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계 미국인 김용 다트머스 대학 총장이 4월 16일 세계은행 이사회에서 차기 총재로 임명되었다. 아프리카 나이지리아의 오콘조 이외알라 (Ngozi Okonjo-Iweala) 재무장관을 누르고 차기 총재로 선출된 것이다.

김용 총장은 1959년 대한민국 서울에서 태어났다. 5살때 부모와 함께 미국으로 이민을 왔는데 아버지는 치과의사로 아이오와 대학에서 강의했고 어머니는 철학박사학위를 소유한 학자 집안에서 성장하였다. 그는 아이비리그 브라운 대학을 거쳐 하버드 의대를 졸업했다. 또한, 1993년에 하버드에서 인류학 학위를 취득하였다.

1987년에는 의대동창 폴 파머 (Paul Farmer) 등과 함께 “건강의 동반자” (Partners in Health) 라는 비영리 건강기구를 창설하였다. 이 기구는 빈곤지역의 환자들에게 적절한 질병 치료와 예방을 제공하는 것을 주로 하였는데, 처음에는 빈곤국 헤이티 (Haiti) 에서 결핵과 에이즈 치료에 전념하였다.

지난 10년간은 질병 치료는 물론이고 식수, 식량, 교육 등을 제공하고 빈곤퇴치까지 활동영역을 넓히고 있다. 현재 헤이티는 물론이고 페루, 멕시코 등 전세계 40개 빈곤국가에서 14,000 명의 직원들이 의료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2004년에 세계보건기구(WHO) 에이즈 관련 책임자로 일하다가 2009년까지 하버드 대학 Global Health & Social Medicine 의 책임자로 활동했다.

2009년에 다트머스 대학에 최초로 아시아인 아이비리그 (Ivy League) 대학 총장이 되었고 금년 4월 16일에 아시아인으로는 최초로 세계은행의 총재가 되었다. 세계 은행은 1945년에 창설되었는데 지금까지 68 년 동안 11명의 총재들이 모두 미국계 백인 일색이었다.

지금까지 총재 선출은 관례대로 15.85%의 투표권 (Voting Right) 을 쥔 미국 대통령이 미국인 총재를 지명하면 유럽 각 국이 이를 지지하고, 그 대신 유럽에서 국제 통화기금(International Monetary Fund) 의 총재를 차지하는 것이 관례였다.

그러나 금번 총재 선거에서는 중국, 인도, 브라질, 러시아, 남아프리카 등 신흥개발국과 아프리카, 남미 국가들이 반기를 들었다. 그들은 빈곤개발국 (Developing Countries) 의 빈곤퇴치를 해결해 주는 세계 은행 총재는 개발도상국의 몫이라고 주장하며 나이지리아의 오콘조 이외알라 재무장관을 밀게 된 것이다.

그녀는 김용 총재와 같은 하버드 대학 출신으로 MIT 에서 “지역경제발전” 이라는 논문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나이지리아 재무장관으로 국가채무를 줄이고 국가 신인도를 올린 저명한 경제관료였다.

오바마 대통령이 수잔 라이스(Susan E. Rice) UN 대사, 존 케리 (John Kerry) 매사추세츠 상원의원, 로렌스 써머스 (Lawrence Summers) 전 하버드 대학총장, 전세계 은행 부총재 등 저명한 인사들을 제쳐두고 김용 총재를 후보로 지명한 이유는 이외알라 후보를 지지하는 개발도상국들의 정서를 달래는 데도 목적이 있었다. 그래서 김용 총재는 미국의 위상보다는 자신이 가난에 찌들었던 예전의 한국인으로 태어났던 사실을 부각시키고 있다.

그는 한국에 대해 다음과 같이 언급했다.“나는 박사논문을 쓰려고 한국경제 발전을 공부하였다.”
“그 당시 한국이 오늘과 같이 되리라고 감히 누가 상상했겠는가”
“나는 한국이 걸어온 길을 세계 여러 나라가 따를 수 있다고 생각한다. 내가 그들을 도와 주려는 것이다.”

그가 세계은행 이사회의 지지를 받아 총재로 지명된 이유는 그가 미국인이지만 한국계 이민자라는 것이 큰 점수를 받은 것이다. 세계은행 이사들이 연소득 100불 미만의 최빈곤국에서 연 2만불을 넘는 선진국 대열에 올라서는 장거를 이룩한 대한민국 경제 발전을 간과할 수는 없었을 것이다.

아직도 세계인들의 시각으로는 김용 총재의 임명에 의구심을 갖는 사람들이 많이 있다. 그는 의사이고 인류학자이지 은행을 관리하기에 적합한 경제, 금융 전문가가 아니기 때문이다. 그래서 지금까지 역대 세계은행 총재는 정치적 고려에 따라 정치인, 경제 금융 전문가들이 임명되어 온 것이다.

그러나 은행관리 전문가들은 세계은행이 지향하는 개발을 통한 빈곤퇴치에는 지식도, 관심도 부족한 면이 있어온 것도 사실이다. 오히려 현장에서 빈곤과 질병퇴치에 앞장서온 개발 전문가 김용 총재가 세계은행 총재로는 더 적합한 인물이라는 것에 의문이 있을 수 없을 것이다.

우리는 김용 총재의 취임을 진심으로 축하하며 그의 업적이 우리 한국계 자녀들에게 깊이깊이 각인되기를 바라마지 않는다.

김용 총재와 함께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 역시 보스톤과 하버드를 거쳐간 한인이다. 앞으로 제3, 제4의 반기문, 김용이 출현해서 그들처럼 세계 인류 평화를 위해 헌신하기를 기대해 본다.

“Why Jim Young Kim Wants to run the World Bank”, New York Times, April 12, 2012.

• 본 컬럼 정보는 Partners In Health, Harvard University, Dartmouth College website에서 참고하였습니다.


김은한 보스톤코리아 컬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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