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 직장인 DTI규제 완화 검토 논란 |
보스톤코리아 2012-07-30, 11:14:05 |
(보스톤 = 보스톤 코리아) 오현숙 기자 = 소득에 따라 주택담보 대출을 제한하는 DTI(총부채상환비율) 규제 완화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정부가 고령 자산가 뿐만 아니라 젊은 층에까지 규제를 완화하는 방안을 거론하면서 논란이 가열되고 있다.
청와대가 지난 21일 이명박 대통령 주재로 '내수 활성화를 위한 민관 합동 집중 토론회'를 열어 DTI 규제 일부 완화 등 내수 활성화 대책을 추진키로 한 가운데 소득 증가가 예상되는 젊은 직장인에게 DTI 규제를 완화해 주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다. 상환능력을 감안해 DTI 적용비율을 10%포인트 정도 상향 조정하는 내용이다. 박재완 기획재정부 장관은 국회 업무보고에서 "누가 봐도 번듯한 일자리를 가진 젊은 층은 당장 소득은 낮아도 앞으로 승진하면 소득이 늘 수 있기 때문에 이런 계층에게는 DTI 규제를 어느 정도 완화해주는 것이 맞다고 본다"고 말했다. 하지만 가계부채문제의 안전판 역할을 하는 DTI 정책의 근간을 흔드는 것인데다 부동산 거래 활성화를 위해 20•30 젊은 층의 하우스푸어를 양산할 수도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전문가들은 일부 젊은 실수요자에게 도움이 되긴 하겠지만 부동산 경기 활성화에는 별 효과가 없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전문가들은 금융규제 완화보다 재건축 추진 활성화 등의 정책 손질이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시장 관계자들은 지난 2년간 DTI 규제 완화 카드를 만지작거리기만 했을 뿐 큰 틀의 변화를 시도하지 않아 정책 타이밍을 놓쳤다며 DTI 완화보다는 주택담보대출 금리 및 취득세 인하와 같은 직접적 거래 활성화 대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이하 경실련)도 정부가 DTI 규제 일부 완화 조치에 대해 "가계부실과 함께 금융부실을 키우는 결과가 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정부는 논의를 즉각 중단해야 할 것"이라고 23일 밝혔다. 경실련은 "현재 우리 금융기관의 가계대출 규모는 지난해 말 기준으로 911조원으로 4년새 무려 37% 가까이 늘어난 규모"라며 "현재의 가계부채 규모도 부실화 될 우려가 큰 상황에서 가계부채와 부동산담보대출을 더욱 늘리도록 하는 DTI 규제 완화는 우리 금융과 경제를 완전히 파멸로 몰고 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정치권에서도 DTI규제 완화와 관련해 찬반이 극명하게 갈린다. 일단 민주당은 이번 움직임과 관련, 가계부채와 투기수요 팽창 가능성 등을 유발시킬 수 있다는 점에서 "정말 절망적인 정부"라고 입을 모아 비판했다. 새누리당에서도 불협화음이 나오고 있다. 새누리당 황우여 대표는 23일 DTI 규제 완화 방침과 관련, "'하우스푸어' 문제를 중심으로 구제하고, 부동산거래활성화라는 아주 시급한 문제에 대해서 불합리한 금융규제를 일부 완화한 점도 주목할 만하다"는 환영의 입장을 냈다. 하지만 박근혜 대선 경선 후보 캠프의 김종인 공동위원장은 24일 MBC라디오 '손석희의 시선집중'에 출연, 청와대의 DTI 완화 결정에 대해 "굉장히 구차한 결정을 하지 않았나 생각한다"며 "과거 2008년 미국에서 주택 버블에서 나타난 사건 등을 볼 것 같으면 그런 짓을 다시는 해선 안 된다"며 "지금까지 그래도 잘 유지해왔던 정책을 잘못 바꿔서 부동산에 또 이상한 기류가 생기면 나중에는 수습할 수도 없는 상황이 도래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정치권의 잡음이 거세지자 박재완 장관은 24일 열린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 "저소득층과 다중채무자, 일부 고령층과 자영업자 등 취약계층의 부채가 문제"라며 "이런 계층에는 정부가 발표한 DTI 일부 보완의 영향이 없을 것이므로 가계부채가 악화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DTI 규제의 일부 보완 외에 추가 완화계획은 없다고 못 박았다. 하지만 박근혜•문재인•손학규•김두관 등 유력 대권주자들이 모두 DTI 완화에 반대하고 있는 상황에서 임기를 7개월 남짓 남긴 현 정부가 부작용을 최소화하면서 실효성을 높일 수 있는 방안을 찾아낼 수 있을지는 미지수라는게 정관계의 중론이다. 금융당국은 은행들과 매주 정기회의를 열어 DTI 개선과 관련한 현장 의견을 추가로 듣고 부동산 업계와도 연계해 최종 보완책을 마련할 계획이다. 용어 정리 총부채상환비율(總負債償還比率), 즉 총소득에서 부채의 연간 원리금 상환액이 차지하는 비율을 말한다. 부채 상환능력을 따져 대출한도를 정하는 제도로 서울과 수도권에서만 적용된다. 서울은 50%, 인천•경기 등 수도권은 60%며 최고한도는 65%다. 한국에서는 부동산 투기 과열에 따라, 2007년 은행권에서 투기지역과 투기과열지구에 대하여 주택담보대출에 DTI 규제를 확대하였다. 소득을 적게 신고한 자영업자나 상환능력은 있지만 현재 소득이 없는 은퇴자의 경우에 불리하게 적용될 수 있다. <하우스 푸어(house poor)란?> 일을 해도 소득이 충분하지 않아 빈곤에 허덕이는 사람들을 뜻하는 워킹 푸어(working poor, 근로빈곤층)로부터 파생된 용어이다. 집을 소유하고 있지만 주택 마련을 위한 무리한 대출로 인해 생긴 이자 부담과 원리금 상환 부담 등으로 빈곤하게 사는 사람들을 뜻한다. 하우스 푸어는 주택 가격 상승기에 주택 가격이 계속 상승할 것이라는 기대감을 바탕으로 무리하게 대출을 받아 집을 장만했지만 금리 인상, 주택 가격 하락, 주택 거래 감소 등의 현상이 생기면서 고통받게 된다. 한국 사회에서 하우스 푸어가 양산되는 것은 부동산을 가장 가치있는 재테크 수단으로 생각하여 자산의 대부분을 부동산에 쏟아 붓는 습관과 관련이 있다. 한국 가계의 부동산 자산 비중은 전체 자산의 약 80%로, 미국 37%, 일본 40%에 비하여 두 배 이상 높다. [email protected] ⓒ 보스톤코리아(http://www.bostonkorea.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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