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남자는 쓸쓸하다? |
보스톤코리아 2012-10-15, 14:07:14 |
어느새 가을이다. 일상에 파묻혀 까마득히 잊고 있었다. 고속도로 변에 색깔로 치장한 나뭇잎을 보며 가을이 성큼 다가온 것을 느낀다. 여름의 흔적은 어디서도 찾아볼 수 없다. 계절이 바뀌면서 생각나는 것은 가을을 타는 사람, 아니 가을 남자다.
가을 남자하면 떠오르는 것은 트렌치 코트, 부츠형 신발, 그리고 낙엽 진 거리에 선 뒷모습 등이지만 가장 가슴에 와 닿는 것은 쓸쓸함이다. 그렇다면 가을남자는 쓸쓸할까 아니면 쓸쓸해 보이는 것일까. 사람마다 차이는 있겠지만 가을 남자라는 인식에서 오는 것은 그 남자가 쓸쓸하든 아니든 상관없이 ‘쓸쓸해 보인다’는 점이다. 가을 남자 롬니가 돌아왔다. 여름의 황폐함과 망가짐을 어느새 지워버리고 성큼 돌아왔다. 그를 가을 남자로 만든 것은 트렌치 코트도 아니고 낙엽도 아니다. 어이없게도 오바마와 동반 출연한 TV 토론이다. 오바마가 살얼음을 걷는 것처럼 조심스럽게 애써 정답을 기억해내서 말하는 것과 달리 롬니는 자신의 생각을 물흐르듯 정확하게 밝혔다. 롬니는 마치 자신이 여름에 무슨 일을 했는지 모르는 사람처럼 경제난으로 힘든 국민들의 이야기를 자신의 부부가 잘 듣고 있음을 시사했다. 또한 지난 4년 동안 얼마나 많은 중산층 가정들이 힘들어 했는지 각종 통계 자료를 들었다. 과거 공화당 행정부와 달리 소셜 시큐리티, 교육 예산 지원을 약속하고 기존의 질병이 있는 환자들의 보험혜택도 가능토록 하겠다고 달콤한 약속도 했다. 결정적으로 오바마 케어를 위해 메디케어 지출을 감축하려 한다고 주장하고 그린에너지에 무려 900억 달러나 투자하고도 가시적 성과없이 혈세를 낭비했다고 비난했다. 왜 능수능란한 토론가이던 오바마가 그리 버벅거렸는지 아직도 의문이다. 하지만 그는 이같이 쏟아내는 롬니의 비난을 제대로 받아쳐 답하거나 그의 약점을 물고 늘어져 코너로 몰아가지 못했다. 계속 롬니 기자가 질문하고 이에 답하는 데 바쁜 대통령 같았다. 마치 풋볼경기 4쿼터 5분여를 앞두고 근소한 차로 이기고 있는 점수를 방어하기 위해 수동적인 플레이에 급급하다 결국 역전 터치다운을 허용하는 패트리어츠의 몇몇 경기 모습이 오버랩 될 뿐이다. 가을 남자로 변신해 가물가물 잊혀져가는 롬니의 지난 여름을 돌이켜 봐야 한다. 런던 올림픽을 방문해 비틀거리는 우방국을 다독거리기는커녕 “준비가 제대로 안됐다”며 비아냥 거렸다. 국제적인 망신은 물론 영국의 <더 선>지는 “얼간이 미트”라는 헤드라인을 내걸 정도였다. 뉴스위크는 곧이어 롬니가 입장바꾸기(Flip-flopping)를 밥먹듯이 하는 비겁자라고 보도했다. 또한 누구도 진심으로 대하지 않는 가식적인 면도 지적했다. 그러나 그것이 끝이 아니었다 플로리다 경선에서 승리를 거둔 후 다음날 아침 출연한 CNN과의 인터뷰에서 롬니는 “나는 극빈자들을 염려하지 않는다.”고 실언했다. 대신 “나는 현재 어려움에 처해 있는 90에서 95%에 달하는 핵심적인 미 국민들을 염려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진짜 의중은 개인당 5만불에 달하는 정치자금 모금 만찬에서 드러났다. 몰래 카메라에 찍혀 나온 비디오에서 롬니는 오바마를 지지하는 47%는 정부에 기생하는 사람들로 자신들이 희생양이라고 생각하며 결코 자신들의 삶에 대해 책임을 지려하지 않는 사람들이라고 독설을 퍼부었다. 이어서 “이들은 자신이 의료보험, 음식, 주택 등의 보조를 당연하게 받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고 말하고 “직장에 대해서는 전혀 걱정하지 않으며 자신의 삶에 관심을 두지 않고 개인적 책임도 지지 않으려 한다”며 국민의 절반을 적으로 돌려세웠다. 정치는 설득의 기술이라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설득을 위한 다양한 도구들이 사용된다. 천문학적 금액의 광고, 대형 전당대회, 그리고 또 한가지 대표적인 도구는 바로 TV토론이다. 부동층 유권자들은 광고와 TV토론에서 주어지는 이미지를 갖고 판단한다. 이것을 인식한 롬니는 자신의 실제적인 의도와 생각을 적절하게 포장해 최고 통수권자의 이미지를 만들었다. 뉴욕타임즈와 CBS뉴스가 공동으로 조사한 여론조사에서 롬니는 스윙 스테이트인 콜로라도, 버지니아, 위스콘신에서 더 확실한 리더십을 갖춘 후보로 조사됐다. 이외 여러 여론조사에서 롬니는 일부 스윙 스테이트에서 리드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같은 여론 조사들은 TV토론 이후 바로 롬니의 이미지가 달라졌다는 것을 의미한다. 사실상 롬니가 TV토론에서 주장한 것들을 뒷받침할 만한 실체적인 것은 거의 없다. 롬니는 향후 10년동안 부유층의 감세를 포함 4조 달러에 달하는 세금 감면하겠다고 주장하고 더 이상 세수를 늘리지 않고 탈세자금을 찾아 이를 메우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어떻게 구체적으로 탈세자금을 찾을 것인지는 밝히지 않고 있다. 후보가 주장하는 것이 정말 미국의 방향과 일치하고 현재의 어려운 경제를 최소한 더 이상 악화시키지 않을 수 있는 후보의 진면목을 파악해야 하는 게 유권자의 몫이다. 아직 대선이 종점에 이른 것은 아니다. TV토론이 모두 끝난 것도 아니다. 11월 6일까지는 적어도 3주가 남아있다. 풋볼로 치자면 4쿼터 2미닛 워닝 상태이고, 야구로 치자면 이제 9회 말이다. 선택이 잘못되면 앞으로 몇 년을 기나긴 겨울 속에서 떨어야 할지 모른다. 가을 남자는 쓸쓸하지 않을 수도 있다. 가을 남자를 인식하는 자신이 쓸쓸한 것이다. 지난 여름에 무엇을 했는지 가을남자의 진면목을 잘 파악해야 할 때다. [email protected] ⓒ 보스톤코리아(http://www.bostonkorea.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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