주주의 훼손 규탄 성명서를 내고,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갖는다"고  전했다.

 최근 검찰의 미온적인 국정원의 정치•선거개입 수사발표 이후, 서울대를 비롯한 대학가에는 시국선언 움직임이 급속도로 퍼지고 있다. 한 서울대 학생은 학교 온라인 커뮤니티 ‘스누라이프’에 올린 글에서 “국가 기관이 선거에 개입해 여론을 호도했고, 다른 생각을 하는 국민에게 치욕적 낙인을 찍고 조롱했다”며 “이번 사태는 우리 모두에게 벌어진 국가의 폭력”이라고 주장했다.

 서울대 시국선언에 이어 연세대와 고려대, 숙명여대 총학생회도 시국선언에 동참할 것으로 알려져 시국선언은 전국으로 확대될 조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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