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억 짜리 카메라
보스톤코리아  2012-05-07, 14:06:30 
요번 컬럼에선 카메라에 대한 기본적인 이야기를 해보자. 추상적인 논리나 복잡한 기능은 없지만, 각자 장비에 대한 원론적인 고민을 해보면 좋겠다. 그리고 세상에서 가장 비싼 카메라에 대해서도 알아보자.

오늘날 참으로 다양한 카메라가 출시되어 있다. 그 가격 또한 수백 불에서 수만 불까지 다양하다. 하지만 아무리 값비싼 카메라도 사람의 눈만큼 정밀하고 정확한 성능의 카메라는 없다. 마이크로 즉, 접사 확대사진이나 천체사진과 같은 사람의 눈으로는 보이지 않는 것을 찍는 특수한 렌즈도 있긴 하지만 대부분의 일상적인 상황에서 사람의 눈처럼 자유자재로 사물을 볼 수 있는 카메라는 아직 없다.

눈에서 보인다는 것은 망막에서 들어오는 빛을 이미지로 바꾸어주기 때문이다. 이런 점에서 인간의 눈은 카메라 구조와 비슷하다. 사람의 눈에는 원추세포와 간상세포가 있다. 원추세포는 밝은 곳에서 물체를 인식하는 세포이고 색채를 감지한다. 간상세포는 어두운 곳에서 물체를 인식하는 세포이며 명암을 감지한다.

사람의 눈은 화소가 얼마나 될까? 원추세포와 간상세포가 1픽셀(화소)이라고 생각한다면, 눈에는 대략1억개의 간상세포와 3백만개의 원추세포가 있으니, 화소로 따진다면 대략1억3백만 화소라고 계산이 된다. 그리고 눈이 2개이니 2억6백만 화소 정도. 물론 정확한 수치는 아니지만, 화소로만 생각해 봐도 요새 나오는 어떤 카메라보다 훌륭하다. 그럼 사람의 눈은 얼마나 할까? 100억? 세상에서 가장 비싼 카메라를 우리는 이미 갖고 있다.

사람의 뇌가 판단하는 대로 눈이 스스로 알아서 보고자 하는 물체를 선명하게 보여주는 정도의 카메라는 아직 없다. 사람의 눈은 가장 완벽한 전천후 자동 카메라이기 때문이다. 가령 예를 들어보면 사람의 눈은 아주 어두운 곳에 있다가 갑자기 밝은 곳으로 가면 순간적으로 잘 보이지 않다가, 조금만 시간이 지나면 어두운 가운데서도 사물을 잘 인식할 정도로 잘 보이게 된다. 그리고 초점조절도 자유자재로 원하는 곳을 원하는 만큼 정확히 볼 수 있다.

사람의 눈과 달리, 자동카메라는 어떠한가? 카메라 스스로 순광인지 역광인지도 구분하지 못한다. 초점조절도 그러하다. 측거점을 사용자가 이동시켜야 원하는 곳에 초점을 맞추어준다. 아무리 자동이라도 광선의 상태에 따라서 노출의 결정을 +, -로 조절해주어야 적정노출로 촬영될 경우가 너무나 많으며, 더우기 자신이 원하는 노출을 만들기 위해서는 A(AV)모드나 S(TV)에서 노출을 가감해 주어야 한다.

그리고 피사계심도는 카메라 스스로 촬영자의 의도대로 움직여주지 않기에 조작이 필요하다. 이런거 저런거 모두 적당히 해주는 P모드가 있긴 하지만, 이것도 역광에서는 결국 노출을 가감해줄 수 밖에 없다.
사람은 너무도 좋은 카메라를 이미 갖고 있다. 그것이 바로 눈이다. 그럼 우리가 눈으로 보는 장면을 나름의 생각을 가미하여 카메라라는 도구를 이용해서 제대로 촬영하기 위해선 어떻게 해야 할까? 그것은 다름아닌 카메라의 기본 조작에 대한 충분한 이해와 활용이 있어야 한다. 어떤 장점이 있고, 단점이 있는지, 각기 다른 환경에서의 카메라 조작과 설정에 대한 경험을 쌓아야 한다.

그저 좋은 카메라 없어서 사진 못 찍는다는 말은 그만하자. 100억짜리 카메라로 제대로 세상 보기를 하면서, 성실히 카메라 조작에 대한 기본기를 익히자. 그럼 언젠가 우리도 결정적인 순간을 촬영할 수 있다고 믿자.

Nabis Studio Creative Director 양성대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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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견목록    [의견수 : 1]
happy
2012.05.09, 01:03:30
양성대선생님의 칼럼은 항상 제게 시기적절한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찬찬히 풀어나가시는 말씀도 구수하고 좋네요.
어깨에 둘러매고 다니는 카메라만 애지중지할게아니라
100억짜리 카메라부터 챙겨야 되겠군요. ^^
매주 재미나고 흥미로운 칼럼을 올려 주셔서 고맙습니다.
다음 주가 또 기대가 되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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