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과서 밖 역사 읽기 (11) : 도금시대 들춰보기 |
보스톤코리아 2012-08-27, 15:27:06 |
소피아의 <오늘, 다시 읽는 미국사> 칼럼이 “교과서 밖 역사 읽기”라는 여름방학 지면특강 시리즈로 나갑니다. 여름 방학 동안 중고생 자녀들의 독서지도를 고민하시는 부모님들과, 독서를 통한 분석적 독해 및 비판적 사고 훈련에 관심을 가지신 부모님들께 길잡이로 활용되었으면 합니다. 칼럼과 관련하여 궁금하신 점은 WisePrep 소피아선생님 (617-600-4777, [email protected])에게 문의하시기 바랍니다.
1865년 링컨 대통령이 암살된 후 대통령직을 승계한 앤드류 존슨 대통령은 (남부연합측 핵심 인사들에 대해 보다 철저한 처벌 등을 주장했던) 공화당 급진파가 의회를 장악하게된 1866년 하원 선거를 기점으로 의회와 돌이킬 수 없는 갈등관계에 놓였다. 몇 가지 정치적 사건으로 인해 탄핵 직전까지 가게 된 존슨 대통령의 임기 말년은 거의 식물대통령이었을게다. 존슨에 이어 대통령에 당선되는 공화당의 율리시스 그랜트 대통령은 어떠했을까? 결론부터 보자면 시작은 창대하였으나 끝은 미약했다. 남북전쟁의 영웅으로 화려하게 대통령직을 거머쥔 그이지만, 정-재계 간의 끊이지 않는 정치적 스캔들 탓에 그의 이름을 딴 “그랜티즘”은 탐욕과 권력형 부정부패를 의미하는 단어가 되었을 정도다. 바로 그 그랜트대통령이 당선되었던 약 1868년 무렵에서 19세기 마지막 대통령 맥킨리가 암살당하는 1901년까지를 보통 도금시대 (Gilded Age)라고 부른다. 마크 트웨인과 챨스 두들리의 Gilded Age: A Tale of Today라는 소설에서 온 작명이다. 반짝거린다고 다 금은 아니다. 도금 시대는, 겉으로는 화려하고 고상하지만 그 얇은 금박 밑으로 도덕의 실종, 배금주의, 부정부패와 같은 추한 모습을 감추고 있는 19세기 후반 미국을 상징했다. 그랜트 대통령 당시 정경 유착 비리가 많이 발생 (하기 시작)했다는 것이 사실 그랜트 개인의 문제를 넘어선 시대의 문제였다. 그 19세기 후반 30년 가량의 시대를 이해하는 데에 핵심적인 키워드를 몇 개 꼽아보자면 급속한 산업화 (Industrialism)와 경제 성장, 산업 자본가, 노동운동의 등장, 새로운 이민 (New Immigration), 정치의 타락, 파퓰리즘, 극서부 (Far West)등이 해당할 것이다. 터너명제: 극서부 정복과 프론티어 정신 1893년 시카고에서 열린 전미 역사학대회에서 젊은 역사학자 프레데릭 잭슨 터너는 “미국적 정체성의 핵심 가치는 ‘야만을 문명으로 바꾸는 개척의 경험’에서 유래했으며, 미국의 민주주의는 새로운 삶을 개척할 수 있는 열린 가능성을 특징으로 한다고 역설했다. 이는 유명한 터너 명제로 정리되어 누군가에게는 학살과 인종 청소의 역사였을 수도 있는 식민지와 서부 개척의 역사가 이제 프론티어리즘이라는 화려한 외피를 얻게 되었다 (Frederick Jackson Turner, “The Significance of the Frontier in American History” in The Frontier in American History). 터너 이후 한동안 “개척정신”은 역사 학계의 한자리쯤 차지하고 있었다. 1890년 연방 세무국은 더이상의 프론티어 라인은 없고 선언했다. 대부분의 지역이 “주”로 승격이 되었고, 촘촘한 교통 네트워크가 만들어지면서, 연방이 실질적인 행정력을 행사했기때문이다. 사실 19세기 후반은 극서부 개척의 역사이기도 했다. 광부와, 카우보이와, 자영농이 차례로 서부로 달려갔고, 전투적인 평원의 인디언들과 연방군 간에 크고 작은 전투가 있었고, 많은 원주민 부족들이 소멸해갔다. 초대형 산업자본가, 혹은 강도 귀족의 등장 그 극서부 개척을 통해 재미를 본 사람들은 사실 광부나, 농부나, 목부가 아니었다. 그들도 결국은 기업화, 혹은 공장화되어가는 농업/목축 “산업화”의 로드킬이 되었다. 극서부 개척의 가장 큰 수혜자를 꼽자면 철도 산업이었을 것이다. 연방 정부의 거의 일관된 경제 기조는 자유방임 (Laissez-Faire)정책이었지만, 철도 회사에 연방 정부 소유 땅을 보조해준다든가 노동 쟁의가 일어날 경우 연방군을 파견하여 파업을 진압하는 식으로 철도 산업의 성장을 물심양면 도와주었다. 19세기 후반 새롭게 등장한 재벌 중에서 가장 대표적(으로 악랄한) 인물로는 그 철도 산업의 아이콘 코르넬리우스 밴더빌트를 꼽을 수 있겠다 (T.J. Stiles, The First Tycoon: The Epic Life of Cornelius Vanderbilt). 그런데 19세기 후반 철강왕 앤드류 카네기, 석유 재벌 록펠러, 금융 재벌 모건 등, 아마 오늘 날 이름만 대도 알만한 ‘개척적’ 산업 자본가들이 사실 담합, 협업, 트러스트, 폭력, 살해 등 초법, 비법, 탈법을 총동원하여 기업의 몸집을 불리고 부를 축적해갔기에 “강도 귀족”(Robber Barons)이라는 이름으로 불렸음은 잘 알려진 사실 (Charles R. Morris, The Tycoons: How Andrew Carnegie, John D. Rockefeller, Jay Gould, and J. P. Morgan Invented the American Supereconomy). 오즈의 마법사, 허수아비는 지혜를 찾았을까? 아마 미국 전체의 경제력은 성장했지만 신규 이민자의 삶, 노동자의 삶, 자영농의 삶은 팍팍해져갔던 그 도금시대를 각종 상징으로 그려낸 작품 <오즈의 마법사>는 많이들 읽어본 책일 것이다. 이 작품 속에서 지혜를 갈구하던 허수아비는 사실 당시 농민들이 주축이 되어 주장하던 직접 민주주의와 재벌규제, 정부의 역할 등을 주장했던 파퓰리즘과 무관하지 않다. 파퓰리즘과 관련한 고전으로는 Richard Hofstadter의 Age of Reform을 꼭 읽어볼 것. 보스톤코리아 컬럼니스트 소피아 [email protected] 이 컬럼은 본지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 보스톤코리아(http://www.bostonkorea.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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