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최근의 미국사는 1980년에 시작한다 |
보스톤코리아 2013-06-03, 12:25:44 |
오클라호마에서 발생한 토네이도에 많은 사람들이 죽고 다쳤다는 뉴스를 보고 사고가 난 오클라호마 무어 시티에서 한 시간 거리에 사는 대학원때 룸메와 간만에 안부전화를 했다. 그녀와의 마지막 통화는 보스톤에서 폭탄 테러가 있던 날이었다. 한달 여 전 그날 우리의 대화 속에는 9.11 전까지 최악의 테러로 기억되었던 1995년 오클라호마 주청사 폭탄 테러에 대한 이야기가 스쳐갔었다. 2001 년 발생한 9.11은 그로부터 약 1년 후 미국 유학생활을 시작했던 나의 삶과 무관하지 않았다. 2002년 9월 11일, 9.11 추모 1주년 행사가 티브이에서 중계되었다. 부시 대통령은 (Amazing Grace를 BGM 삼아) “우리는 결코 잊지 않겠다”고 했다. 그 해 가을 연일 뉴스에서는 <팩트>보다는 ‘테러와의 전쟁’, ‘대량살상 무기’, ‘악의 축’, ‘민주주의의 이식’과 같은 <선동>이 흘러넘쳤다. 이듬해 봄, 미국은 이라크에 선전 포고를 했다. “국토안보”를 위해 SEVIS 시스템이 처음 도입된 것도 그 즈음이었다. 그 후 십여년, 테러와의 전쟁이 얼마나 효과를 가져왔는 지는 모르겠다. 다만 2001년 이후 “테러와의 전쟁”은 멀지 않은 미래 역사책에 이렇게 기억될 것 같다. 세계 2차 대전 이후 줄곧 존재했던 “공산주의의 확산에 대한 공포”는 1990년대 초반 사실상 냉전이 종식된 이후 “무슬림 근본주의 세력에 대한 공포”로 바뀌었노라고. 그렇게 우리가 살고 있는 오늘은 역사의 일부로 편입되고 있다. 그러나 대부분의 역사 교과서들에는 최근 2-30년 간의 역사에 대한 기술은 사실상 생략되어 있다. 우리가 들여다보면 신문과 뉴스 전문 서적, 그리고 인터넷의 정보는 넘쳐나지만, 거의 현재 진행형인 정보들을 ‘역사적인 맥락’으로 이해하는 것은 어딘지 익숙치 않다. 그러니 가장 최근의 역사를 좀 더 과거 시대 역사를 들여다보듯 공부하기는 쉽지 않다. 그래서 오늘은 책 하나 소개하려고 한다. Dean Baker의 The United States Since 1980. 한국에서 <가장 최근의 미국사>라는 이름으로 번역된 이 책은 영국 케임브리지대학 출판부가 <1980년대 이후 세계 The World since 1980> 시리즈 중 하나로 출판한 책이다. 이 시리즈가 1980년을 기준으로 잡은 것은 특히 미국사를 위해 절묘하다.1980년은 공화당의 레이건이 대통령에 당선이 된 해다. 레이건 행정부는 무엇보다도 법인세와 소득세를 감세하고 규제를 완화하는 공급자 위주의 경제정책 즉 레이거노믹스로 기억된다. 작은 정부를 표방했지만 “소련의 핵무기를 무력화해서 쓸모없게 만든다”는 전략적 방어 구상 (SDI: Strategic Defense Initiative) 하에 어마어마한 규모로 군비 지출이 이루어졌다 (Star Wars and Massive Build-up). 1983년 미국은 카리브해의 아주 작은 섬 나라 “그레나다”의 공산화를 막기 위해 그레나다를 기습 공격 (Invasion of Grenada, 1983) 했다. 이란-콘트라 스캔들 (1987)로 곤혹을 치렀으나 사실상 레이건 행정부는 니카라과 등 소련의 지원을 받은 공산주의 정권을 원래 상태로 되돌리는 정권 교체(Rollback)를 위해 미국이 적극적으로 나설 것이라는 “레이건 독트린”을 공고화하게 된다. 한편 소련의 고르바초프와 함께 군축협상인 INF를 맺었다. 문화적으로는 페미니즘, 동성애, 낙태, 포르노로부터 “가족의 가치”와 “종교”를 수호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Religious Right 운동이 보수주의자들로부터 큰 호응을 얻었다. 우회전 깜빡이가 켜진, 문화 전쟁 시대의 서막이었다. 레이건에 이은 부시 시대도 파란만장했다. 저축 대부 조합 (S & L: Savings and Loan Associations)이 연쇄 도산했다. 파나마 침공 (1990), 이라크의 쿠웨이트의 침공이 발단이 (혹은 빌미가) 된 1차 페르시안 걸프 전쟁 (1991)이 벌어졌다. 냉전이 종식되었다. 1989년에는 베를린 장벽이 무너졌고, 1990년을 전후 동유럽 국가들의 반공산주의 혁명이 잇따랐다. 1991년, 소비에트 연방이 붕괴하였다. 부시 정권 말기 1992~1993년 경제 불황이 가시적으로 드러났다. 1992 년 대선, 부시를 향해 “바보야 문제는 경제라구!”라며 돌직구를 날렸던 민주당의 클린턴이 당선되었고 1996년, 섹스 스캔들에도 불구, 재선에 성공했다. 신자유주의적 전환이 가속화되어 북미자유무역협정 (NAFTA)과 건강보험 개혁을 추진했다. 건강 보험 개혁이 실패한 후 치러진 1994년 선거에서 40년 만에 처음으로 공화당이 하원을 장악했다. 미국 선거제도의 문제를 전세계에 생중계하며 당선된 부시 행정부는 처음부터 순탄치 않았다. 부자 감세가 시행되었고, 9.11 테러가 발생했고, 이는 아프가니스탄과 이라크에서의 전쟁으로 이어진다. 부시 정권 말기에는 전세계적인 금융대란이 발생, 오바마 정권 전반기까지 이어진다. 오바마 대통령은 금융 규제 법안, 의료보험 개혁등을 추진했다. 딘 베이커의 책이 보여주듯, 1980년 이후 30년 간의 미국은 보수의 시대인 동시에 신자유주의적 변화가 야기한 소득 및 고용 불균형의 시대였다. 외교적으로 맞수를 잃어버린 미국은 독자적인 패권국가가 되었다. 레이건 시대의 정책 기조가 여전히 수용되고 있는 탓이다. 어쨌거나 1980년대에 대한 이해 없이는 현재의 미국을 이해할 수 없을 듯 싶다.가장 최근의 미국사는 1980년에 시작하니까. ⓒ 보스톤코리아(http://www.bostonkorea.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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