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물관 100배 더 즐기기 3 |
보스톤코리아 2012-10-01, 11:52:53 |
다들 미래만을 소리높여 외치지만 나는 과거를 그냥 물처럼 흘려 보낼 수 없다. - 냉정과 열정사이 중
소설 냉정과 열정사이 속 준세이가 그의 옛 연인 아오이를 그리워 하는 한 장면의 대사이다. 준세이는 마치 거대한 시간의 박물관과 같은 이탈리아 피렌체에서 명화 복원 일을 하며 명화 속 과거의 모습을 회복시키며 살아간다. 소설 속 준세이와 같이 시간의 흔적을 마주하며 살아가는 사람들이 있다. 시간의 세례를 받아 빛바랜 흔적을 되살려 과거와 현재를 이어주는 사람들. 바로 컨서버터(보존처리전문가)들이다. 대형 박물관 및 미술관 내에서는 보존처리부서를 통해 소장품을 관리하여 수 천 년간 이어온 세계의 문화 유물과 예술작품을 또 다가올 수 천 년 후의 관객들에게 온전히 전해주는 일을 끊임없이 지속하고있다. 컨서버터는 대부분의 나라에서 극소수의 전문가들이 크게 드러나지 않게 활동하기 때문에 그들을 만나고 이야기를 들을 수 있는 기회가 흔하지 않다. 또한 학예부서나 교육부서가 관객과 좀 더 직접적으로 소통을 하는 것과 달리 제일 뒤 감춰진 곳에서 일을 하는 컨서버터들을 박물관 내에서 또한 만나기 쉽지 않다. 잘 섞이지 않을 듯한 예술과 과학의 교차점에서 과거와 현재의 연결고리 역할을 하는 사람들. 이번 컬럼에서는 최근 한국국제교류재단의 글로벌 뮤지엄 인턴십 장학생으로 선발되어 보스톤미술관 동양회화보존처리부서 인턴으로 파견을 나온 박경은(30)씨를 만나 회화보존처리이야기를 들어보았다. 복원일에 관심을 갖게된 배경이 무엇인가? 학부에서 미술사나 순수미술, 화학, 고고학 등 관련분야를 전공하고 보존처리 석사과정으로 진학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지만 나처럼 가끔 다른 일을 하다가 경로를 바꾼 경우도 있다. 서울대에서 조경학과 도시설계 전공으로 석사까지 마친 후에 환경부 국제협력관실에서 환경관련 국제협약 지원하는 일을 했었다. 재미있는 일이었지만 평생 흥미를 갖고 보람되게 일할 수 있는 적성을 찾다가, 평소에 관심은 갖고 있었지만 엄두는 감히 내질 못했던 컨서버터라는 직업에 욕심을 내 보기로 했다. 환경부 일을 하면서 숙명여대 박물관 컨서버터가 운영하는 특별강좌를 수료 했고, 그 이후 서울역사박물관 학예부에서 일을 하면서 본격적으로 유학 준비를 해 영국 노썸브리아 대학교(Northumbria University)에 입학을 하게 됐다. 복원작업 중 흥미로웠거나 기억에 남았던 작업을 소개해 주신다면? 영국에서 지류보존처리 석사를 수료한 후에 베니스에서도 인턴을 했지만 보스턴미술관에 오기 직전에는 미국 와이오밍주 Buffalo Bill Historical Center에서 인턴을 했다. 거기서 거의 처음으로 맡은 작품이 오귀스트 로뎅의 수채화였다. 어려운 처리를 요하는 작품이 아니었지만 로뎅 작품이라는 생각에 너무 긴장해서 작업을 마친 후에는 탈진 상태가 됐었고, 퇴근 후에도 작업실에 두고 온 작품 생각에 안절부절못하다가 다음 날 출근해서 무사한 걸 확인해서야 마음을 놓곤 했다. 이런 이유 때문에 가능하면 작품의 가격 등에 신경 쓰지 않으려고 하지만 아직 쉽지 않다. 그 외에 흥미로운 복원과정 소개해 주신다면? 처리과정을 시작하기 전에 작품에 대해 올바로 아는 것이 중요하다. 여러 복잡한 분석방법이 있지만 비교적 간단하게 적외선이나 자외선처럼 다른 종류의 빛을 쐬어서 밑그림이나 보수된 부분들을 파악할 수 있다. 가장 좋아하는 처리기술 중 하나가 뒷면에 덧대어진 판지를 제거하는 일(backing removal)인데 그림이 그려진 앞면 못지 않게 흥미로운 것이 뒷면이기 때문이다. 그림의 뒷면은 다른 그림이 그려져 있거나 작가가 남긴 노트, 역대 소장자들의 도장이 찍혀 있기도 하고 작품의 상태를 관찰하는 데도 중요한 정보를 제공하는 정보창고이다. 작품에 직접 손을 대지 않으면서 부수적 요소를 제거해 작품을 온전하게 만드는 기술인데다가 그런 귀중한 정보까지 발견하게 되면 기쁨을 주체할 수 없다. MFA 에서 하게 될 일 소개 새로 개장하는 한국관에 들어가게 될 한국회화 중 10여점의 상태를 체크하고 안료, 바탕재료, 작화기술 분석 등을 한다. 지금까지 박물관에서 연구된 바 없는 한국회화의 특성에 관한 참고자료를 제공해 박물관의 한국회화 관리 및 전시에 도움을 주고자 한다. 향후 복원에 관심 있는 후배에게 해주고 싶은 말 컨서베이션은 경험의 축적이다. 멀리 보며 한 단계씩 차근차근 공부를 하고 질문을 던지고 적극적으로 경험을 쌓아야 한다. 유럽과 미국은 보존처리 교육과정과 분위기도 다르므로 자신의 상황에 맞춰 선택하는 것이 옳다. 미국의 경우 4개 학교에서 프로그램을 운영 중인데 입학을 위해서 선수과목 이수와 2-3년의 경력, 제2외국어 등을 요구하는 등 까다롭고 경쟁이 치열하지만 입학 후에는 재정지원을 받으면서 탄탄한 교육을 받을 수 있어서 졸업 후에 더 안정적으로 커리어를 시작할 수 있다. 지류, 유화, 직물, 금속 등의 세분화된 보존처리 전공 분야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하지만, 그 중에서도 특정한 부분에 대해서 꾸준히 연구해 발표하며 자기만의 전문성을 기르는 것이 필요하다. 문화/예술 컬럼니스트 장동희 Museum of Fine Arts, Boston 강사 보스톤 아트 스튜디오 원장 167 Corey road, suite 205, Boston MA 02135/ph) 857 756 2557 [email protected]/ www.bostonartstudio.com ⓒ 보스톤코리아(http://www.bostonkorea.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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