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파 속에서 뛰쳐나온 돈의 정치 |
보스톤코리아 2012-06-10, 14:27:44 |
편/집/국/에/서
대선으로 가는 길목에서 위스콘신이 시끄럽다. 공화당 출신 1년 차 주지사 스캇 워커의 신임여부를 묻는 주민소환투표 때문이다. 대선의 전초전으로 불릴 만큼 중요성이 컸기에 공화당과 민주당 모두 촉각을 곤두 세운 선거였다. 위스콘신 선거 사상 가장 비싼 비용을 들인 선거전 끝에 스캇 워커 주지사는 7%차이로 상대후보를 물리치고 승리를 지켰다. 표면상 공화당의 승리이건만 선거 결과를 두고 오바마 측과 롬니 측 둘 다 승리를 거둔 것으로 해석했다. 양측 모두 승리라고 우기니 묘한 게 정치다. 스캇 워커는 지난해 취임 3개월 만에 공무원 노조 단체협상권을 대폭 축소해 논란의 핵심에 섰다. 공화당이 우세한 위스콘신 주의 상원은 민주당의 끊임없는 저지로 워커의 법안을 통과시키지 못하다가 기습적으로 회의를 소집, 약 30분만에 통과시켜 뜻을 이뤘다. 노조와 민주당은 90만 개 서명을 받아 주지사 주민소환투표까지 이끌어냈지만 결국 스캇 워커 주지사의 승리로 끝났다. 선거의 의미는 가볍지 않다. 뉴욕 타임스는 사설을 통해 “워커의 목표는 위스콘신 재정을 건전화하기 보다는 노조 위원장을 악마화 시켜 노조를 약화시키고 결국 노조를 통해 민주당에 건네지는 돈과 인력을 미리 차단한 정치적 노림수였다”고 지적했다. 민주당의 자금줄에 압박을 가하겠다는 공화당의 전략은 일단 성공이라고 봐야 할 것 같다. 그러나 완승은 아니었다. 위스콘신 유권자들은 워커 주지사를 신임하는 쪽에 표를 주기는 했지만 여전히 오바마에 대한 지지를 철회하지 않았다. 약 51%의 유권자는 여전히 오바마 편이었다. 롬니는 단지 44%의 신임을 받아 오바마에 뒤쳐졌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양쪽 진영 모두가 승리라고 하나보다. 그러나 진정한 승리는 다른 곳에 또아리를 틀고 있다. 위스콘신의 주민소환 투표에서의 승리한 주된 요인은 둔 스캇 워커의 광고였다. 워커 측은 지난 18개월 동안 무려 4천5백60만 불을 들여 홍보광고를 융단 투하했다. 노조에 맞서는 주지사의 용기를 칭찬하고 공무원 노조 단체교섭권이 나쁜 것이란 이미지를 형성하는데 집중했다. 이는 상대후보의 광고비용의 무려 8배였다. 이 같은 광고가 이어지자 심지어 노조원의 가족들도 워커를 지지할 정도였다. 주목할 점은 워커 주지사의 선거 자금. 대부분의 돈은 주 외부 즉 공화당 슈퍼 팩(Super PACs)에서 지원한 것이었다. 스캇 워커 주지사 뒤에 슈퍼 팩이란 이름으로 숨은 부자들의 돈은 민주당 지지 주(Blue state)인 위스콘신을 공화당 지지 주(Red state)로 만들어 버렸다. 위스콘신을 시험무대로 한 번 성공을 거뒀으므로 슈퍼 팩은 미국내 여러 주에서 돈으로 개입해 선거 판의 결과를 바꾸려 할 것이다. 미 정치판이 돈의 정치라는 것은 어제 오늘 일이 아니지만 점점 더 노골화 되고 있다는 점이 다르다. 우리가 매일 앉아 TV를 보는 소파도 돈 정치의 산물이라면 어이가 없을 것이다. 일상 생활의 소파에도 그런 정치공학이 입혀져 있다. 미국에서 판매되는 소파에는 대부분이 점화 지연제가 첨가되어 있다. 불이 잘 붙지 않도록 하는 이 화학물질은 그러나 실제 화제 시에는 제 역할을 하지 못한다. 오히려 점화 지연제 성분이 환경호르몬(내분비계교란물질)을 포함하고 있을 수 있다는 의심만 제기되고 있다. 약 100년 전 담배회사들이 화제 안전 담배를 생산하라는 소비자의 압력을 비켜나가기 위한 방법으로 점화 지연제 가구를 탄생시켰다. 담배회사들은 미 소방대장협회의 창설을 도와주며 소방협회가 화제로 인한 피해를 최소화 시키기 위해 이 화학 약품의 사용을 권고토록 했다. 마치 미국의 부유층들이 스캇 워커를 내세워 노조의 해악성을 알리면서 노조에서 들어가는 민주당 지지를 차단하는 맥락과 유사하다. 담배 회사들뿐만 아니다. 돈맛을 안 점화 지연제 생산회사들이 직접 나섰다. 이들은 화제안전을 위한 시민협회를 조직, 화제전문가, 교육자, 의사 소방부서 관계자들이 중심이 되어 만든 것처럼 위장했다. 이 단체를 이용 점화 지연제 사용을 의무화 하는 법안을 상정했다. 화상치료 의사협회 데이비드 하임바흐 회장에게 돈을 지불하고 법안 통과에 유리한 증언을 의회에서 하도록 만들었다. 이에 힘입어 법안은 통과됐다. 돈이 미국정치에서 차지하는 위상을 보여주는 형국이다. 과거에 은근한 전략이 이제는 표면화 됐으며 구체적으로 목적을 달성하는 정치인을 지지하는 모양새로 탈바꿈했다. 미국 대선을 불과 얼마 앞두고 있지 않는 상황에서 벌써 승리의 함성이 들리는 것 같다. 미국민의 승리라면 더할 나위 없이 좋겠지만 역시 돈의 승리다. 2010년 미 대법원의 슈퍼 팩에 허용 판결 이후 훤히 내다보이던 일을 실제목격하고 있을 뿐이다. 당시 대법원이 특정 후보나 정당에 돈을 기부하지 않는 한 정치적 목적을 띠는 슈퍼 팩에 개인이나 단체가 무제한 기부할 수 있도록 허용했기 때문이다. 자본이 원하면 충분히 막대한 물량공세로 정치판을 다시 짤 수 있는 길을 대법원이 터 준 셈이다. 물론 자본주의 사회에서 자본의 승리는 당연한 거 아니냐고 물을 수 있다. 눈치 빠른 독자는 벌써 자본주의는 경제체제일 뿐 정치체제가 아니라고 항변할 것이다. 정치체제는 바로 민주주의. 지금 미국 민주주의가 위협을 받고 있다. 그래도 자본의 승리가 당연한가? [email protected] ⓒ 보스톤코리아(http://www.bostonkorea.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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