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일전쟁과 갑오경장 19-2
보스톤코리아  2012-09-10, 15:20:47 
고종황제를 구출하여 러시아의 블라디보스토크로 모시려던 제1차 구출작전은 실패하고 말았다. 일본군의 경계가 심하여 구출작전이 용이치 않았다. 그런데 때마침 김홍집 내각이 단발령을 내리자 민심이 이반되고 일본에 대한 반항심이 높아졌다. 이를 이용하여 이범진, 이완용, 이윤용 등은 측근의 궁녀와 비밀리에 짜고, 1896년 2월 11일(양력) 새벽에 고종황제와 세자전하를 경복궁의 영추문을 통하여 고이 모셔냈다. 고종황제와 세자전하께서는 변복하고 궁녀가 타는 가마에 숨어 러시아의 공사관으로 피신을 하셨다. 역사는 이를 ‘아관파천“이라고 한다.

고종황제의 아관파천은 주한 러시아 공사 웨벨씨의 주선으로 성사된 것이다. 웨벨 공사는 구출작전에 앞서 인천에 내항하여 정박 중인 러시아 함대로 부터 수병(水兵) 200 여명을 서울로 불러 올려 일본군의 공격에 대비 만반의 준비를 갖춘 다음에 구출작전에 옮겼던 것이다. 그리고 러시아 공사관을 철통같이 경비하여 안전하게 하였다. 완전독립으로 문명개화하여 현대국가로 발전하려던 갑오경장은 보수, 진보 그 어느 편에서 국왕을 모시는가 하는 정권 쟁탈전으로 확대되었다.

고종황제께서 러시아 공사관으로 파천하신 후 곧 박정양 내부대신을 중심으로 새 내각이 구성되었다.
총리대신: 김병시, 내부대신: 박정양, 외부대신 겸 학부대신: 이완용, 법부대신 겸 경무사: 이범진, 농상공부대신: 이윤용.
이 신내각은 주로 박정양 내부와 이완용 외부 그리고 이범진 법부가 주도하여 정부를 이끌어 갔다. 신정부는 러시아 공사관의 일부를 얻어 고종황제와 세자전하의 거실로 하고, 공사관의 별관을 정부의 사무실로 사용하였다. 한나라의 왕이 외국의 공사관에서 머물면서 나라를 다스리게 되어 나라의 체면은 완전히 땅에 떨어지게 되었다. 스로로의 힘으로 정권을 유지 보전할 능력이 없어 남의 나라 힘을 빌려야 하는 처지가 개탄스럽다는 것이다. 그래도 국왕의 소재에 따라 권력이 바뀌어졌다.

친로파 내각은 곧 군대와 경찰을 동원하여 친일파의 숙청에 나섰다. 총리대신 김홍집과 농상공부 대신 정병하는 무모한 군중에 의하여 살해되어 종로네거리에 효시되었다. 갑오경장 이래 세 번째에 걸쳐 총리대신을 지낸 개혁정치가 김홍집 총리는 미개한 군중에 의하여 살해된 것이다. 유길준 내부대신은 체포되었으나, 일본 군인들에 의하여 구출되어 일본공사관에 피신하였다가 군부대신 조희연, 법무대신 장박 등과 함께 일본으로 망명하였다. 탁지부대신 어윤중은 급히 고향으로 피신하던 중 용인에서 격분한 군중에게 맞아 죽었다. 그 지점을 어사리(魚死里)라고 명명했다고 한다. 외부대신 김윤식은 체포되어 제주도에 유배되었다.

친일계의 권형진, 이두황, 우범선, 이진호 등도 모두 일본으로 도망쳤다. 이로써 제 3차 김홍집내각은 공중분해 되다 시피 하여 몰락하고 말았다. 신정부는 명성황후의 시해를 전후하여 시행되었던 법령 대부분을 폐기하였다. 따라서 국민의 반대를 샀던 단발령도 무효가 되어 국민의 자유의사에 맡긴다고 선언했다. 1895년의 동학란을 계기로 한 갑오경장은 청일전쟁에서 일본의 승리로 탄력을 받아 활발히 진행되던 중 일본의 명성황후 시해와 김홍집내각의 단발령의 무모한 시책으로 국민의 신뢰를 잃어 결국 실패하고 말았다.

일본 개화기의 계몽가 후꾸자오 유기찌는 “가구몬로 스스메”에서 말하기를 “서양문명을 받아들이는 것은 일본국의 독립이 그 진정한 목적이며, 문명개화는 그것을 위한 수단에 지나지 않는다.” 라고 하였다. 사실 갑오경장의 유신개혁도 조선이 중국의 예속에서 벗어나 완전자주독립이 그 신실한 목적이었으며, 문명개혁은 그것을 완전하게 하기 위한 수단이었다고 보아야 한다. 문제는 신진 개화파가 강대한 청나라의 세력을 감당하기 어려워 신흥일본의 도움으로 완전 자주 독립을 실현하고 문명개화하여 근대국가로 발전하려는 계획에 차질이 있었다는 것이다.

백린
(보스톤코리아 컬럼니스트
역사문제 연구소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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