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통 이과 계통의 전공을 공부하는 학생일수록, 혹은 전문적인 지식을 필요로 하는 직종에서 일할 사람일수록 더 높은 수준의 수학을 학교에서 배우게 된다. 예를 들어, 불문학 전공 예정자보다는 기계 공학을 전공하고 싶은 학생이 고등학교 때 AP Calculus를 이수할 확률이 크다. 또, 학사 학위(Bachelor’s degree)에서 학업을 마치는 것이 아니라 석사(Master’s)나 박사 학위(Doctorate)를 위해 대학원에 진학하고 싶은 사람이 대학에서 더 많은 과목을 이수해야 한다. 하지만 더 많은, 혹은 더 높은 수준의 수학 수업을 들었다고 해서 직장에서 수학을 더 많이 사용하는 것은 아니다.
그래프를 보면 알 수 있듯이 책상에서 업무를 보는 사무직(White Collar) 직장인보다는 현장에서 일을 하는 노동자(Blue Collar)들이 더 많은 수학을 사용한다. 그나마 사무직 중에서도 Upper White Collar, 즉 직위가 높은 경영진, 기술진, 혹은 전문직이 아닌 Low White Collar(일반 사무직이나 영업직 등)는 산수 이상을 사용하는 사람이 10%도 안 된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동시에 현장에서 일을 하는 노동자(Blue Collar) 중에서도 전문성이 필요한 일부 생산직 종사자(Upper Blue Collar) 들은 상대적으로 많은 수학적 능력을 필요로 한다는 것이 분명하다. 예를 들어, 제조업, 광업, 건설업, 서비스업 계통에서도 높은 수준의 기술력을 필요로 하거나 최신 연구 개발을 책임진다면 그만큼 더 높은 수준의 수학을 공부해야 하고 더 좋은 대우를 받으며 일을 하게 된다.
하지만 직업 현장에서 수학이 쓰이지 않는다고 해서 수학을 배울 필요가 없다고 생각한다는 것은 너무나 단순한 생각이고 잘못된 생각이다. 하나의 조사 결과와 수치만을 보고 고등학교, 혹은 대학교의 필수 수학 교과 과정이 잘못되었다고 단정지을 수만은 없다는 이야기다. 적어도 철학자 플라톤(Plato)은 학생이라면 기본적인 수학은 공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공학, 철학, 역사, 예술, 그 어떠한 분야를 공부하던 눈 앞의 문제를 분석하고 그 문제를 해결하는 사고력을 키워주기 위해서는 추상적인 원리를 수학적으로 풀어내는 사고 방식이 필요하다고 말이다.
결국 학교에서 필수적으로 배워야 하는 수학 교과 과정에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학교의 수학 시험은 보통 논리적인 사고나 추상적인 문제풀이 능력보다는 공식과 계산에 초점이 맞춰진다. 그리고 그 시험 방식 때문에 학생들이 수학이란 과목을 대하는 자세가 어긋나게 된다. 사실 학생들 입장에서도 내신 점수가 학업 능력을 판단하는 잣대가 되기 때문에 결국 시험을 잘 봐야 하고, 그러기 위해선 추상적 개념을 탐구할 시간에 시험에 나오는 공식을 외우기 급급할 수 밖에 없게 된다. 필자도 수업을 하기 때문에 학생들의 불만을 충분히 이해한다. 하지만 그럴수록 공식을 외우게 하기 전에 필요한 이론을 먼저 정리해준다. 높은 수준으로 올라갈수록 암기보다는 개념의 이해가 더 중요해지고, 기초 과목의 특성상 기본이 안 되어 있을수록 차후에 더 고생을 하기 때문이다.
수학이 귀찮고 무섭고 쓸모 없다고 느껴진다면 결국 수학을 상대하는 자신이 불안해서가 아닐까? 적어도 수학에는 정답이 존재한다. 정답을 찾는 과정을 즐기자. 그리고 그 과정 속에서 다양한 관점을 탐구하자. 그렇게 익힌 사고 방식은 분명 도움이 될 테니까.
오승준 (Albert Oh)
SD Academy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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