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25 정전 60주년 김원엽 옹의 참전회고
보스톤코리아  2013-06-23, 20:17:20 
중공군에게 생포돼 포로수용소에서 30여개월을 보내던 중 휴정협정으로 인해 가족의 품으로 돌아온 김원엽 옹.
중공군에게 생포돼 포로수용소에서 30여개월을 보내던 중 휴정협정으로 인해 가족의 품으로 돌아온 김원엽 옹.
“전쟁은 다시 있어서는 안된다”


(보스톤 = 보스톤코리아) 김현천 기자 = 국군 사망자 14만, 미군 사망자 5만 4천여명을 낳은 6.25 전쟁은 영원히 지워질 수 없는 한국 민족사의 비극이다. 더구나 그때 실종된 한국군 2만여 명의 소식은 아직도 모른다.

1951년 5월, 중공군에게 생포됐던 김원엽 옹(87세)은 포로수용소에서 30여개월 간 힘든 나날을 보내다 정전과 함께 가족의 품으로 돌아온 역사의 주인공이다.

1950년 겨울, 조국을 지키겠다고 육군종합학교에 자진 입대한 그는 2개월 간의 단기 훈련을 받고 소모소위로 임관, 사투의 현장에 바로 투입돼 격전을 벌였다.

“당시 소양강 전선에서 벌어졌던 전투는 정말 삶과 죽음이 교차했던 순간이었지요. 중공군이 새까맣게 몰려오는 통에 우리는 완전 포위됐습니다.”

6.25가 발발하던 해 25세였던 김 옹은 평안북도 오산 중고등 학교 교사로 재직하며 비교적 순탄한 삶을 살고 있었던, 3남매를 슬하에 둔 가장이었다.

당시 교사로 있었기에 굳이 전장에 참가하지 않아도 됐지만, 국가가 위기에 처했는데 가만히 있을 수가 없었다는 것이 그의 참전 동기였다.

2개월 동안 혹독한 추위 속에 장교 훈련을 마치려니 이만저만 고된게 아니었지만, 나라를 위해 목숨을 바칠 각오는 돼 있었다는 그다.

하지만, 막상 이른바 ‘소모소위’로 일선에 배치되니 눈앞이 깜깜했다는 고백을 털어놨다. “정말 죽을 각오를 하고 간 것”이라는 말을 재차 강조한 그는 요즘 시대 젊은이들은 아마도 이해하지 못할 것이라는 말도 덧붙였다.

몇 미터 폭이 안되는 소양강을 마주하고 중공군과 대치했던 상황을 떠올린 김 옹은 “전투상황을 파악할 겨를 같은 것도 없었다. 그냥 죽느냐 사느냐만 눈앞에 있었다”고 회고했다.
적군은 숫적으로도 유리했지만, 심리전으로도 국군을 미치게 했다는 것.

결국, 소양강 전투에서 밀린 김 옹의 소대는 중공군의 인해전술에 당해낼 재간이 없어 생포되고 말았다.

평양 근처 승호리 강동 포로수용소로 수감된 김 옹은 모든 것을 자급자족해야 하는 수용소에서 종일 고된 노동에 시달려야 했으며, 병마와 싸워야 했고 굶주림에 주린 배를 움켜쥘 수밖에 없었다.

식량이 넉넉치 않은 수용소는 하루 세끼를 옥수수로 공급했다. 한끼에 옥수수 150알이 전부였다.

김 옹은 “양을 불리려고 증기찜통에 찌면 작은 옥수수알이 엄지손가락 끝마디만하게 커진다. 그래봐야 얼마 되지 않는 양이라 급히 먹어치우면 허기가 금방 찾아온다”며 “그래, 아껴 먹느라 천천히 씹어 먹다보니 아예 습관이 돼버렸다. 그 이후로 지금까지 먹을 것을 빨리 먹지 못하게 됐다”고 밝혔다.

환경의 어려움 외에 북한군의 지속적인 회유책 또한 그에게는 견디기 힘든 것 중 하나였다. 장교 출신들을 회유해 인민군으로 전향시키려는 끊임없는 권모술수와 감시의 눈길 등을 견뎌내야 했던 것.

한치 앞날을 알 수 없는 답답한 수용소 생활에서 한가닥 희망의 끈을 놓지 않은 건 UN군이 뿌려 주는 삐라였다. 그 안에는 휴전협정이 잘 진행되고 있다는 소식과 함께 꿋꿋하게 잘 지내고 있으라는 내용이 적혀 있었다고.

그때 중심을 잡지 못하고 유혹에 넘어가 북한군의 손발이 되었던 몇몇 동료들은 정전 소식과 함께 포로 귀환 명령이 떨어졌을 때 목을 매 자살을 하기도 했다. 전쟁이 낳은 비극의 또다른 한 단면이다.

김 옹은 정전 후 가족의 품에 안겼던 그때 그 순간을 잊지 못했다. 당시 세 아이의 아빠였던 그였기에 더욱 살아 있음이 감사했다. 그러나 기쁨의 끝자락은 전사한 전우들에 대한 미안함과 전쟁이 낳은 상처로 인해 무거운 휘장이 되어 내려 앉았다.

당시를 회상하는 김 옹의 얼굴에서도 오랜 세월 드리워져 있는 무거운 휘장이 거두어 지지 않음을 느낄 수 있었다.

김 옹은 “세월이 너무 빠르다. 6.25 가 정전된 지 벌써 60년이라니… 90가까이 살아 온 지금까지도 그때를 잊을 수가 없다”고 되뇌이며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들 모두는 전쟁이 주는 교훈을 생각해 봐야 한다. 전쟁은 다시는 있어서는 안된다. 소중한 생명을 앗아가기도 하지만 인간성마저 말살시키는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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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견목록    [의견수 : 1]
Bostonkorea
2013.07.30, 08:35:55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늘 포근하게 바라봐 주시던 눈길을 간직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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