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중 감량 프로그램을 시작하면 가장 먼저 지난 일주일 동안 무엇 무엇을 먹었는지 적어보라고 합니다. 대부분 건강한 식생활을 하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실제로는 음식 선택이나 식생활 습관이 잘못된 경우를 쉽게 발견할 수 있습니다.

이렇게 식단 분석을 통하여 본인 식생활에 문제점을 발견하면 어떻게 먹어야 잘 먹는 것인지 물어봅니다. 전 이럴 때 항상 당뇨식을 제안합니다. 3-6개월 정도 시간을 정해두고 본인이 혈당 수치가 높아져서 식이요법이 필요하다고 생각하고 저염식, 저지방식, 낮은 당지수 음식으로 구성된 규칙적인 식생활을 해보자고 합니다.

한국사람은 칼로리의 상당 부분을 주식인 밥으로부터 얻습니다. 탄수화물 식품만 제대로 골라도 체중 감량이 쉬워집니다. 많은 여성들이 고탄수화물 식습관 때문에 복부 부분 비만이 발생하기도 합니다.

단백질은 근육을 만드는데 사용되는 것과 달리 탄수화물은 주로 에너지원으로 사용되고 쓰고 남은 탄수화물은 글리코겐이나 지방의 형태로 체내에 저장되어 비만이 됩니다.
그러면 우리가 매일 50-70%의 비율로 섭취하는 탄수화물을 어떤 종류의 탄수화물로 섭취해야 바람직할까 생각해봐야 합니다.

탄수화물은 소화 과정을 통해 포도당으로 분해되고, 포도당은 혈류 속으로 흡수되어 우리 몸을 돌며 각 세포의 에너지원으로 사용됩니다. 혈당은 혈액 속의 포도당의 농도로 어떤 식품을 먹고 나서 혈당이 얼마나 빨리 증가하는지를 측정하는 것이 당지수(Glycemic Index, GI)입니다.

당지수가 비만과 관련이 있는 이유는 체내의 혈당을 조절하는 인슐린이라는 호르몬 때문입니다. 당지수가 높은 음식을 먹으면 혈당이 급격히 올라가고 인체는 혈당을 떨어뜨리기 위해 인슐린을 다량으로 분비합니다. 그로 인해 혈당이 급격히 떨어지면 극심한 배고픔을 느끼게 됩니다. 그러면 또 음식을 허겁지겁 먹게 됩니다.

당지수가 낮은 음식을 먹으면 인슐린 분비도 천천히 이루어지고 혈당이 완만하게 조절되어 과도한 식욕이 생기지 않게 됩니다. 즉, 당지수가 낮은 음식을 먹으면 포만감이 오래 유지되고 식욕이 과도하게 상승하지 않아 식사 조절이 용이해집니다.

지금까지 읽어보시면 왜 당지수가 낮은 음식이 건강식인지 이해가 되실 겁니다. 가족이나 주변에 당뇨병 환자가 있다면 인슐린이나 혈당수치와 같은 단어는 어렵지 않게 접하실 겁니다.

당뇨식, 즉 당지수가 낮은 식단은 꼭 당뇨병 환자뿐만 아니라 비만이 우려되는 사람들에게도 꼭 권하고 싶은 식사 형태입니다.

그러면 당지수가 낮은 음식이 무엇인지 구체적으로 살펴보겠습니다. 쉽게 말하면 가공 과정을 덜 거칠수록 당지수가 낮은 음식입니다. 백미보다는 현미가 낮고, 흰밀가루 보다는 통밀이 낮고, 정제 설탕이 들어가지 않은 자연 식품이 당지수 낮은 음식입니다.

과일, 채소, 해조류, 잡곡류 등 건강에 좋다고 알려진 음식들이 당지수가 낮고, 빵, 쿠키, 초코렛, 떢볶이, 라면, 우동, 케이크, 도넛, 소다수, 가공쥬스 등이 당지수가 높은 음식입니다.

잡곡밥에 된장찌개, 생선구이, 나물, 김치 등으로 구성된 한식이 당지수가 낮고 여러 가지를 함께 먹기 때문에 포만감도 생겨 체중 조절에 가장 좋은 식단이라 하겠습니다.

가끔 국수 종류가 먹고 싶으면 당지수가 낮은 메밀 국수나 냉면을 먹고, 정 달콤한 것이 먹고 싶으면 혈당이 낮아진 식후 3시간 정도에 먹는 것이 낫습니다.

현대인은 과도한 영양공급으로 인해 여러 가지 건강 문제가 유발됩니다. 각종 성인병은 물론 과체중으로 인한 허리 무릎 통증까지 다양한 질병이 비만에서 오는 경우가 참 많습니다. 적게 먹어 문제가 되는 경우는 전체 질병의 10%도 되지 않을 것입니다.

학이나 거북이처럼 장수하는 동물들은 모두 적게 먹는 동물이라고 합니다. 제가 학교 다닐 때 존경하는 선생님께서 예를 들어 설명하시던 사례가 있었습니다. 북경 시내의 오래된 고궁을 청소하는 어느 노인 한 분이 있었는데 매일 아침 새벽 4시에 일어나서 북경 시내를 2시간에 걸쳐 한바퀴 돌고 생활이 가난하여 매일 밥과 나물로 같은 음식을 먹었다고 합니다.

백세가 되도록 그 노인은 그저 자기 인생에 만족하고 감사하는 마음으로 하루하루를 보냈다고 합니다. 선생님께서 말씀하시길 항상 소식하고 많이 움직이고 편안한 마음으로 사는 것이 건강의 지름길이라 하셨습니다. 평생 수만 명의 환자를 돌보고 내리신 건강의 왕도가 바로 이것이구나 싶어 지금도 마음 깊이 세기고 있습니다.

체중 감량을 원하면 우선 냉장고와 부엌에서 인스턴트나 밀가루 종류의 음식을 처분해야 합니다. 그리고 당지수가 낮은 당뇨식으로 식단을 짜서 하루 세끼 규칙적으로 먹고 하루 30-45분 본인에게 적절한 운동을 찾아 꾸준히 실천하시길 바랍니다.

한의원 선유당 원장 이선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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