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민이나 가야겠다
보스톤코리아  2013-01-21, 13:54:20 
= 마음을 다스려야 한다는 말은 오만이다. 언짢은 마음을 구슬리기로 했다. 어차피 마음을 이길수 없으므로 타협이 차선은 되기 때문이다. 소주라도 한잔 털어 넣는다면 진정될 것인가. 공자는 70에 종심從心이라 했다.

= 어느 유명소설가는 정권교체가 안되면, 이민을 가겠다고 공언했단다. 백번 물러서서 읽는다 해도, 분한 마음이 스멀거리는 건 웬일인가. 마음을 도닥일수 없는 건 왜인가. 이민이 동네 목욕탕에 가는 것처럼 쉬운 건가? 그에게는 슬리퍼 끌고 산책하듯 아주 가벼운 일인 모양인가? 아니면, 그저 장난삼아 소설을 쓰는 건가. 그도 저도 아니면 그의 탁월한 구라를 치고 있는 것인가? 참으로 난감하고 분하다.

= 그가 원하던 선거결과에는 정권교체가 없다. 그가 약속을 지킬지 지켜 볼 일이다. 헌데, 그가 말한 이민은 아주 구체적이고, 매우 낭만적이다. 프랑스 어디 시골에서 여관인가 식당인가 할 것이란다. 포도주 명산지인지도 모르겠다. 산과 강을 보고, 질 좋은 포도주를 즐기며 책을 읽고 글을 쓴다? 풍요로워 보인다. 아름다운 꿈이다. 새해에 소망이 이루어 지길 간절히 빈다.

= 하지만, 내가 단언 하는데, 그는 이민을 가고 싶지 않을 것이고, 갈 수없을 것이며, 가지 않을 것이다. 그는 사람들 속에, 독자들의 환호성을 먹고 사는 사람이니까 말이다. 그저 그가 그의 탁월한 구라를 친 거란 말이다. 그는 고향이 그리워 감옥에 갈 각오로 다시 돌아 오지 않았던가. 객지에 타향살이가 얼마나 괴롭던가는 이미 뼈저리게 느끼지 않았던가 말이다. 더욱, 그는 한국에서만 살 길이 있는듯 보인다. 아무도 알아 주지 않는 타향은 그를 더욱 고독하게 할 것이 틀림없다. 그는 말하고, 그를 떠받드는 사람들이 있는 한국에서밖에는 살 곳이 없을 것이란 말이다.
소설가가 아주 ‘소설’을 쓴다.

= '이외수 씨는 이 대통령을 향해 "한글도 제대로 쓸 줄 모르는 분이 ….. 그러실 바에는 차라리 미국으로 이민이나 가시라고 말씀드리고 싶다"며 쓴소리를 했었다.' 한국 중앙 일간지에 실린 기사다. 젊은이들을 힐링한다는 이가 일갈한 말이란다. 쓴소리는 쓴소리인데, 참으로 아픈 말이다. 글 줄을 읽고 한글 맞춤법을 잘 아는 사람들은 모두 같은 생각인 모양이다. 한글 맞춤법을 제대로 알지 못하니, 나는 미국에서 살아야 하나 보다.

= 이민은 무너질 왕조가 낳은 유랑민이었다. 살길 찾아 나선 이들은 만주로 하와이로 길을 잡은 노마드였다는 말이다. 이민은 떠나온 조국과 둥지를 튼 새 세상 사이에서 누구의 백성도 아니었다. 그저 각자의 삶을 살아가야 했고, 끼리끼리 모여 살아왔다.

= ‘이민이나 가야겠다’ ‘이민이나 가라’는 말로 이민을 욕보이지 말기를 부탁한다. 다른 사람은 어떨지 모르겠다. 하지만, 나에게는 고국을 떠나야만 했던 이들을 조롱하는 말로 들린다. 고향에 돌아 가고 싶어도 돌아 갈 수 없는 이민자들에게 돌팔매질처럼 아프다.
삶은 치열할 것인데, 정권의 향배와 상관없다. 더욱 한글 맞춤법과는 무관하다. 생존의 문제는 소설보다 절박하다는 말이다. 이민은 생존을 위한 일이므로, 함부로 내뱉는 구라가 아닐 터다.

=작가가 펼치는 힐링에 상한 영혼들이 힐링 받기를 바란다. 하지만, 나에게는 병주고 약주는 격인데, 병만 얻었지 싶다. 전직 유명 야구선수가 스스로 목숨을 거뒀다 했다. 그가 남긴 마지막 말이 가슴 아프다. ‘ 저도 한국에서 살 길이 없네요.’
명복을 빈다.

김 화 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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