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 주부터 AP(Advanced Placement) 시험이 시작된다. 필자가 가르치고 있는 학생들도 막판 마무리를 하며 스트레스가 이만저만 쌓인 게 아니다. 아무래도 고등학교에서 배울 수 있는 가장 높은 수준의 수업인 AP 수업에서 배운 내용을 과목별로 1년치를 정리해야 하고, SAT와는 다르게 자신의 실력을 증명할 시험 기회가 1년에 단 한 번밖에 주어지지 않기 때문일 것이다. 수업을 하는 중에도 학생들의 ‘이걸 왜 배워야 하나’라거나 ‘언제 다시 써먹나’ 등의 귀엽지만 불평 섞인 푸념이 이어진다. 사실 이 칼럼을 읽고 있는 독자의 대부분도 고등학교나 대학교 때 배운 미적분을 졸업 후에 사용해본 경험이 없을 것이다.
이 문제에 답하기 위해 노스이스턴 대학(Northeastern University)의 마이크 핸델(Michael Handel) 교수가 미국 내 2,300명의 직장인을 대상으로 학교에서 배운 내용, 특히 수학이 실제로 직장에서 쓰이는 빈도에 대해 조사를 했다. 핸델 교수의 조사, “What Do People Do At Work? A Profile of U.S. Jobs from the Survey of Workplace Skills, Technology, and Management Practices (STAMP)”를 살펴보면 미국 직장인 중 22% 정도만이 분수나 백분율 계산보다 더 복잡한, 즉, 산수 이상의 계산을 일터에서 사용한다고 한다.
그래프를 보면 알 수 있듯이, 대다수의 미국인들은 일터에서 산수 수준의 단순한 계산 정도만을 사용하고 있고, 기하학(Geometry)이나 삼각함수(Trigonometry) 수준의 수학을 사용하는 사람들은 7명 중 한 명 꼴 정도밖에 안 된다. 이는 덧셈, 뺄셈 수준의 산수조차 매일 사용하지 않는 사람의 수와 같은 수준이다. 고등학교 수학 시간에 선생님이 가르치는 복잡한 다항식 계산을 마지못해 배우면서 ‘앞으로 평생 이 공식을 쓸 일이 없을 텐데…’ 라고 속으로 생각했던 대다수의 독자가 결코 틀리지 않았다는 것이다.
하지만 일반적인 수학 교과 과정은 단지 수학적인 계산 방법을 가르치는 것 외에 더 많은 내용을 담고 있다. 학생들은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통계, 물리, 경제, 일반적인 수의 원리 등 논리적인 사고 능력을 수학 시간에 배우게 된다. 단순히 기본 공식을 외우는 것이 아니라 개념을 이해하고 그 응용법을 익히는 것이 학교에서 보는 시험뿐만 아니라 다른 공부에도 도움이 되는 것 또한 같은 맥락이다. 필자의 지난 칼럼 ‘전공과 그에 따른 연봉’에서도 언급하였듯이 수학이나 경제학 등의 기초 학문을 전공한 사람들의 장기적인 연봉 인상률이 높은 이유도 여기에 있다.
사실 수학만 추상적인 사고나 논리를 훈련 시켜주는 것은 아니다. 고등학교 기본 교과 과정에서 요구하는 모든 과목을 살펴보면 어느 정도 논리적 사고 방식을 가르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예를 들어, 영어 시간에 ‘글에 나타난 작가의 의도를 파악’하는 공부를 한다거나, 역사 시간에 ‘사건들 사이의 인과 관계를 분석’해보고, 화학 시간에 ‘절차에 맞춰 실험을 진행하여 결과를 산출’하는 계산을 수없이 해보는 것도 학생의 사고 수준을 넓히는데 기여한다.
(다음 칼럼에 계속)
오승준 (Albert Oh)
SD Academy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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