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 / 행 / 후 / 기 : 슬픈 저주의 산 : Mt. Chocorua |
보스톤코리아 2012-09-10, 15:34:20 |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것들은 고유의 이름을 가지고 있으며, 어떤 이름으로 불리울 때 비로소 이름과 어울리는 모습과 의미가 완성이 된다.
화이트 마운틴의 많은 산들이 워싱턴, 제퍼슨, 피어스, 아이젠하워와 같이 미국 대통령의 이름을 따거나,라파엣, 테쿰세처럼 훌륭한 장군의 이름으로 불리기도 하고, 아레투사 폭포처럼 슬픈 전설을 담고 있으며,프랑켄스타인 cliff처럼 보여지는 모양에 따라 이름짓기도 하였다. 이번에 세번째로 산행하게 된 초코루아산은 이름만 들어도 초코릿처럼 달콤한 사랑이야기가 아름답게 번져 나올 것만 같았는데, 뜻밖에도 가슴을 아프게 하는 슬픈 저주가 전해지고 있었다. 지금도 한가닥 절망과 비통함이 남아있는지 한여름에 계속되는 폭염으로 초라하게 흘러내리는 한줄기 폭포가 힘겹게 계곡을 이루며 구비구비 내려가는 것이 마치 크나큰 슬픔에 지쳐 눈물도 메마른 채 속울음으로 오열하는 것 같았다. 콜럼버스에 의해 아메리카 대륙이 발견된 이후로 많은 유럽인들이 꿈을 향해 신대륙으로 몰려오고 있었던1700년경! 조상 대대로 자연을 경외하며 순박하게 살아가던 인디언인 초코루아는 정착하려고 애를 쓰는 백인들을 진심을 다해 도와주었고, 특히 켐벨과는 친형제처럼 아주 가까이 지내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날, 초코루아는 며칠동안 볼 일이 있어 집을 떠나면서 켐벨가족에게 아들을 부탁하게 되었다. 병으로 아내를 잃은 뒤 혼자서 힘겹게 키우고 있는 아들은 보기만 하여도 눈가를 적시게 하는 안쓰러운 자식이었다. 따사로운 바람이 온몸을 감싸고 햇빛이 눈부시던 봄날! 초코루아는 무사히 일을 마치고 아들이 좋아하는 먹을 것을 양손에 들고는 깡총깡총 뛰며 좋아할 아들의 얼굴을 떠올리며 발걸음을 재촉하고 있었다. 켐벨의 집이 가까이 보이자 초코루아는 입가에 환한 웃음을 띄우며 힘껏 내달리기 시작하였다. 아들의 이름을 부르면서 낮은 담장문을 밀며 들어선 초코루아는 눈앞에 벌어진 끔찍한 광경을 보고 얼굴이 파래지며 그 자리에 털썩 주저않고 말았다. 며칠동안 밤이면 나타나 닭과 토끼를 잡아먹는 여우를 잡기위해 곳곳에 독약을 놔두었는데, 불행히도 초코루아의 아들이 그것을 음료수로 알고 마시고는 피를 토하며 죽게 되었던 것이다. 싸늘한 주검으로 누워 있는 아들을 부등켜안고 오열하던 초코루아의 눈빛이 순간 살기로 번득이기 시작하였다. 졸지에 벌어진 아이의 죽음에 얼굴이 하얗게 질린 켐벨의 아내가 그동안의 경위에 대하여 설명하려고 하였지만, 이미 제정신이 아닌 초코루아에겐 아무런 얘기도 들을 수가 없었고 들리지도 않았다. 하늘이 무너져 내리는 듯한 충격으로 인하여 반쯤 정신이 나간 초코루아가 휘두르는 차가운 쇳소리가 허공을 가르더니 켐벨의 아내와 아이들이 하나 둘씩 피를 흘리며 마당에 쓰러졌다. 겨우내 쌓였던 눈이 녹으면서 엄청나게 불어난 계곡물이 우렁차게 흘러내리는 산길을 죽은 아들을 안고 금방이라도 쓰러질듯이 올라가고 있는 초코루아의 눈에선 쉴새없는 눈물이 폭포처럼 흐르고 있었다. 한편, 사냥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온 켐벨은 사랑하는 온가족이 처참하게 떼죽음을 당한 것을 보고 눈앞이 캄캄해지며 한동안 아무런 말도 할 수가 없었다.이웃들로부터 얘기를 듣는둥 마는둥 경악과 분노로 넋을 잃은 켐벨이 온가족을 죽인 철천지 원수가 되어버린 절친했던 친구인 초코루아를 죽이기 위해 총을 옆에 끼고 초코루아를 쫓아서 정신없이 산길을 내달리기 시작하였다. 산길을 따라 흐르던 계곡이 끝나고 산정상으로 향하던 켐벨의 눈앞에 초코루아의 모습이 보이자 초코루아를 향해 총을 쏘아대기 시작하였다. 미친듯이 총을 쏘며 소리를 지르면서 켐벨이 다가오자 초코루아가 거칠게 저주를 퍼붓기 시작하였다. "너희 백인들에게 신령님의 저주가 내리리라! 신령님이 구름속에서 말을 하면 불이 되어 곡식을 불태우고, 번개가 내리 쳐 너희 집을 불태우리라! 악령의 숨길로 너희의 가축들이 모두 죽게 되리라! ” 그리곤 켐벨이 쏜 총탄을 맞고 절벽 아래로 떨어져 죽었다는 비극적인 이야기가 전해져 내려오고 있다. 다른 이야기는 도망가는 초코루아를 잡기위해 불을 질러 정상아래 1270피트 가량의 산이 전부 타버리게 되어 오늘 우리가 올라간 산정상이 나무 한그루 없는 민둥산이 되었다는 안타까운 이야기이다. 이렇게 가슴 아픈 사연을 마음에 담고 산정상에 올라보니 나무 한그루, 들풀 한포기마저도 자라기를 거부하는 바위들이 말라버린 눈물 자국같은 녹색의 이끼를 뒤집어 쓴 채 메마르고 척박하게 나뒹굴고 있었으며, 초코루아의 슬픔을 가득 담은 황량하고 거센 바람이 가슴을 헤집으며 지나가고 있었다. 초코루아의 영혼을 위로하기 위해 그의 이름으로 불리워진 산을 내려오는 동안 비감하였던 저주도 하늘을 찌를듯한 분노도 수백년의 세월과 함께 흘러간 듯, 총성이 울려퍼지던 하늘엔 무심한 구름만이 평화롭게 떠다니고, 힘겹게 오르던 산길엔 한여름의 진한 초록빛 산내음이 싱그럽게 퍼져나가고 있었다. 초코루아여! 이제 마음에 가득찬 저주일랑 거센 바람에 실려 멀리 보내고 부디 영원히 평안하게 잠드소서! 현정원 : 보산회 회원 ⓒ 보스톤코리아(http://www.bostonkorea.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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