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 인식과 습관의 프레임 |
보스톤코리아 2012-12-31, 14:58:30 |
지난 주 금요일 코네티컷 샌디훅 초등학교에서 벌어진 어이 없는 무차별 총기 난사와 그로 인해 벌어진 안타까운 죽음들에 대한 소식을 접하고 가슴 속 깊이 절망과 슬픔을 느끼지 않는 이도 없었을 것이다. 사실 뉴스 자체가 패닉이었다. 개인적으로는 대부분의 사망자가 그저 내 아이 또래의 어린 영혼들이라 생각하니 더더욱 울컥하는 심정이 들기도 했을 것이다. 사건 당일, 그런 끔찍한 일을 벌일 정도로 범인의 내면을 아프게 하고 이성을 마비시켰던 것은 대체 무엇이었을까하는 풀리지 않는 질문 앞에, 아이 키우는 부모로서 모종의 책임감도 묵직한 무게로 찾아왔다.
클린턴은 콜럼바인을 깊은 슬픔으로 애도했지만 총기 소지는 미국인의 자유와 권리였으며, 부시는 버지니아 텍을 깊은 슬픔으로 애도했지만 여전히 총기 소지는 미국인의 자유와 권리로 남았다. 오히려 2008년 이후 더 많은 빈도의 대형 총기사건이 일어나고 있을 뿐이다. 심지어 총기로 인한 대형사고가 일어날 때마다 총기 판매는 더욱 늘어난다고 한다. “자기를 방어할 목적으로.” 샌디 훅 초등학교 사건 이후 “총기 규제”에 대한 여론은 그 어느 때보다도 높아 보인다. 오바마 대통령도 할수 있는 가장 강력한 조치를 취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치고 있다. 나역시 강력하고 실효성 있는 총기 규제 법안이 마련되고 이런 비극이 되풀이되지 않았으면 하고 바란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이는 쉽지 않아 보인다. 수정 헌법 2조가 보장하는 이른바 “시민으로서의 권리”이기때문에 총기를 규제하려면 불가피하게 헌법 조항을 수정해야 하기때문이란다. 수정 헌법 2조를 놓고 “총기 소유는 서부 개척 시대에 자기 방어의 수단으로 허용되기 시작하여…”라는 설명은 부정확하다. (주관적으로는 나쁘고 포악한 인디언들의 침략으로부터 고귀한 개척정신을 가진 백인-개척자를 방어하기 위해 총이 불가피했었다는 식의 이미지도 불편하다) 수정헌법 (Amendment to the Constitution) 2조는 권리 장전 (Bill of Rights)이라고 불리는 수정 헌법 초반 10개 조항의 일부로서 1789년 채택 되어 1791년 비준되었으므로 19세기 중후반에 본격적이었던 “서부 개척 시대”보다 훨씬 시간적으로 앞서기 때문이다. 극서부 (Far West) 정복이 가속화된 남북 전쟁 이후에 탄생한 것은 수정헌법 2조가 아니라 전미 총기협회(National Rifle Association: NRA)다. NRA는 지금껏 <모든 시민이> “총기를 소지할 자유가 수정헌법 2조를 통해 헌법에 보장”되어 있으므로 총기에 대한 법적 규제는 위헌이라 주장해왔다. 그 결과는? 미국 전체 가정의 약 1/3은 총기를 보유하고 있으며, 개인이 소유한 권총의 숫자는 미국인 성인 숫자 전체와 상응한다. 흑인 남성들과 라티노 남성들의 사망 원인 1, 2위는 총기 사고다. 이번 총기 난사처럼 충격적인 사건이 아니라고 해도, 미국에서 매년 총기로 사망하는 사람의 숫자는 내가 사는 타운 인구보다도 많은 3만명이다! 그럼 원래 질문으로 돌아가서 수정헌법 2조는 왜 헌법 속에 자리 잡았을까? 권리장전으로 통칭되는 수정헌법 1조에서 10조까지의 조항은 미국의 독립 혁명이라는 경험과 맞물려, 개인의 자유와 각 주의 권리를 분명히 하기 위해 헌법 속에 편입된 것이다. 수정 헌법 2조는 독립 혁명 당시 영국군에 맞섰던 독립군(Patriots)은 이 전쟁이 식민지 상태에서 발발한만큼 정규군이 아니라 시민들이 조직한 “민병대”였다는 데에서 유래했다. NRA 가 총기 소지의 자유의 헌법적 근거라고 주장하는 수정 헌법 2조는 사실 다음과 같다. “규율 있는 민병들은 자유로운 주의 안보에 필요하므로, 무기 소지 및 휴대에 관한 국민의 권리를 침해할 수 없다.” 미국 대법원은 1939년, Unites States VS. Miller 에서 “수정 헌법 2조가 보장한 무기 소지의 자유는 민병과의 관련 영역에서만 이해돼야 한다”고 판결을 내렸다. 또한 “민병”의 범위를 국민 전체로 적용할 수 없다고 봤던 워싱턴 DC 혹은 시카고 같은 도시에서는 개인의 무기 휴대를 금지하는 총기 보유 금지법을 유지했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2010년, 대법원은 밀러 판결을 뒤집었다. 미국 국민들의 총기 보유 권한은 연방과 주를 넘어선 미국 전역에서 헌법이 보장하는 권리로 적용된다고 판결을 내림으로써 몇몇 지역의 총기 보유 금지법에 대해 위헌 판결을 내린 것이다. 과연 헌법의 정신에 입각해서 볼 때, “규율 있는 민병들”이 “자유로운 주의 안보를 위해”서라는 조건과 단서 없이 “총기 소지의 자유”가 성립할 수 있을까? 시민의 안보를 위해서라도 총기의 자유로운 구입과 소지는 제한되어야 하지 않을까? NRA가 막강한 것은 단지 정치자금을 댈 수 있는 능력때문만이 아니다. 수정 헌법 2조를 <총기 보유와 소지의 자유를 헌법적으로 보장하는>이라는 표현으로 모든 언론이 되받아 쓰게 하는 데 성공한 탓이다. 즉, “프레임”을 장악한 것이다. 역사 인식 결여한 프레임은 그래서 위험천만하다. 칼럼과 관련하여 궁금하신 점은 WisePrep 소피아선생님 (617-600-4777, [email protected])에게 문의하시기 바랍니다. ⓒ 보스톤코리아(http://www.bostonkorea.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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