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수유(山茱萸) 예찬
보스톤코리아  2012-05-28, 14:21:51 
이번엔 제가 처방전을 쓸 때 많이 사용하는 산수유에 관해 말씀드리려고 합니다. 전 산수유를 참 좋아합니다. 맛도 좋고 약효도 뛰어납니다.

그 성질이 너무 뜨겁지도 않고 적당히 따뜻해서 무리 없이 어느 처방에나 잘 어울립니다. 산수유를 맛보신 분들은 다 아시겠지만 우선 그 맛이 시고 약간 떫떠름합니다. 오미자처럼 신맛이 강하지는 않지만 그래도 새콤한 맛에 예민한 분들은 금방 압니다. 부드러운 신맛이라 할 수 있습니다.

산수유는 입술이 불그스름하고 마르고 살이 안찌는 허약한 어린아이들 약에서부터 하루에도 여러번 얼굴이 달아오르는 갱년기 어머니들, 신기가 약해진 중년 아버지들, 무릎이 시린 할머님들, 소변이 잦은 할아버님들께 꼭 넣어드리는 약 중 하나입니다.

좀 더 상세히 알려드리기 위해 여러 한의학 고전 중에 산수유에 관해 나와 있는 것을 찾아보았습니다.
우선 동의보감에 나온 산수유에 관한 설명을 알아보겠습니다. “성질은 약간 따뜻하고 맛은 시고 떫으며 독이 없다. 음(陰)을 왕성하게 하며 신정(腎精)과 신기(腎氣)를 보하고, 성기능을 높이며 음경을 딴딴하고 크게 한다. 정기가 저절로 새어 나가지 못하게 하고 정액을 굳건히 간직하게 한다.

또한 간과 신을 따뜻하게 하고, 정수(精髓)를 보해 주고, 허리와 무릎을 덥혀 주어 신(腎)을 돕는다. 소변이 잦은 것을 낫게 하고 노인이 때없이 오줌 누는 것을 낫게 한다. 두풍증과 머리뼈가 아픈것(腦骨痛)을 치료하고 코가 막히는 것, 귀먹는 것을 낫게 한다. 간이 허하여 나는 어지럼증을 치료한다.”고 하였습니다.

의학입문엔 “ 술에 담갔다가 씨를 버리고 약한 불에 말려서 쓴다.”하였고, 본초엔 “살은 원기를 세게 하며 정액을 굳게 지킨다. 그런데 씨는 정을 미끄러져 나가게 하기 때문에 쓰지 않는다. 음력 9-10월에 따서 그늘에서 말린다.”고 하였습니다.

방약합편 산수유 약성가에선 다음과 같이 말합니다. “산수성온치신허(山茱性溫治腎虛) 정수요슬이명여(精髓腰膝耳鳴如), 즉 산수유는 그 성질이 따뜻하고 신허를 다스리며 정액이 세지 않게 고정하고 허리와 무릎을 따뜻하게 하고 이명을 고친다”고 하였습니다.

한의학 고전을 살펴보니 산수유는 신장 방광을 따뜻하게 덥혀서 정기를 보강하는 약으로 나옵니다. 그러면 산수유는 어떤 처방에서 어떻게 사용되는지 알아보겠습니다. 산수유가 들어가는 대표 처방으로 익히 들어 알고 있는 공진단과 육미지황탕이 있습니다.

공진단은 녹용 사향 당귀 산수유가 들어가는 보약제입니다. 정신을 잃고 쓰러진 사람도 살려낸다는 공진단에도 산수유가 들어갑니다. 녹용 사향 같은 고가의 귀한 약재가 들어가고 만드는 법도 정말 시간이 많이 걸리고 복잡합니다.

어느 한의사분이 정말 책에 나온대로 법제 절차를 다 지켜가며 공진단을 만들어보니 아무리 돈을 많이 준다고 해도 팔지 못할 정도의 정성과 수고스러움이 있어 그냥 부모님께 드렸다고 하는 이야기도 있습니다.

그리고 산수유가 또 많이 쓰이는 것이 육미지황탕입니다. 육미지황탕은 제가 한의원에서 가장 많이 쓰는 기본 처방 중에 하나입니다. 위에서도 언급했듯이 발육 부진한 어린이서부터 갱년기 어머니들, 음허화동한 페결핵 환자까지 음액이 부족해 보음할 필요가 있는 경우에 널리 쓰이는 처방입니다.

육미지황탕은 제가 칼럼에서 여러번 언급해서 다들 익숙하실텐데 한번 더 상기하자면 천년 전 북송 시대 전을이라는 소아과 의사가 만든 처방으로 숙지황 산약 산수유의 세가지 보하는 약과 택사 목단피 복령의 세가지 사하는 약이 들어가 균형과 조화가 잘 이루어진 처방으로 지금까지 널리 쓰이는 처방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육미지황이란 이름은 여섯가지 맛이 나는(六味) 처방에 지황을 군약으로 쓴다 하여 육미지황이라 이름붙였습니다. 육미지황에서 산수유의 역할은 간과 신을 따뜻하게 보하고 정액의 보존과 땀에 의해 진액이 누설되는 것을 막는 작용을 합니다.

날씨가 더워지고 땀을 많이 흘리는 계절이 다가옵니다. 산수신산(酸收辛散)이라 하여 신맛은 거두어들이는 기운을 가지고 매운맛은 발산하는 기운을 가집니다. 산수유처럼 신맛이 나는 약재는 수렴하여 기운을 안으로 끌어들여 땀도 줄이고 정기를 잘 보존합니다.

최근에 시중에 많은 산수유 건강 식품들이 나와 있습니다. 산수유 복용시 꼭 유의할 점은 거핵을 했는지 반드시 살펴보아야 한다는 것입니다. 산수유씨는 오히려 정을 미끄러져 나가게 하는 기능이 있어 꼭 씨를 제거한 후에 복용해야 합니다.


한의원 선유당 원장 이선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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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선영 칼럼닌스트    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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