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개성공단 업체대표단 방북 불허
보스톤코리아  2013-04-22, 11:45:46 
(보스톤 = 보스톤 코리아) 오현숙 기자 = 북한이 지난 17일 개성공단 입주기업 대표들의 방북을 거부함에 따라 북측의 출경 제한으로 촉발된 개성공단 운영 파행 사태가 장기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공단 정상화를 위한 마땅한 탈출구가 보이지 않아 향후 폐쇄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입주기업 대표단 방북 끝내 불허
개성공단 입주기업 대표단은 17일 오전 방북을 위해 경의선 남북출입국사무소(CIQ)에 집결, 초조하게 방북허가를 기다렸지만 북한은 '불허'로 대응했다. 개성공단기업협회 임원진 10명으로 구성된 방북 대표단은 이날 공단을 방문해 주재원들에게 식자재 등을 제공할 계획이었다. 

 한재권 개성공단기업협회장은 성명을 통해 “우리 기업인들은 남북 최고지도자들이 50년간 자유로운 기업활동을 보장하겠다는 약속만 믿고 지금의 개성공단을 이뤘다”면서 “그러나 현실은 참담하고 안타깝다”고 밝혔다. 그는 “남과 북의 정부는 개성공단 기업인들이 흘리고 있는 피눈물을 조금이라도 헤아려 주길 바란다”라고 말했다.

입주기업 대표단의 방북 신청을 계기로 혹시나 통행이 전면 재개되지 않을까 기대하며 매일 CIQ를 서성이던 근로자 수십명이 실망한 채 CIQ를 빠져나왔다
현재 개성공단에 체류 중인 우리 근로자 205명은 말로 표현하기 힘들 정도의 식자재•생필품 부족난을 겪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입주기업 대표단의 방북이 무산되면서 오는 22일로 예정된 중소기업계 방북대표단의 공단 방문도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피해 업체, 특별재난지역 선포 건의
조업 중단이 계속되면서 개성공단 입주업체들의 피해는 예상보다 증가하고 있다.
개성공단에 입주해 있는 123개 업체가 한 해 동안 생산하는 물량은 5,360억 원 규모, 매일 14억 원씩 손실을 보는 셈이다. 한 입주업체 관계자는 “물건을 생산하지 못하기 때문에 납품업체들이 다른 곳으로 가도 잡을 수 없는 상황이라 손실 규모를 금액으로 측정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한편 중소기업중앙회는 입주업체 피해와 관련, ‘특별재난지역’에 준하는 금융•세제 지원을 정부에 건의했다.
중기중앙회는 “북측의 일방적인 공단 가동 중단으로 입주 중소기업들이 계약불이행에 따른 신용 하락에다 자금난까지 겪고 있다”면서 정부 차원의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이어 중기중앙회는 “은행들이 공단 입주업체들의 경영상 어려움을 해소해 준다는 차원에서 자금 지원 방안을 내놓고 있으나, 실제 일선 창구에서는 추가 담보를 요구하거나 기존의 신용평가 관행으로 지원이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남북협력기금을 재원으로 활용, 피해 기업들에 직접 신용대출을 하거나 은행권의 대출 지급보증을 해달라고 요청했다.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될 경우 중소기업의 시설ㆍ운전자금 우선 융자, 상환유예, 상환기한 연기ㆍ이자감면, 특례보증 등의 혜택이 주어진다.

정부, 공단 정상화 촉구
우리 정부도 북한 측의 태도를 비판하고 나섰다. 김형석 통일부 대변인은 17일 정례브리핑에서 "북한이 입주기업의 요청과 인도적 조치마저 거부한 것에 대해 정부로서는 대단히 유감스럽게 생각한다"며 "개성공단의 식자재가 얼마 남지 않은 상태이며 인도적 측면에서 어려움이 가중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김 대변인은 또 "북한 당국은 하루빨리 개성공단 근무자들의 기본적 생활과 인도적 고충을 해결할 수 있는 책임있는 조치를 포함해 개성공단 정상화에 적극 나설 것을 강력하게 촉구한다"고 강조했다.

 평화재단 평화연구원은 17일 펴낸 ‘72호 현안진단’을 통해 “개성공단 정상화를 위해 남북 양측은 다른 현안들과 분리해 개성공단과 관련된 문제에 국한해 ‘원 포인트’ 회담을 조속히 개최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하지만 북한이 의제를 개성공단에 국한한 대화를 수락할지는 불투명하다. 북한은 개성공단을 대남 위협 수단으로 ‘무기화’하면서도 정작 개성공단과 관련된 요구사항은 한 가지도 제시하지 않고 있다. 개성공단 문제가 공단 자체의 문제라기보다는 북한이 3차 핵실험에 따른 국제사회의 제재에 반발하면서 한반도 위기를 고조시키기 위한 수단의 하나로 꺼내든 카드이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전직 통일부 고위 관료는 “개성공단 사태는 개성공단만 놓고 얘기해서는 절대 풀 수가 없는 문제”라며 “미•중 간 대북 입장이 정리되는 가운데 북•미 관계가 개선돼야 남북관계 경색 구도의 틀도 바뀔 수 있다”고 진단했다.

공단 완전폐쇄는 힘들 것 예상
전문가들은 북한이 개성공단을 폐쇄하는 극단적인 상황은 오지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개성공단이 김정일의 유훈으로 설립됐으며 북한의 경제개발에 실질적인 도움을 제공하고 있기 때문이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통일전략연구실 수석연구위원은 "현재 개성공단에 공급되는 전기는 다 우리 측이 제공하고 있으며 북한 측이 공장을 몰수한다 하더라도 정상적으로 가동하기는 불가능하다"며 "무엇보다 해외 투자자들이 북에 대한 투자를 기피할 수 있는 요인으로 작용하기 때문에 개성공단 완전 폐쇄는 힘들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남북, 북미가 대립하는 상황에서 개성공단의 운영이 정상화되기 까지는 적지 않은 시간이 걸릴 것이라는 게 지배적인 의견이다. 정 연구원은 한미연합 훈련인 '독수리 연습'이 끝나는 이달 말 이후가 개성공단 정상화의 분기점이 될 것으로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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