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화탕(雙和湯)은 감기약일까
보스톤코리아  2012-10-22, 12:30:49 
어려서 감기에 걸리면 동네 약국 가서 감기약과 쌍화탕을 사먹던 기억이 누구나 한번쯤은 있을 것입니다. 모제약회사에서 쌍화탕을 감기약으로 광고를 해서 다들 쌍화탕이 감기약인 줄로만 알고 있습니다.

사실 쌍화탕은 육체의 피로를 풀어주는 대표적인 피로회복제라고 할 수 있습니다. 기력이 떨어져 허로와 기허로 인해 자작자작 땀(도한)이 나고, 피로 권태감이 있고, 무기력하고, 빈혈로 인한 어지럼증 등이 있을 때 먹으면 좋으므로 감기 걸렸을 때 보다는 피로할 때 온 가족이 수시로 마시면 좋은 약이지요.

기와 혈을 쌍으로 함께 조화롭게 한다는 뜻에서 이름 붙여진 쌍화탕은 혈을 보하는 사물탕에 황기와 계피를 넣은 처방입니다. 쌍화탕을 설명하기 위해 한의학에서 가장 기본적인 방제 몇가지를 이야기할까 합니다.

혈(血)을 보하는 대표적인 처방에 당귀 천궁 숙지황 백작이 들어간 사물탕(四物湯)이 있고, 기(氣)를 보하는 대표적인 처방에 인삼 백출 백복령 감초가 들어간 사군자탕(四君子湯)이 있습니다. 사물탕과 사군자탕의 합방에 황기 육계를 더하면 우리가 익히 들어 알고 있는 십전대보탕(十全大補湯)입니다.

우리 조상들은 농사철이 끝나고 겨울이 다가오기 전에 병이 없을지라도 나이 드신 어른들께 십전대보탕을 지어 드리곤 했습니다.

쌍화탕은 십전대보탕에서 사군자탕을 뺀 것이라 말할 수 있고, 혹은 황기건중탕에서 교이(膠飴)를 뺀 것에 사물탕을 합방한 것이라고도 할 수 있습니다. 즉, 당귀 천궁 숙지황 백작에 황기 계피 넣고 한 첩에 강삼조이(생강 3쪽 대추 2개)를 넣어 끓인 것입니다. 계피를 쓰기도 하고 육계를 쓰기도 하는데 이 두가지 약재는 계수나무에서 나옵니다.

달나라에서 토끼가 계수나무 아래 방아를 찟는다고 하는 동요가 있는데, 바로 그 계수나무입니다. 계수나무 가지가 계지이고, 겉에 껍질이 계피이고, 두툼한 안 껍질이 바로 육계입니다. 아랫배가 찬 사람은 육계를 꼭 넣어줘야 하고, 팔다리가 저리고 혈액순환이 안되는 사람은 계지를 써서 손끝 발끝으로 혈액이 잘 돌도록 해야합니다.

동의보감에 쌍화탕은 ‘정신과 기운이 다 피곤하고 기와 혈이 다 상한 것과 혹 성생활을 한 뒤에 몹시 힘든 일을 하거나, 몹시 힘든 일을 하고 나서 성생활을 하거나, 중병을 앓은 뒤에 허로가 되어 기가 부족해서 저절로 땀이 나는 것 등의 증상을 치료한다’고 나옵니다.

동의보감에 보면 쌍화탕은 성생활 전후에 특히 좋은 약으로 나옵니다. 허로로 인한 땀으로 인체내 진액이 소진되었을 때 진액을 보충해주는 처방입니다. 그래서 격렬한 운동 후 땀을 많이 흘리고 나서 진액을 보충해주는 약이라 운동 선수들에게도 좋습니다.

쌍화탕은 음과 양이 다 허한 데 쓰는 약으로 음과 양이 다 허하다는 것은 기혈(기혈)이 다 부족하다는 것으로 이런 때에는 ‘팔물탕, 십전대보탕, 황기십보탕, 고진음자, 인삼양영탕, 보익양영탕, 이지환, 자음대보환’ 등의 처방을 쓰는데 그 중에서도 쌍화탕이 대표적인 보약입니다.

중국에서는 쌍화탕을 감기약으로 쓰지 않습니다. 유독 우리나라만 쌍화탕을 감기약으로 쓰지요. 광고의 효과인 듯 합니다. 이런 보약인 쌍화탕을 굳이 상한 외감병인 감기에 처방한다면, 그 약효로, 체력을 증강시켜주고 몸을 따뜻하게 하며 감기를 예방하는데 도움이 되고, 지나친 과로 후에 나타나는 체력 저하로 인한 몸살, 과로 후 면역 기능이 떨어져 겪게 되는 몸살 감기에 효과적이며, 심신이 긴장되고 피로가 누적된 몸을 이완시켜주어 기혈 순환에 도움을 주는 탁월한 효과가 있다고 하겠습니다.

쌍화탕을 감기에 쓰려면 몇가지 주의점이 있습니다. 땀이 나지 않고 열이 많이 나는 감기 열성 감기 몸살엔 주의해야 합니다. 자칫하면 땀구멍을 막아서 더 열이 심해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감기가 오랫동안 떨어지지 않고 계속될 때는 허증으로 감기를 이겨내지 못하는 것이니 면역력을 키워주기 위해서라도 쌍화탕을 먹으면 좋습니다.

쌍화탕에 대해 다시 알아보니 감기약보다는 보약으로 먹는 것이 훨씬 효과가 뛰어나다는 것을 아셨을 것입니다. 허약한 아이들에게도 좋고, 기력이 쇠하신 노인분들께도 좋고, 중년 부부에게도 좋습니다. 가정에서 상비해 놓고 피로할 때 수시로 복용하는 것이 좋을 듯 합니다.


한의원 선유당 원장 이선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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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선영 칼럼닌스트    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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