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둠 속의 빛
보스톤코리아  2012-12-17, 14:46:53 
연극, 뮤지컬, 콘서트 등이 열리는 공연장처럼 사진 찍기 어려운 환경이 또 있을까. 공연장은 기본적으로 빛이 부족한데다, 사진 찍을 대상이 움직이고 촬영자와의 거리 또한 멀어, 좋은 사진을 뽑아내기가 매우 어렵다. 어떤 상황이든 마찬가지겠지만, 공연장은 특히 장비 영향도 많이 받아서, 되도록 좋은 장비를 사용하거나 혹은 자신의 장비를 완벽하게 이해하고 활용하는 능력이 요구된다. 이번 컬럼에선 많은 사람들이 두려움을 갖는 공연장에서의 사진촬영에 대해 얘기해보자.

셔터속도를 확보하자. 공연장은 빛이 부족하기도 하지만 사진 찍을 대상이 역동적으로 움직이는 탓에 보통 셔터 속도를 최소 1/200초 이상 확보하는 것이 좋다. 대상이 매우 빠르게 움직인다면 1/400초로도 사진이 흔들리기 때문에 상황에 따라 좀 더 빠른 셔터속도로 촬영할 수도 있겠다.

셔터 속도를 확보하는 방법은 두 가지다. 조리개를 개방하거나 ISO 감도를 보다 높이거나, 밝은 렌즈를 사용하는 것이다. 공연장처럼 어두운 환경에선 렌즈 밝기가 F2.8은 되어야 1/200초에서 적정 노출이 나온다. 초점은 동체 추적(AI 서보), 셔터는 연사 모드로 맞춰놓고 찍으면 사진 실패율은 줄어든다.

무용의 동작을 흐름으로 표현하고 싶다면 느린 셔터속도로도 충분히 멋진 사진을 촬영할 수 있다. 셔터속도는 촬영의도에 따라 달라지는 것이 당연하고, 다만 어두운 실내에서의 움직임이 있는 촬영이라는 것을 염두에 두어 촬영한다면 큰 무리가 없겠다.

빛에 따른 다양한 촬영설정을 하자. 사진 한 장이 잘 나온 것 같아서 그대로 공연이 끝날 때까지 촬영하는 것은 좋지 않다. 매 순간 무대 조명이 바뀌고, 피사체가 움직이는 것을 감안하면, 카메라의 설정이나 포커싱 방법 또한 달라져야 한다. 공연 촬영에는 셔터 속도 확보를 위해 셔터 우선 모드와 동체 추적, 연사 모드를 추천하지만 AF 측거점을 통한 초점 잡기와 그때그때 다른 노출 설정도 필요할 때가 있다.

인물의 표정을 의도적으로 셔터 속도를 늦추고 조리개를 개방해 보다 밝은 결과물을 촬영할 수도 있고, 출연자에게만 빛이 가고 배경이 검정색으로 어두울 때는 수동으로 노출 값을 낮추거나 스팟 측광 방식으로 설정한 뒤 촬영을 해야 적정 노출의 사진 결과물을 얻을 수 있다. 공식화된 접근 보다는 상황에 따른 다양한 촬영법을 적용하는 것이 좋겠다.

그리고 공연의 느낌을 그대로 전달하려면 인물의 표정이나 행동을 유심히 살펴본 뒤 이후 행동을 예상하고 사진 찍을 지점을 미리 선점해두면 좋은 사진을 건질 수 있다.

초점거리 80mm 이상의 망원 렌즈는 공연 사진을 찍을 때 꼭 필요한 장비다. 객석 등 지정된 장소에서만 사진을 찍어야 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빛이 부족한 환경이기 때문에 F값이 낮은 밝은 망원 렌즈가 있어야 사진 실패율을 줄일 수 있다. 캐논이나 니콘도 F값에 따라 차이가 있긴 하나 70-200mm 정도의 렌즈를 갖추는 것이 좋다. 그러나 이들 렌즈는 가격이 비싸므로, 동일 초점거리에서 조금 어두워도 손떨림보정 기능이 달린 렌즈는 조금 저렴하므로 이를 활용하는 것도 좋다. 구입이 부담스럽다면 장비 렌트샵을 알아보는 것도 나쁘지 않은 방법이다. 빌려 쓰는 것도 여의치 않다면, 공연장에 일찍 도착해 무대와 가까운 자리에 앉아라. 무대의 뒤쪽보다 무대조명을 활용해 타임을 확보하기 수월하고, 인물의 표정도 담을 수 있다.

플래시는 준비하되 터뜨리지 말자. 대부분의 공연 촬영에서 플래시는 터뜨리면 안된다. 이는 실내 스포츠 경기를 촬영할 때도 마찬가지다. 플래시가 터지면 출연자의 눈이 한 순간 멀기 때문에 공연에 방해가 된다. 적외선 등 AF 보조광도 끄는 것이 좋다. 그러나 공연이 끝나서 인사를 하거나, 공연이 시작 되기 전에 기념촬영이라면 플래시로 바운스를 주어 찰영할 수는 있겠다.

개인적으로 공연장 사진을 도전해서 많이 촬영하다 보면, 사진실력이 빨리 향상 된다고 생각한다. 조금만 더 부지런하게 움직이자. 공연장에 일찍 도착하고, 미리 조명상황을 파악해 두고, 화이트발란스 등을 잡아 두는 것이 좋다. 공연장이 어둡다고 빛이 없는 것은 아니다. 빛이 현란하게 바뀌면서 초점도 안 잡힌다고 투덜되기 보다는 공연을 편안하게 감상하며 촬영하다 보면, 나름의 느낌이 생기고 빛이 보일 것이다. 공연장 촬영은 어둠속에서 빛을 찾는 과정이다. 그 빛이 보일 때 사진은 나온다.


Nabis Studio Creative Director 양성대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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