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스톤코리아

미켈란젤로가 서른살이 되기 이전에 완성한 대작 피에타(좌)와 다비드상 (우)

Sacred and Profane, Master Drawings from the Casa Buonarroti

보스톤 박물관 (Museum of Fine Arts, Boston)

4/23, 2013 – 6/30, 2013

Lee Gallery (Gallery 154)

드로잉 (drawing), 완벽한 아름다움을 여는 숨겨진 열쇠

미켈란젤로(1475-1564)의 생가였던 플로렌스의 ‘카사 부오나로티’(the Casa Buonarroti)에 보관되어 있던 드로잉 작품 26점이 보스톤 박물관(Museum of Fine Arts, Boston)에 공개된다. 미켈란젤로의 가족에 의해 관리되어왔던 이 드로잉 작품들은 현존하는 미켈란젤로의 드로잉들 중 수준 높은 인체드로잉들과 건축스케치들로 구성되어 있으며 이들 작품 중 몇 점은 미국에서는 최초로 소개가 되어 더욱 의미가 깊다.

겔러리에 서서 눈을 감으면 사각사각 자신감 있게 종이 위를 가로지르는 연필소리가 들린다. 때로는 긴박하고 속도감 있는 리드미컬한 소리가, 때로는 느리고 신중하게 조절된 연필선의 사각거림이 서로 조화를 이루며 차분한 전시장의 공기를 가득 채운다. 대작의 탄생과정에서 완벽한 아름다움을 여는 숨겨진 열쇠 드로잉. 드로잉은 미켈란젤로에게 그리고 르네상스 시대의 다른 화가들에게 어떤 의미가 있었을까.

소묘(drawing)는 예술가에게 있어 회화, 조각, 건축 등 장르를 불문하고 꼭 익혀야 하는 기초 과목일 뿐만 아니라 미술에 있어서는 가장 기본적인 시각 표현수단이다. 르네상스시대 이전까지 드로잉은 단순히 밑그림, 습작의 위치에 있었지만 르네상스 시대에는 과학과 예술분야에 거쳐 드로잉이 광범위하게 응용되며 그 표현력에 정점을 찍었고 점차 그 자체로서 예술작품으로 인정받기 시작했다.

15-16세기 이탈리아 르네상스를 대표하는 천재화가이자 르네상스의 예술을 완성한 위대한 3대 거장 레오나르도 다 빈치, 라파엘로 그리고 미켈란벨로. 그들은 작품 제작과정에서 수많은 드로잉을 남겼는데 유화나 템페라 작품의 착수 전 구상용 드로잉, 인체를 연구하기 위한 모델 스케치, 구조가 까다로운 손이나 발의 연습용 그림, 매우 세밀하게 완성한 건축의 도면 등 많은 드로잉을 남겼다.

생전에 조각을 회화보다 더 우월하다고 여겼던 미켈란젤로지만, 그는 소묘의 가능성을 잘 알고 있었다. 그는 ‘소묘는 과학이다. 소묘는 주물주가 창조한 세상을 재현해 내는 신의 성질을 가지고 있다’ 라고 했는데, 그 이면에는 작가로서 신과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다는 천재 예술가의 자부심을 엿볼 수 있다. 이처럼 소묘의 가치가 새롭게 재인식 되면서 미술 아카데미에서는 소묘가 필수 과목으로 자리 잡았고, 16세기에 들어 뒤러와 같은 작가가 헤칭, 크로스 헤칭 등 드로잉 기술을 완성시키며 드로잉은 완벽한 하나의 독립된 작품 형태로 인정을 받는다.

그밖에 드로잉 작품이 회화에서 중요한 위치에 오를 수 있었던 데에는 르네상스시대 특유의 사회적 분위기도 한 몫 했다. 모든 것이 신 중심이며 예술이 종교의 도구로 전락했던 중세시대의 사고방식은 점차 한계를 드러냈으며 이 시기에는 인간중심의 새로운 사고방식이 퍼져나가기 시작했다. 또한 이시기 발달한 인쇄술은 사람들의 생각을 더욱 풍부하게 해 주었다. 훗날 문화의 융성기로 기억된 르네상스 시대. 당시 사회적 분위기는 자유로웠으며 어떤 상상, 실험도 가능한 분위기였다. 이러한 분위기는 과학분야의 발달과 문학, 철학, 예술분야의 눈부신 성장으로 이어졌다. 특히 예술에서는 평면 화면 위에 삼차원의 공간 표현을 가능 하게한 원근법이 개발되고 완성되었으며, 해부학의 발달로 작품에서 인체의 표현은 근육과 핏줄까지도 완벽하게 묘사하는 경지에 이르게 되었다.

르네상스시대 또 하나의 중요한 사건은 부를 축척한 시민계급인 부르주아가 등장한 점이다. 그들은 무역, 상공업 등으로 자본을 축척하며 초기 자본주의의 뿌리를 내렸으며 새로운 지배세력으로 성장한다. 특히 이시기 르네상스 예술의 강력한 후원자이자 무역업과 은행 업으로 막대한 부를 쌓아 강력한 지배세력으로 성장한 집안이 있었다. 바로 피렌체의 대부호 메디치가이다. 메디치가는 가문의 권력 확장을 위해 군대를 후원하는 대신에 철학자, 과학자, 예술가를 지원하였는데 그를 통해서 가문의 명성을 높이고 영광을 오래 누릴 수 있을 것이라 믿었다. 그리고 그들의 생각대로 메디치가는 수 백 년간 정치, 사회, 종교분야에 거쳐 엄청난 영향력을 발휘하며 르네상스시대 권력의 중심에 설 수 있었다.

메디치가는 유망한 신인 작가를 발굴하여 그들이 걸작을 남길 수 있도록 지원을 아끼지 않았는데 미켈란젤로도 메디치가의 후원을 받은 작가 중 한 명 이었다. 그는 불과 15세라는 어린 나이에 메디치가가 운영한 예술학교에서 실력을 인정받아 메디치가의 양아들로 들어갈 만큼 어려서부터 천재성을 인정받았다. 미켈란젤로의 걸작 피에타와 다비드상도 서른이 되기 전에 완성될 수 있었는데 그러한 눈부신 업적 뒤에는 든든한 메디치가의 후원이 있었던 것이다.

다음주에 이어집니다.

미켈란젤로 전시관련 정보 웹사이트 참조: http://www.mfa.org/exhibitions/michelangelo

문화/예술 컬럼니스트 장동희

Museum of Fine Arts, Boston 강사

보스톤 아트 스튜디오 원장

167 Corey road, suite 205, Boston MA 02135/ph)

857 756 2557

[email protected]

/ www.bostonartstudi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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